엘패소, 10년 뒤에도 성장할까 - El Paso - 1

국경 도시라는 특수성 때문에 엘패소를 두고 여기에 집을 사도 괜찮을지 묻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 다른 텍사스 대도시들이 인구 급증을 자랑할 때 엘패소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흐름을 보여왔기 때문일 텐데, 실제 수치를 놓고 차분히 들여다보면 이 도시만의 강점과 한계가 함께 드러난다.

엘패소 시 인구는 2025년 기준 약 67만 8천 명, 광역권 전체로는 약 99만 6천 명 수준이다. 다만 2020년 센서스 이후로는 오히려 0.07% 정도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텍사스 인구통계센터는 엘패소 카운티의 향후 35년간 인구 증가율이 한 세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다른 텍사스 대도시들과는 결이 다른 흐름이라는 점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엘패소 경제가 정체되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 도시의 진짜 경쟁력은 멕시코 후아레스와 맞닿은 국경 무역에 있다. 엘패소를 통과하는 3개월 평균 교역 규모는 올해 4월 기준 1,704억 달러로, 연초 대비 16.3% 늘었다. 상업 활동 규모도 2025년 2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새로운 최고치다. 국경 물류와 제조업 서플라이체인의 허브로서 역할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실업률은 다소 아쉬운 편이다. 최근 발표 기준 엘패소 실업률은 4.5%로, 한 달 전 4.4%에서 소폭 올랐고 텍사스 주 평균 4.1%, 전국 평균 4.2%보다 높은 수준이다. 제조업 고용도 최근 소폭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는데, 이는 생산 방식이 인력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자동화 중심으로 옮겨가는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국경 통과 효율화와 물류 인프라 확충이 지속적인 투자 우선순위로 꼽힌다. 무역 규모가 계속 커지는 만큼 항만·통관 시설 확충 논의도 함께 진행되고 있어, 이 부분이 향후 고용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결국 엘패소를 10년 뒤에도 성장할 도시라 부를 수 있을지는 조심스러운 문제다. 인구 증가 속도는 다른 텍사스 대도시에 비해 확실히 더디지만, 국경 무역이라는 대체하기 어려운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분명 강점이다. 완만하지만 꾸준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엘패소에 관심 있는 한인 가구라면 빠른 시세 차익보다는 안정적인 실거주 비용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현실적일 것 같다. 다른 텍사스 대도시 대비 주택 가격 부담이 낮은 편이라 실거주 목적이라면 매력적일 수 있지만, 투자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인구 증가율이 더딘 지역 특성을 충분히 감안하고 접근하시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