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는게 나은가, 한국으로 돌아가는게 나은가? - Dallas - 1

미국와서 산지 한 20년 되었다. 이제 50대가 가까워질수록 생각하는게 "계속 미국에서 사는 게 맞을까,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맞을까?"

젊었을 때는 돈을 벌고 기회를 잡기 위해 미국에 왔다.

와서 영어도 배우고 사업도 하고 직장도 다니고 집도 사고 아이도 키웠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20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런데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한국에 가면 편한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병원 예약도 쉽고 의료보험도 좋다. 대중교통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배달 음식은 새벽에도 오고 행정 서비스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반면 미국은 여전히 병원 한 번 가려면 예약부터 스트레스다. 응급실 비용은 무섭고 보험도 복잡하다. 자동차 없이는 생활하기 어려운 도시도 많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미국에 오래 산 사람들 중 상당수가 결국 한국으로 완전히 돌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은 결국 익숙한 곳에서 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일본 이민 역사를 떠올린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일본은 폐허가 되었다. 먹을 것도 없고 일자리도 부족했다. 수많은 일본인들이 미래를 찾아 브라질로 이민을 떠났다. 당시 브라질은 농업 국가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았고 일본 정부도 이민을 장려했다.

그런데 몇십 년 뒤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일본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소니, 도요타, 파나소닉 같은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일본인들의 생활 수준은 급격히 높아졌다.

그때 브라질에 살던 일본계 이민자들 사이에서 고민이 시작됐다.

"이제 일본으로 돌아가야 하나?"

실제로 많은 일본계 브라질인들이 일본으로 갔다. 하지만 예상과 다른 현실을 만났다.

얼굴은 일본인이지만 문화는 브라질인이었던 것이다. 일본에서는 외국인 취급을 받았고 브라질에서는 일본인으로 불렸다.

결국 상당수는 일본과 브라질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나는 이 이야기가 지금 미국 한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1980년대, 1990년대에 미국으로 온 한인들은 한국보다 미국이 훨씬 잘사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랬다. 당시 미국은 압도적인 경제력과 기회의 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가진 선진국이 되었다. 의료 시스템, 인터넷 인프라, 치안, 대중교통은 오히려 미국보다 뛰어난 부분도 많다.

그래서 미국 한인들은 가끔 흔들린다. "굳이 미국에 계속 살아야 하나?"

하지만 막상 한국으로 돌아가려 하면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미국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이미 미국식 사고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편리하지만 사람 간 간섭이 많다. 사회적 시선도 존재한다. 나이에 따른 역할 기대도 있다.

반면 미국은 불편한 부분이 많지만 남의 인생에 관심이 적다. 좋은 의미의 무관심이 있다. 어떤 옷을 입든, 어떤 삶을 살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랫동안 미국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이 자유를 생각보다 높게 평가한다.

특히 은퇴를 앞둔 세대일수록 그렇다.

한국은 생활 편의성과 의료 시스템이 강점이다. 미국은 개인의 자유와 익숙함이 강점이다.

결국 어느 나라가 더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브라질의 일본 이민자들이 그랬듯이, 미국 한인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두 나라 사이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된다.

한국에 가면 편하고, 미국에 있으면 익숙하다.

한국은 효율적이고, 미국은 자유롭다.

한국은 빠르고, 미국은 여유롭다.

정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젊었을 때는 돈과 기회를 따라 움직였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결국 자신이 가장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곳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곳이 서울일 수도 있고, 달라스일 수도 있고, 로스앤젤레스일 수도 있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어느 나라가 더 좋은가가 아니라, 내가 어느 곳에서 더 나답게 살 수 있는가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