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계약, 소수민족 인증이 스몰비즈니스의 무기다 - West Covina - 1

정부 계약을 따낸 스몰비즈니스들의 이력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창업한 지 몇 년 안 됐고 직원 수도 많지 않은데 경쟁 입찰 한 번 없이 연방 기관과 계약을 맺었다는 점이다. 이유를 파고들면 거의 항상 같은 단어가 나온다.

소수민족 인증, 정확히는 SBA(연방중소기업청)의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인증이다. 이걸 받은 회사는 경쟁 없이 계약을 통째로 받을 수 있다. 이름은 8(a) 프로그램이다.

8(a) 인증을 받으면 연방 기관이 다른 업체와 비교하지 않고 바로 계약을 줄 수 있다. 이걸 소울소스(sole source) 방식이라고 부른다. 경쟁 입찰 서류를 몇 달씩 준비해본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큰 이점인지 바로 감이 올 거다.

금액 한도도 낮지 않다. 2025년 10월 기준으로 일반 용역·물품 계약은 550만 달러, 제조업 관련 계약은 850만 달러까지 경쟁 없이 단독 수주가 가능하다. 원래 각각 450만 달러, 700만 달러였는데 올해 상향됐다.

인증 안 받은 업체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만한 구조다. 똑같은 실력, 똑같은 견적을 들고 가도 한쪽은 서류 하나로 계약을 받고 한쪽은 몇 달씩 경쟁 입찰에 매달려야 하니까.

그런데 이게 특혜라기보다는 법으로 정해놓은 목표치에 가깝다. 연방정부는 전체 계약금의 23퍼센트를 스몰비즈니스에 배정하도록 법에 못박아뒀다.

이 23퍼센트 안에서도 세부 목표가 나뉜다. 사회경제적 취약계층기업(8a) 5퍼센트, 여성기업(WOSB) 5퍼센트, 참전용사기업(SDVOSB) 5퍼센트, 낙후지역기업(HUBZone) 3퍼센트다.

SDVOSB 몫은 원래 3퍼센트였는데 2024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을 거치며 5퍼센트로 올랐다. 목표치 자체가 매년 조금씩 움직인다는 뜻이다.

2025회계연도 실적을 보면 정부는 이 목표를 가볍게 넘겼다. 전체 계약금의 28퍼센트, 금액으로는 1790억 달러가 스몰비즈니스로 돌아갔다.

이 계약들이 만들어낸 일자리도 상당하다. 제조·건설·연구개발·기술·국방 분야에서 주계약으로만 79만 3400개, 하도급까지 더하면 41만 8000개가 추가로 생겼다.

그럼 아무나 8(a) 인증을 받을 수 있느냐, 그건 또 아니다. 순자산 85만 달러, 연소득 40만 달러, 자산총액 650만 달러 아래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 기준도 2025년에 올라간 거다. 문턱이 예전보다 낮아졌다는 뜻인데, 개인적으로는 "취약계층" 치고는 한도가 꽤 넉넉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자금이 정말 없는 창업 초기 단계에는 실적이 없어서 계약을 못 딴다.

여기서 "소수민족 인증"이라는 표현이 조금 오해를 만든다. 8(a) 프로그램은 인종만 보는 게 아니라 사회·경제적 취약성을 같이 본다. 특정 인종이면 기본적으로 인정받고, 아니면 개인이 증빙을 따로 해야 하는 구조다.

HUBZone은 아예 인종과 무관하다. 회사와 직원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있으면 되는 지역 기반 인증이다.

WOSB, 그러니까 여성기업 인증도 마찬가지다. 성별 기준이지 인종 기준이 아니다. SDVOSB는 참전군인이면 되고 이 역시 인종과는 상관없다.

결국 "소수민족 인증"이라는 말은 절반만 맞는 얘기다. 정확히는 인종, 성별, 거주지, 참전 이력까지 겹치는 여러 인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의 게임에 가깝다.

실제로 여러 인증을 동시에 들고 있는 업체가 흔하다. 예를 들어 여성 참전군인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도 해당되면 8(a)와 WOSB, SDVOSB를 한꺼번에 노릴 수 있다.

인증 종류가 많아질수록 응찰 가능한 계약 풀도 넓어진다. 이건 소규모 업체 입장에서 대기업과 정면 승부를 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우회로다.

다만 신청 과정이 만만치 않다. WOSB는 2020년 10월부터 자기신고가 없어지고 SBA나 SBA 승인 제3자 기관의 정식 인증을 받아야 한다.

서류 준비하다 지쳐서 포기하는 경우도 실제로 적지 않다고 한다. 인증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계약을 따내기 위한 수단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정치 지형이 바뀌면 목표치도 같이 흔들린다는 점도 봐야 한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는 취약계층기업 목표가 11퍼센트, 12퍼센트, 13퍼센트로 계속 올라갔었다.

그런데 2025회계연도부터는 법정 최저치인 5퍼센트로 되돌아갔다. 새 행정부가 취임 첫날부터 이 목표치를 낮추는 걸 우선순위로 뒀기 때문이다.

목표치가 5퍼센트든 13퍼센트든 어차피 법으로 정한 최소선이고, 실제 집행은 그보다 높게 나올 때가 많다. 그래도 정책 기조에 따라 담당 공무원들의 적극성이 달라지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이 제도를 특혜로만 보는 것도, 만능 열쇠로 보는 것도 둘 다 과하다고 본다. 실력 있는 업체가 진입장벽 하나를 낮추는 도구 정도로 보는 게 제일 현실적이지 않을까.

인증 받는다고 계약이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안 받는다고 기회가 완전히 막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같은 실력이면 서류 한 장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시장에서, 그 한 장을 안 챙길 이유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