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규모의 의료 복합단지인 텍사스 메디컬 센터(TMC), 모르면 간첩인 나사(NASA) 존슨 우주센터가 있는 도시, 그리고 '세계 에너지의 수도'라 불리는 텍사스주 휴스턴의 겉모습은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거대한 경제 도시에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얼마를 벌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통계 수치만 놓고 보면 휴스턴의 중위 가구소득(Median Household Income)은 약 5만 5,000달러 수준이라고 하네요.
이는 미국 전체 가구의 중위 소득인 7만 8,538달러와 비교했을 때 무려 30%나 낮은 수치입니다. 뭔일인가 싶을정도로 낮습니다.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같은 도시들이 화려한 외견 뒤에 넓은 저소득층 기반을 두고 있듯, 휴스턴 역시 복잡한 소득 구조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데이터상 존재하는 이 거대한 격차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휴스턴 특유의 인구 구조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휴스턴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다인종·다문화 색채가 짙은 도시 중 하나입니다. 특히 전체 인구 중 히스패닉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45%에 달하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도시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임금 수준은 낮은 서비스업, 물류업, 그리고 건설 현장 노동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동적인 다양성은 도시를 지탱하는 거대한 성장의 강점인 동시에, 통계학적으로는 전체 소득 분포의 평균치를 아래로 강하게 끌어당기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5만 5,000달러라는 숫자 하나만 보고 이 도시를 '소득이 낮은 곳'이라 단정 짓는다면 엄청난 오해가 생깁니다. 웨스트레이크, 메모리얼, 리버오크스 같은 휴스턴 내 최고급 주거 지구로 눈을 돌려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 동네들의 중위 가구소득은 기본 15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글로벌 석유·가스 대기업의 엔지니어 전문직, 의료 복합단지의 전문의, 대형 로펌의 법조인 같은 고소득 직군은 연봉 20만 달러 이상을 받는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결국 휴스턴의 중위 소득은 초고소득 전문직과 저임금 서비스직이라는 극과 극의 넓은 스펙트럼을 중간에서 압축해 보여주는 착시 현상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텍사스만의 치트키가 하나 더 숨어 있습니다. 바로 '주 소득세(State Income Tax)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동일한 명목 소득을 벌더라도 캘리포니아나 뉴욕처럼 세금이 무서운 주와 비교하면, 휴스턴 거주자가 실제로 통장에 쥐는 가처분소득은 매년 수천에서 수만 달러 더 많아집니다. 이 강력한 세금 우위는 기업들과 개인들이 무거운 세금을 피해 텍사스로 엑소더스 행렬을 이어가게 만드는 핵심 동인이 되고 있습니다.
돈을 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쓰는 비용', 즉 물가입니다. 특히 주거비 측면에서 휴스턴은 독보적인 경쟁력을 자랑합니다. 휴스턴의 중간 주택가격은 약 28만 달러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를 중위 소득 5만 5,000달러와 비교한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rice-to-Income Ratio)은 약 5.1배입니다. 타 대도시들이 8배, 10배를 훌쩍 넘기는 것에 비하면 주택 구매 접근성이 엄청나게 높은 편입니다. 규제가 느슨한 토지 이용 정책 덕분에 주택 공급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면서 가격 폭등을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렌트 시장도 마찬가지로 안정적입니다. 휴스턴의 방 하나짜리(원베드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100달러에서 1,400달러 선입니다. 소득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24~31% 수준으로, 이는 미국 주요 대도시 중 가장 건전한 수치에 속합니다. 즉 소득이 다소 낮더라도 허리가 부러질 듯한 주거비 부담 없이 기본적인 생활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줍니다. 오랜 기간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을 관찰해 온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압도적인 주거비 가성비가 휴스턴으로 인구를 계속해서 빨아들이는 일등 공신이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물론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2014~2016년 유가 폭락 사태 당시, 에너지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휴스턴 고용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던 뼈아픈 전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휴스턴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의료 인프라와 항공우주, 다국적 물류 산업을 적극적으로 키우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산업 다각화'를 성공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결국 휴스턴의 5만 5,000달러라는 중위 소득은 단순히 '낮은 소득'을 뜻하는 낙인이 아닙니다. 도시가 가진 폭넓은 다양성과 엄청난 소득 격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은 물가와 세금 혜택 덕분에 누릴 수 있는 높은 삶의 가성비를 모두 품고 있는, 가장 휴스턴다운 역동성을 반영하는 입체적인 숫자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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