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퇴근길에 강변 쪽으로 조금 돌아서 걸었습니다. 해가 기울 무렵 아치 표면이 노란빛에서 회색으로 천천히 바뀌는 걸 한참 서서 봤어요.
10월 28일이었으니, 이 구조물이 완성된 지 꼭 61년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알고 걸은 건 아니고, 집에 와서 달력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게이트웨이 아치는 높이 630피트, 두 다리 사이 폭도 630피트입니다. 높이와 폭이 똑같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좀 의외였어요. 숫자로만 보면 반듯한 정사각형 안에 들어가는 모양이니까요.
눈으로 보면 폭보다 높이가 훨씬 길어 보이거든요. 곡선이 위로 모이면서 착시를 만드는 모양입니다.
설계는 에로 사리넨이 맡았습니다. 1947년부터 1948년까지 열린 전국 설계 공모에서 당선된 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리넨은 1961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기가 그린 곡선이 실제로 하늘에 걸리는 모습을 끝내 보지 못한 셈입니다.
본격적인 아치 공사는 1963년 2월 12일에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1965년 10월 28일, 마지막 스테인리스 조각이 꼭대기에 들어갔습니다.
두 다리는 각각 따로 올라갔습니다. 단면이 정삼각형인데, 아래쪽은 한 변이 54피트쯤이고 꼭대기로 갈수록 17피트 정도로 좁아집니다.
양쪽에서 따로 쌓아 올린 다리가 630피트 위에서 정확히 만나야 했습니다. 생각만 해도 손에 땀이 나는 일입니다. 몇 인치만 어긋나도 마지막 조각은 들어갈 자리를 잃게 됩니다.
그날 꼭대기의 두 다리는 2.5피트 정도 떨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끼워 넣을 마지막 조각은 폭이 8피트였습니다.
그래서 작업자들은 잭으로 두 다리를 밀어 8.5피트까지 벌렸습니다. 거대한 강철 구조물을 사람이 힘으로 벌린다는 게 쉽게 상상이 안 됩니다.
문제는 햇볕이었습니다. 원래 오전 10시에 끼울 예정이었는데, 햇빛을 받은 강철이 팽창하면서 틈이 좁아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예정보다 30분 앞당겨 작업했고, 남쪽 다리에 소방 호스로 물을 뿌려 식혔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다만 당시 지역 신문 사진 설명에는 오차가 아주 작아서 쉽게 맞았다고 적힌 것도 있습니다. 출처마다 세부 수치가 조금씩 다르니, 이 부분은 그렇게 전해진다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맞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물 뿌리는 장면이 자꾸 떠오릅니다. 첨단 공학의 마지막 순간이 결국 소방 호스와 시원한 물이었다는 게 묘하게 인간적이라서요.
쇠도 햇볕에 몸을 늘리고, 그늘에서 다시 줄어듭니다. 숲에서 나무가 계절 따라 물을 머금었다 내놓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사 기록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건 사실 다른 대목이었습니다. 보험사가 공사 중 최대 13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한 명도 죽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그 높이에서, 그 시절 장비로요. 숫자로 적으면 0 하나인데, 그 0 뒤에 있었을 조심스러운 손길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안전줄 하나 걸고 바람 부는 꼭대기에 서 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기념비라는 건 결국 그 사람들의 이름 없는 하루들이 쌓인 결과니까요.
아치는 바람에 흔들리도록 설계됐다고 합니다. 양쪽으로 18인치까지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서, 버티기보다 받아넘기는 쪽을 택한 구조입니다.
이 대목은 산책하면서 자주 떠올립니다. 단단하게만 버티면 오히려 부러진다는 건 사람한테도 맞는 말 같아서요.
요즘 강변 산책로는 걷기 정말 좋습니다. 공원 쪽 나무들이 노랗고 붉게 물들기 시작했고, 낙엽 밟는 소리가 꽤 큽니다. 바람이 차가워지기 전 이 몇 주가 일 년 중 제일 아까운 시기입니다.
평일 저녁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미시시피강 물소리까지 들립니다. 강은 늘 탁한 갈색인데, 해 질 녘에는 그마저도 은은하게 보입니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아치 바로 밑에서 고개를 젖히고 사진을 찍습니다. 저는 조금 떨어진 잔디밭 끝에서 보는 쪽을 더 좋아합니다.
멀리서 봐야 두 다리가 위에서 만나는 선이 제대로 보이거든요. 61년 전 그날 아침이 얼마나 길었을지, 그 자리에서 보면 조금은 짐작이 됩니다.
가끔 이 도시가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맞는 부분도 있고, 너무 쉽게 하는 말이라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다만 마지막 조각 하나를 끼우려고 그 높은 곳에서 숨죽이며 기다리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건 분명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알고 나면 같은 풍경도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이번 주말에 시간이 되시면 해 지기 한 시간 전쯤 강변에 한번 나가 보시길 권합니다. 꼭대기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멀리서 곡선 하나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좋은 산책이 됩니다.
저는 다음 주에도 같은 길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단풍이 조금 더 짙어졌을 때, 그 곡선이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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