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뉴욕은 어색한 흥분 상태, "Let's Go Knicks! - New York - 1

닉스가 정말 해내는 걸까요.

지금 뉴욕커 20대는 물론이고 40대, 심지어 50대인 사람들도 닉스 우승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마지막 우승이 1973년이니까요. 할아버지가 이야기하던 전설 같은 시절입니다.

이번 NBA 파이널에서 New York Knicks가 샌안토니오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자 우승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 지금 NYC 가 조금 들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다른 스포츠 우승 때와는 조금 다릅니다.

뉴욕은 원래 스포츠에 익숙한 도시입니다.

New York Yankees가 우승하면 "역시 양키스네" 하는 반응이 나옵니다.

하지만 닉스는 다릅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난 수십 년 동안 닉스 팬들은 희망고문에 가까운 세월을 보냈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기대했다가 플레이오프도 못 가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좋은 선수가 와도 실패했고, 감독이 바뀌어도 달라지는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뉴욕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우승할 수도 있다"는 기대보다 "설마 진짜?"에 가깝습니다.

며칠 전 스벅에서 커피 마시는데 앞에 있던 아저씨 두 명이 닉스 이야기만 10분 넘게 하고 있었습니다.

"브런슨이 또 해냈어."

"아직 몰라. 뉴욕은 항상 마지막에 우리를 실망시켰잖아."

그러면서 둘 다 웃더군요.

그 장면을 보면서 느꼈습니다.

지금 뉴욕은 농구 때문에 서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는 것을요.

원래 뉴욕은 무심한 도시입니다.

지하철에서 옆 사람과 눈 마주치는 일도 드뭅니다.

같은 건물에 10년을 살아도 이웃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런데 이번 플레이오프 기간에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회사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닉스 이야기가 나오고, 델리 가게에서도 닉스 이야기가 나오고, 바버숍에서도 닉스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 순간 도시 전체가 하나의 주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닉스 팬들은 특정 동네 사람들만이 아닙니다.

Manhattan의 금융가 직장인도 닉스를 응원하고, Queens의 이민자 가족도 닉스를 응원합니다.

The Bronx의 소방관도, Brooklyn의 젊은 예술가도 같은 유니폼을 입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뉴욕을 하나의 도시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작은 도시들이 모인 거대한 공동체에 가깝습니다.

인종도 다르고 소득도 다르고 사는 방식도 다릅니다.

그런데 지금만큼은 모두가 같은 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게 닉스가 주는 힘입니다.

최근 경기에서 승리가 확정되자 Madison Square Garden 주변에는 수천 명이 몰려들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닙니다.

그냥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마치 오래된 동네 축제가 다시 열린 느낌입니다.

53년 동안 기다렸던 우승.

아버지가 기다렸고, 아들이 기다렸고, 이제 손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닉스의 질주는 단순한 스포츠 뉴스가 아닙니다.

뉴욕이라는 거대한 도시가 오랜만에 함께 웃고, 함께 긴장하고, 함께 꿈꾸고 있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