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렌트비가 오르는 게 관광시즌과 무슨상관? - Honolulu - 1

호놀룰루에 살면서 매달 월세 들어갈 때마다 진짜 한숨밖에 안 나온다.

요즘 호놀룰루 렌트비 평균이 월 $2,083이라는 기사를 봤는데, 로컬 입장에선 그냥 피눈물 나는 숫자다.

2베드 1100스퀘어 피트 렌트가 2020년도만 해도 $2400 정도 했는데 이제는 $3,000 아래로는 구하기가 너무 힘들정도다.

도대체 월세가 왜 이 지경인가 싶어 좀 찾아봤더니, 결국 하와이 놀러오는 관광객들이랑 이 렌트비 폭등이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렌트 플랫폼 에어비엔비 그리고 비슷한 플랫폼들이 섬 안의 주택들을 싹 쓸어가면서 거주용 집을 관광객용 숙소로 바꿔버린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숫자로 보니까 더 가관이다. 오아후 전체 주택의 무려 2.5%가 단기 렌트로 돌아가고 있다는데, 이 말은 곧 수천 세대에 달하는 집들이 여기서 나고 자란 로컬 임차인 대신 며칠 자고 가는 관광객을 손님으로 받고 있다는 뜻이다.

하와이 전역으로 넓혀보면 무려 34,500개의 단기 렌트 매물이 등록되어 있다. 이 많은 집들이 죄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주거 공간을 빼앗으며 경쟁하고 있던 셈이다.

오아후처럼 토지가 한정되어 있는 섬 동네에서 장기 임대 매물이 말라버리니 렌트비가 미친 듯이 올라가는 건 너무나 당연한 물리적 결과다. 

그래도 다행인 건 주 정부가 아주 손을 놓고만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2024년 5월에 법안 SB 2919가 통과되면서 각 카운티가 단기 렌트를 직접 강력하게 규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호놀룰루는 2025년 9월부터 비NUC 주거지역에서 최소 90일 이상 빌려주는 장기 임대만 허용하기로 했고, 마우이 쪽은 한술 더 떠서 웨스트마우이의 단기 렌트 2,200개를 2025년 6월 1일 자로 싹 운영 종료시켰다.

법안이나 행정 조치의 방향이 확실하게 '외지 관광객'이 아닌 '로컬 주민 보호' 쪽으로 돌아서고 있는 게 보인다.  결국 임대차 시장이란 게 수요와 공급 싸움 아닌가. 집을 지을 땅은 한정되어 있는데 그동안 관광용 숙소가 시장을 다 잠식해 버렸으니 로컬들이 설 자리가 없었던 거다.

이번에 들어가는 강력한 규제들이 말로만 끝나지 않고 진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해 줬으면 좋겠다.

단기 렌트 매물이 다시 장기 임대 시장으로 풀리고 렌트비 상승세가 좀 꺾인다면,

진짜 매달 월세 날짜 맞추느라 허덕이는 우리 로컬 주민들도 마침내 숨통이 좀 트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