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2030년 월드컵부터 64개국 확대 검토중 - Los Angeles - 1

월드컵은 4년에 한 번 열리는 국제 축구경기다 보니까 본선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국가적인 축제였습니다.

한국도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나갔을 때 얼마나 감격했습니까. 그만큼 월드컵이라는 이름에는 희소성과 권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FIFA는 32개국도 충분히 훌륭한 대회였는데 올해부터 48개국으로 늘렸고, 이제는 64개국까지 늘리겠다고 합니다.

이번에 FIFA 뉴스를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설마 중국이 48개국에도 못 들어와서 64개국으로 늘리려는 건 아니겠지?'

중국 한번 참가하면 엄청난 수익이 들어올거는 뻔한 이야기니까요.

그래서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릴 때도 FIFA는 "더 많은 나라에 기회를 주겠다", "축구를 세계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멋진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48개국 첫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64개국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이쯤 되면 축구 발전보다 시장 확대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사실 48개국 체제는 FIFA 입장에서 대성공이었습니다.

경기는 늘었고, 중계권은 더 많이 팔렸고, 광고도 늘었고, 스폰서 노출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돈은 정말 많이 벌었을 겁니다.

그런데 한 가지가 빠졌습니다.

14억 인구를 가진 세계 최대 시장 가운데 하나인 중국이 또 월드컵에 못 나왔습니다.

그러니 축구팬들 사이에서 "혹시 다음에는 중국도 들어오게 64개국으로 늘리는 거 아니냐"는 농담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물론 FIFA가 그런 이유로 확대를 추진한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 참가국만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 그런 풍자가 나오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예전 월드컵은 본선에만 올라가도 나라 전체가 축제였습니다.

한국이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진출했을 때의 감동을 기억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월드컵은 아무나 갈 수 없는 최고의 무대였기 때문에 그 감동이 더 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32개국에서 48개국.

그리고 이제는 64개국.

다음에는 80개국, 96개국 이야기까지 나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다가 예선보다 본선이 더 쉬운 대회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FIFA는 더 많은 나라가 참가해야 축구가 발전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팀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 이유는 참가국 숫자가 늘어서가 아닙니다.

유소년 투자와 해외 진출, 지도자 육성, 리그 발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력이 올라간 결과를 참가국 확대의 공으로 돌리는 건 조금 억지처럼 보입니다.

더 걱정되는 건 선수들입니다.

유럽 정상급 선수들은 리그, 컵대회, 챔피언스리그, 국가대표 경기까지 합치면 1년에 60경기 이상 뛰는 경우도 흔합니다.

여기에 월드컵 경기까지 더 늘어나면 혹사 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선수 보호는 말로만 하고, 실제로는 경기 수만 계속 늘리는 모습입니다.

결국 이 문제는 돈으로 귀결됩니다.

참가국이 늘어나면 경기 수가 늘고, 경기 수가 늘어나면 중계권료와 광고 수익도 함께 늘어납니다.

FIFA 입장에서는 엄청난 사업입니다.

하지만 월드컵은 원래 돈을 많이 버는 대회이기 전에 세계 최고의 축구 대회였습니다.

희소성이 있었기 때문에 권위가 있었고, 권위가 있었기 때문에 감동이 있었습니다.

식당도 테이블을 무한정 늘린다고 맛집이 되는 건 아닙니다.

콘서트도 객석만 계속 늘리면 공연의 감동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월드컵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FIFA가 해야 할 일은 참가국 숫자를 계속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선수 보호, 경기 일정 조정, 심판 판정 개선, 잔디 상태 같은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월드컵의 가치가 오래갑니다.

지금처럼 몸집만 계속 키우다가는 언젠가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말 자체가 예전만큼 특별하지 않은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날이 오면 돈은 많이 벌었을지 몰라도, 월드컵이 가진 권위는 되돌리기 어려울 만큼 희석돼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