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집에서 담그면 사 먹는 것보다 얼마나 쌀까 - Baton Rouge - 1

지난주에 마트 냉장 코너에서 포장김치를 집었다가 가격표를 보고 손이 멈칫했다.

통배추김치 4파운드짜리가 18달러 49센트, 계산해보니 파운드당 4달러 62센트 꼴이더라.

옆에 있던 작은 병짜리, 그러니까 10온스짜리는 3달러 18센트인데 이걸 파운드로 환산하면 오히려 더 비싸다. 5달러가 훌쩍 넘는다.

결국 같은 브랜드라도 작은 병보다 큰 통이 단가는 낫다는 뜻인데, 그래도 두 개 다 만만한 값은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그냥 카트에 넣을까 하다가, 예전에 친정에서 배추 백 포기씩 놓고 김장하던 기억이 스쳐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집에 와서 재료값부터 하나하나 따져봤다.

통배추는 2.7파운드짜리 한 통에 4달러 79센트, 파운드당으로 치면 1달러 77센트밖에 안 된다.

여기에 고춧가루, 마늘, 액젓, 새우젓, 설탕 정도만 있으면 되는데, 고춧가루가 1.1파운드에 14달러 96센트, 액젓 작은 병 하나가 4달러 72센트 정도 한다.

처음 이 양념값만 딱 보면 배보다 배꼽이 크다 싶어서 망설여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양념들은 한 번 사두면 몇 달치 김치를 담그고도 남는다는 게 핵심이다.

배추 한 통 김치 담그는 데 고춧가루나 액젓을 병째로 다 쓰는 게 아니라 아주 조금씩만 덜어 쓰니까, 두세 번만 담가 먹어도 본전을 뽑고도 남는 셈이다.

반면 사 먹는 쪽은 담글 때마다 매번 완제품 가격을 고스란히 다 치러야 한다.

한 통 다 먹고 나면 다시 18달러 49센트를 꺼내야 하니, 자주 먹는 집일수록 이 차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내 경험으로는 고춧가루 한 봉지로 배추 서너 통은 거뜬히 담근다.

액젓도 마찬가지라, 한 병 사두면 몇 달은 그냥 쓴다.

그러니까 처음 한 번만 재료비가 좀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 두 번째 세 번째 담글 때부터는 배추값 하나로 끝나는 셈이다.

이렇게 따지고 나니 왜 어른들이 그렇게 김장에 진심이었는지 이해가 갔다.

물론 시간과 수고까지 따지면 사 먹는 쪽이 확실히 편하다.

배추 절이고 헹구고 양념 버무리는 과정이 하루는 꼬박 걸리니, 바쁜 사람한테는 이 시간도 엄연히 비용이다.

그래도 나는 이런 건 남 손 빌리는 것보다 내 손으로 해결하는 쪽이 결국 남는 장사라고 믿는 사람이다.

누가 대신 해주길 기다리기보다 배우고 익혀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게 진짜 실력이고, 그게 살림에서도 똑같이 통하는 이치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직접 담그면 짠맛이나 매운맛, 젓갈 종류까지 내 입맛대로 조절할 수 있으니 그 자유로움도 무시 못 한다.

액젓 대신 새우젓만 넣어도 되고, 매운맛을 줄이고 싶으면 고춧가루 양만 살짝 조절하면 그만이다.

사 먹는 김치는 브랜드마다 짠맛과 발효 정도가 제각각이라, 입에 딱 맞는 걸 찾기까지 이것저것 사보느라 오히려 돈이 더 나가기도 한다.

물론 바쁜 시기엔 완제품 김치도 요긴하다.

특히 통배추김치처럼 큰 통을 사면 작은 병보다 파운드당 단가가 낮아지니, 그럴 땐 작은 병 여러 개보다 큰 것 하나를 고르는 편이 낫다.

다만 냉장고에 배추 한두 통 놔두고 틈날 때 담가보면,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지 않고 비용도 확실히 줄어든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담근 김치를 이웃과 나눠 먹으면 정도 쌓이고, 결과적으로 밖에서 쓸 돈을 줄이는 셈이니 이래저래 남는 장사다.

누가 대신 물가를 낮춰주길 바라며 앉아있기보다,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내가 직접 지출을 줄이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

결국 살림도 큰 틀에서 보면 스스로 벌고 스스로 아끼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번 주말엔 다시 배추를 사다가 김치를 담가볼 참이다. 마트 값표 앞에서 또 손이 멈칫하고 싶지는 않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