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사들이 갑상선암 초음파 검사를 말리는 이유 - Long Beach - 1

한국에 다녀온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건강검진 패키지에 갑상선 초음파가 들어 있었고, 거기서 작은 혹이 발견됐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미국에 돌아와 주치의에게 같은 검사를 해달라고 하면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아요.

증상이 없으면 굳이 할 필요 없다는 답이 돌아오죠.

처음엔 저도 보험 때문에 아끼려는 건가 싶었어요.

알아보니 이유가 꽤 분명하더군요.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는 증상이 없는 성인에게 갑상선암 선별검사를 권하지 않습니다.

등급으로 치면 D, 즉 하지 말라는 쪽입니다. 이 판단은 1996년에 처음 나왔고, 2017년 재검토 때도 그대로 유지됐어요.

근거를 다시 따져봐도 결론이 바뀌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위원회는 무증상인 사람을 검사했을 때 얻는 이득보다 해가 더 크다고 봤습니다.

손으로 목을 만져보는 촉진이든 초음파든 마찬가지예요.

검사한 집단과 안 한 집단의 건강 결과를 직접 비교한 연구도 없다고 밝혔고요.

잠깐! 여기서 말하는 해는 검사 자체가 아니라 그다음에 벌어지는 일이에요.

찾지 않아도 될 암을 찾아내고, 그걸 수술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이걸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나라가 바로 한국이에요. 1999년 국가 암검진 사업이 시작된 뒤 갑상선 초음파가 건강검진에 널리 퍼졌습니다.

2011년 한국의 갑상선암 진단율은 1993년의 15배였습니다.

15배는 의학계에서 지켜보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죠. 그런데 같은 기간 갑상선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거의 변하지 않았어요.

환자가 그렇게 늘었는데 사망자가 그대로라는 건 무슨 뜻일까요?

의학에서는 이걸 과잉진단이라고 불러요.

암은 진짜 암인데, 몰랐어도 아무 일 없이 살았을 암을 찾아낸 경우죠.

문제는 진단을 받으면 대부분 수술로 이어졌다는 점이에요.

그 논문에서는 수술받은 환자의 11%가 부갑상선 기능저하증을 겪었다고 보고했습니다.

부갑상선이 다치면 칼슘 조절이 어려워져서 평생 약을 먹어야 할 수도 있어요.

갑상선을 떼어내면 갑상선 호르몬제도 계속 챙겨야 하고요.

암을 일찍 찾았다는 안도감 뒤에 이런 부담이 따라오는 셈이죠.

2014년 한국에서 과잉진단 문제가 크게 알려지면서 의사들이 먼저 문제를 제기했고 스스로 방향을 바꾼 거예요.

저는 이 부분이 오히려 희망적이라고 봅니다.

미국 갑상선학회(ATA) 가이드라인도 같은 흐름이에요.

2015년 가이드라인은 1cm 이하의 결절은 특별히 의심스러운 소견이 없으면 조직검사를 권하지 않습니다.

위험도가 아주 낮은 미세 유두암은 바로 수술하지 않고 지켜보는 적극적 감시도 선택지로 인정하고 있어요.

일본 구마병원 같은 곳은 이 방식을 오래 운영해 왔고요.

그렇다고 갑상선암이 별것 아니라는 말은 아닙니다.

자료를 보면 갑상선에만 머문 국소 단계의 5년 상대생존율은 99%를 넘는데, 전이가 되어 몸에 많이 퍼진 경우는 훨씬 낮아요.

결국 갑상선 검사는 많이 할수록 좋은 게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필요할 때 하는 게 좋다는 거예요.

개인 병력과 가족력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니 꼭 의사, 약사와 상의해서 결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