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장 없어도 연봉 10만 달러, 미국의 이 직종들 - Bellevue - 1

얼마 전에 미국 항공관제사 초봉 얘기를 듣고 살짝 놀란 적이 있다.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연봉이 14만 달러를 훌쩍 넘긴다는 얘기였다. 처음엔 설마 했는데 찾아보니 실제 통계였다.

한국에서는 "일단 대학은 나와야지"라는 인식이 워낙 강해서 이런 얘기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미국 노동시장을 들여다보면 학위보다 자격증과 훈련 과정이 더 중요한 직종들이 꽤 많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 라고 묻는다면 답은 생각보다 구체적이다. 몇 가지 직종만 짚어봐도 감이 온다.

대표적인 게 항공관제사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자료를 보면 2024년 기준 항공관제사의 중위 연봉은 14만 4580달러였다.

그런데 이 직종에 요구되는 학력은 4년제 학사가 아니라 준학사, 그러니까 2년제 학위 수준이다. 나머지는 연방항공청(FAA) 자체 훈련원에서 채운다.

실무 경력도 따로 요구하지 않는 대신 장기간의 현장 훈련을 거쳐야 한다. 시험과 실기 평가를 통과하는 게 학벌보다 훨씬 중요하게 작동하는 구조다.

물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실시간으로 여러 대의 항공기를 조율해야 하는 업무 강도가 상당해서 스트레스 관리가 안 되면 오래 버티기 힘들다는 얘기도 많다.

두 번째로 눈에 띄는 게 상업용 조종사다. 같은 BLS 자료에서 2024년 커머셜 파일럿의 중위 연봉은 12만 2670달러로 나온다.

항공사 소속 정기 여객기 조종사까지 포함하면 중위 연봉이 22만 6600달러까지 올라간다. 다만 이쪽은 대형 항공사일수록 학사 학위를 선호하는 곳이 늘고 있어서, 학위가 아예 필요 없다고 단정하기는 조심스럽다.

조종사가 되는 핵심 경로는 비행시간과 자격증이다. 상업용 조종사 자격, 계기비행 자격을 차례로 따고 비행 시간을 채우는 방식이라 학교 성적표보다 로그북이 더 중요하게 취급된다.

다만 훈련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는 점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초기 투자가 크다 보니 진입 장벽이 학비 대신 훈련비로 옮겨간 셈이다.

세 번째는 조금 의외일 수 있는 엘리베이터 설치 및 수리공이다. BLS 기준 2024년 중위 연봉이 10만 6580달러로 나왔다.

이 직종은 보통 4년짜리 도제 프로그램을 거친다. 고졸 학력이면 지원할 수 있고, 훈련받는 첫날부터 급여를 받으면서 일을 배운다는 점이 특징이다.

학자금 대출 없이 오히려 돈을 벌면서 기술을 쌓는 구조인 셈이다. 실용주의자 입장에서 보면 이런 구조가 꽤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네 번째로 발전소 운영원, 그러니까 파워플랜트 오퍼레이터도 빼놓을 수 없다. 2024년 중위 연봉이 10만 3600달러였다.

이 직종 역시 고졸 학력만으로 지원이 가능하다. 대신 입사 후 몇 년에 걸친 현장 교육과 자격 시험을 통과해야 정식으로 업무를 맡을 수 있다.

네 직종을 나란히 놓고 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대학 졸업장 대신 면허, 자격증, 도제 훈련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위가 없어도 되는 이유도 단순하다. 이런 일들은 시험이나 실습으로 실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직종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론보다 실전 평가가 명확한 분야일수록 학위의 힘이 약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회계나 법률처럼 자격시험 자체가 오래 걸리는 분야와는 결이 다르다.

전기공이나 배관공, 용접공 같은 전통적인 기술직도 비슷한 흐름을 탄다. 노조가 운영하는 도제 프로그램을 거치면 몇 년 안에 숙련공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자리 잡혀 있다.

이런 직종들이 요즘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은퇴하는 숙련공은 많은데 그 자리를 채울 젊은 인력이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개인적으로는 이 흐름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 모두가 4년제 대학에 몰릴 필요는 없고, 적성과 형편에 맞는 길을 고르는 게 더 실용적이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물론 정부 지원이나 무상 대학 같은 정책 논쟁도 있지만, 그런 큰 그림보다 당장 눈앞의 선택지를 아는 게 더 급하다. 결국 개개인이 쓸 수 있는 정보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 라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관심 있는 직종이 있다면 먼저 해당 직종의 자격 요건을 관할하는 기관 사이트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다.

항공관제사라면 FAA 채용 공고와 협력 교육기관 목록을, 조종사라면 비행학교의 커리큘럼과 비용을 비교해 보는 식이다. 엘리베이터나 발전소 쪽은 지역 노조나 회사가 운영하는 도제 프로그램 모집 시기를 챙겨보면 된다.

지역 커뮤니티 칼리지에 연계 과정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짧은 기간에 필요한 자격증만 딸 수 있는 과정이 생각보다 많다.

다만 이 모든 직종에는 공통적으로 만만치 않은 진입 관문이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신체 검사, 배경 조사, 교대 근무나 불규칙한 스케줄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봉만 보고 뛰어들었다가 근무 강도에 지쳐 그만두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숫자 뒤에 있는 현실적인 조건까지 확인하고 결정하는 게 맞다.

그래도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아예 선택지에서 지워버릴 필요는 없다는 게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며 든 생각이다. 길은 하나가 아니고, 미국 노동시장은 그 사실을 숫자로 보여주고 있다.

자녀나 후배에게 진로를 얘기할 일이 있다면 이런 직종들도 한 번쯤 언급해볼 만하다. 대학이 정답이 아니라 여러 선택지 중 하나라는 걸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