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 와서 살 도시를 고를 때 인터넷을 찾아보면 다들 좋은 이야기부터 합니다.
학군 좋고, 자연 좋고, 안전하고, 살기 좋다고 하죠. 그런데 실제로 짐 싸서 이사하고 몇 년을 살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단점도 똑같이 중요합니다. 매디슨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매디슨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감입니다. 위스콘신 주도라 주정부 관련 일자리가 많고 UW-Madison이라는 거대한 대학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학병원과 의료기관까지 있으니 경기가 조금 나빠졌다고 도시 전체가 갑자기 휘청거리는 구조는 아닙니다. 특히 대학이나 연구, 의료, 공공기관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이민자에게는 상당히 괜찮은 도시입니다.
아이 키우는 집이라면 교육환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UW-Madison이 도시 한가운데 있으니 대학 하나만 좋은 게 아니라 도서관, 박물관, 연구시설, 각종 문화행사까지 도시 전체가 대학의 영향을 받습니다. 다만 "매디슨 학교는 전부 좋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미국은 같은 도시에서도 학교와 학군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 집을 구할 때 반드시 학교별로 확인해야 합니다.
생활환경도 비교적 차분합니다. LA나 시카고처럼 사람과 차가 미어터지는 도시가 아니라서 출퇴근 스트레스가 덜하고 자연도 가까워요. 호수 주변으로 산책하고 자전거 타기도 좋습니다.
그런데 이민자 입장에서 단점도 확실합니다.
첫 번째가 겨울이에요. 캘리포니아나 남부에서 살다가 오면 첫겨울에 "내가 왜 여기 왔나" 싶을 수도 있습니다.
영하권 날씨가 길게 이어지고 강추위가 찾아오면 화씨 0도 아래로 내려가기도 합니다. 눈 치우는 것도 일이고 차에 쌓인 눈 털어내는 것도 일입니다. 오전에 출근하려는데 자동차 유리가 꽁꽁 얼어 있으면 정말 귀찮습니다.

두 번째는 한인 인프라입니다. 한국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UW-Madison을 중심으로 학생, 교수, 연구원과 한인 가정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LA나 시카고 교외를 생각하면 안 됩니다. "오늘은 설렁탕, 내일은 짜장면, 주말에는 한국 횟집" 이런 생활은 선택지가 제한적입니다. 한국 식품도 구할 수 있지만 대형 한인 상권의 다양성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집값도 이제 싸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매디슨 주택 중간가격은 40만 달러대까지 올라왔고 좋은 학군이나 인기지역으로 들어가면 50만~60만 달러 이상도 금방입니다. Shorewood Hills나 Maple Bluff 같은 부촌은 100만 달러가 넘는 집도 흔합니다. 예전의 "중서부니까 집값 싸겠지"라는 생각으로 오면 당황할 수 있습니다.
인종적 다양성도 대도시와 비교하면 아쉬울 수 있습니다. 대학 주변은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 상당히 국제적인 분위기지만 도시 전체로 넓혀 보면 백인 인구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한국 사람이 많은 곳에서 오래 살다가 오면 처음에는 내가 유난히 눈에 띄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대중교통도 좋아지고는 있지만 이민 가정이라면 결국 자동차가 있는 편이 훨씬 편합니다. 특히 겨울까지 생각하면 차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지역과 활동 범위가 제한됩니다.
그래도 저는 매디슨을 무조건 좋다, 나쁘다로 평가할 도시는 아니라고 봅니다. 화려한 한인타운과 따뜻한 겨울을 원한다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 교육, 안정적인 직장, 자연환경과 조용한 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이민 생활이라는 게 결국 내가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의 선택이잖아요.
매디슨은 처음 보고 반하는 도시라기보다 살아갈수록 장점이 하나씩 보이는 도시, 그런 쪽에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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