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bor City 없이는 탬파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 Tampa - 1

탬파에 처음 온 분들을 Ybor City에 데려가면 의외라는 반응을 많이 합니다. 플로리다 하면 야자수와 해변, 새로 지은 콘도부터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이보르 시티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져요.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과 발코니가 보이고 거리에는 쿠바와 스페인 문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사실 탬파의 역사를 알려면 이보르 시티부터 알아야 합니다. 이 지역은 1880년대 시가 제조업자 Vicente Martinez Ybor가 탬파에 공장을 세우면서 본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따뜻하고 습한 기후에 철도와 항구까지 갖춘 탬파가 시가 생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죠.

공장이 들어오자 쿠바 출신 시가 노동자들이 대거 이주했고 스페인계와 이탈리아계 이민자들도 모여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시가를 기계가 아니라 숙련된 노동자들이 손으로 말아 만들었기 때문에 많은 인력이 필요했어요. 공장 주변으로 노동자 주택과 상점, 식당, 클럽이 생기면서 하나의 거대한 이민자 도시가 만들어진 겁니다.

전성기에는 탬파에서 수많은 시가 공장이 돌아갔고 엄청난 양의 시가가 생산됐습니다. 탬파가 지금도 Cigar City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지금 우리가 보는 금융, 의료, 관광 중심의 탬파가 있기 훨씬 전에는 시가 산업이 탬파 경제를 먹여 살렸던 셈입니다.

이보르 시티를 걸어보면 그 흔적을 지금도 볼 수 있습니다. 중심은 7th Avenue, 스페인어로 La Séptima라고 부르는 거리입니다. 오래된 건물 사이에 식당과 카페, 시가 가게, 바와 클럽이 이어져 있어 낮과 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요.

Ybor City 없이는 탬파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 Tampa - 2

낮에는 역사적인 건물 구경하면서 천천히 걷기 좋고,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에는 탬파의 대표적인 나이트라이프 거리로 변합니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Columbia Restaurant입니다. 1905년에 문을 연 유서 깊은 식당으로 한 세기가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쿠바와 스페인의 영향을 받은 음식으로 유명하고 플라멩코 공연을 볼 수 있는 날도 있어서 탬파에 손님이 오면 한번 데려가 볼 만합니다. 단순히 오래된 식당이라기보다 이보르 시티 이민 역사를 보여주는 장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조금 더 제대로 알고 싶다면 Ybor City Museum State Park도 들러볼 만합니다. 옛 시가 노동자들의 생활과 이 지역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알고 나서 거리를 다시 걸어보면 그냥 오래된 건물들이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보르 시티가 처음부터 관광지로 만들어진 동네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사람들이 실제로 일하고 살면서 언어와 음식, 음악과 문화를 섞어 만든 생활공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다른 플로리다 관광지와는 느낌이 확실히 다릅니다.

저는 탬파에 처음 오는 분이라면 해변만 보고 가지 말고 반나절 정도는 이보르 시티에 써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낮에는 박물관과 거리를 둘러보고 오래된 시가 가게도 구경하고, 저녁에는 Columbia에서 식사를 해보는 겁니다. 그러고 나면 탬파가 단순히 따뜻한 플로리다 도시가 아니라 여러 이민자들이 100년 넘게 함께 만들어온 도시라는 게 보이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