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15살이었나. 롱비치로 가족이랑 이민 와서 영어 막 배우던 시절이었다.
학교에서는 한마디 하기도 버거웠고, 집에서는 한국말.
그때 나한테 제일 큰 영어 선생님이 뭐였냐면 TV였다.
채널 돌리다 보면 뭔 소린지 반도 모르는데 계속 틀어놓고 보게 되는 그 시기.
그중에서 계속 눈에 들어오던 게 George Lopez였다.
웃음소리 나오면 같이 웃고, 표정 보고 상황 짐작하고.
근데 그 드라마에서 한 명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Carmen Lopez. 그때 나한테는 그냥... 크러쉬였다. 미국에서 틴에이저들의 "TV 크러쉬"는 꽤 흔한 문화다
TV 드라마나 시트콤에 나오는 또래 캐릭터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을 하고 이상형처럼 느끼는 거다.
학교에서도 "어제 그 에피소드 봤냐", "누가 더 매력 있냐" 같은 얘기가 일상처럼 오간다.
주인공 큰딸로 나오는 Carmen 은 외모도 극강으로 귀여운 여학생 외모인데, 하이틴이 되면서 옷 입는 스타일이 좀 충격적이었다.
한국 기준으로 보면 16살 나이에 저런 옷을 입고 나온다고?
가슴골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상의, 몸 라인 드러나는 옷들.
지금 보면 그냥 미국 10대 패션인데, 그때 내 기준에서는 완전 다른 세계였다.

이게 단순히 화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도 실제로 얘기가 나왔다.
히스패닉이든 백인이든 할 것 없이 카르멘 얘기를 했다. "어제 그 장면 봤냐", "카르멘 또 저 옷 입고 나왔더라" 이런 식.
나는 영어도 제대로 못 알아들으면서 친구들이 이야기 하는 그 이름만은 계속 들렸다.
Carmen. Carmen. Carmen.
그때 같은 또래라도 문화가 이렇게 다르구나 느꼇던것 같다.
나는 교복 입고 다니던 나라에서 왔는데, 여기 애들은 TV 속 캐릭터 옷 하나로 이렇게 떠들고 있는 거다.
카르멘 캐릭터 자체도 강했다. 공부도 잘하고, 자기 주장 확실하고 아버지랑 계속 부딪힌다.
보수적인 아버지랑 진보적인 딸 구조.
지금 보면 전형적인 설정인데 그때는 그냥 "와 저렇게 말해도 되나?" 이런 느낌이었다.
나는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한마디도 못 하는데, TV 속에서는 아버지랑 맞서서 논리로 싸우고 있다.
카르멘을 연기한 배우가 Masiela Lusha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이 배우가 라티노도 아니고 알바니아 출신이었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된 얘기다.
그때는 그냥 "미국 퀸카 급 여학생의 상징 같은 캐릭터"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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