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년마다 위내시경, 미국 의사는 왜 안 권할까 - Washington - 1

한국 다녀온 지인이 건강검진 결과지를 자랑하듯 보여준 적이 있어요. 수면 위내시경까지 깔끔하게 끝냈다면서요.

그 얘기를 듣고 저도 주치의한테 위내시경 좀 받고 싶다고 했죠. 돌아온 대답은 아주 미국적이었습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굳이 필요 없다는 거예요.

순간 좀 억울했습니다. 한국에선 마흔 넘으면 다들 2년마다 받는 걸, 여기선 왜 안 해주나 싶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제대로 찾아봤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의사가 게으른 게 아니라, 두 나라가 보고 있는 숫자 자체가 다르더라고요.

먼저 한국 쪽부터요. 한국 국가암검진사업은 만 40세 이상 성인에게 2년마다 위암 검진을 제공합니다. 검사 방법은 주로 위내시경이고, 개인 위험도와 상관없이 전 국민 대상이에요.

이게 가능한 이유는 한국이 세계적으로 위암 발생률이 높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환자가 많으니 다 같이 검사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계산이 나오는 거죠.

그러니까 한국의 2년 주기 검진은 위암이 흔한 나라에서 일찍 찾아내 일찍 치료하자는 전략이에요. 조기에 발견하면 내시경으로 떼어내는 치료까지 가능하니, 국가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인 셈입니다.

그럼 미국은 어떨까요. 미국암학회는 2026년 미국의 위암 신규 환자를 31,510명, 사망자를 10,740명으로 추정했습니다.

진단 평균 나이는 68세예요. 인구 3억이 넘는 나라에서 이 정도면 흔한 암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는 일반인 대상 위암 검진 권고를 따로 내지 않고 있어요. 대장암이나 유방암처럼 몇 살부터 몇 년마다 받으라는 공식 기준이 없는 겁니다.

기준이 없으면 보험사 입장에서도 증상 없는 사람의 위내시경을 예방 검진으로 쳐주기 애매해지죠. 의사가 선뜻 권하지 않는 현실적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쉽게 말해 미국 의료 시스템은 평균적인 미국인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요. 문제는 우리가 그 평균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죠.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미국소화기학회(AGA)가 2024년 말에 낸 위암 검진 임상 업데이트에 우리 얘기가 나와요.

미국 안에도 위암 고위험군이 있고, 이들은 검진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 첫 번째로 꼽힌 게 위암 발생률이 높은 지역에서 온 이민 1세대예요.

네, 한국에서 태어나 건너온 우리 같은 사람들이 딱 거기 해당합니다. 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있었던 사람, 특정 유전성 증후군이 있는 사람도 고위험군에 들어가고요.

AGA는 검사 방법으로 위내시경을 가장 좋은 선택으로 봤습니다. 직접 들여다보고 의심 부위를 바로 조직검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이야기도 빠지지 않습니다. 고위험군은 이 균 검사를 고려하고, 양성이면 제균 치료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어요.

양성이 나온 사람과 같이 사는 성인 가족도 검사를 고려하라고 했습니다. 찌개 하나에 숟가락 여러 개 넣는 우리 식탁 문화를 생각하면 좀 뜨끔하죠.

다만 간격은 한국처럼 딱 정해져 있지 않아요. 위축성 위염이 심하거나 장상피화생이 넓게 있는 사람은 3년마다 추적 검사를 고려하라는 정도입니다.

첫 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그다음은 위험 요인과 본인 선호에 따라 정하라고 돼 있어요. 최적의 간격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솔직하게 적어놨더라고요.

비용 얘기도 해볼게요.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비용 효과 분석에서 대장내시경 받을 때 위내시경을 같이 하는 방식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한국계, 중국계, 일본계에서 효율이 가장 좋게 나왔다고 해요. 어차피 마취하고 누운 김에 위아래 한 번에 보는 거니까, 원 플러스 원 느낌이랄까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저라면 주치의 앞에서 그냥 내시경 해주세요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할 거예요. 저는 한국에서 태어난 이민 1세대고, AGA가 고위험군으로 분류한 그룹이라고요.

가족력이 있다면 그것도 꼭 같이 말해야 합니다. 의사도 근거가 있어야 소화기내과로 리퍼를 써주기 편하거든요.

보험 적용은 플랜마다 다르니 검사 전에 보험사에 커버 여부와 본인 부담을 꼭 확인하세요. 예방 검진으로 들어가는지, 진단 검사로 들어가는지에 따라 청구서가 확 달라질 수 있어요.

한국 갈 일이 있다면 현지 건강검진을 활용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다만 결과지는 꼭 챙겨 와서 미국 주치의에게 공유하세요.

물론 이 글은 정보 정리일 뿐이고, 검사가 필요한지는 개인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본인 병력과 복용 약을 잘 아는 의사, 약사와 꼭 상의하세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고위험군 기준이 보험 제도에도 좀 더 반영됐으면 좋겠어요. 평균에서 벗어난 사람도 제때 검사받을 수 있어야 공정한 시스템이니까요.

그 전까지는 우리가 먼저 말을 꺼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위는 말을 못 하니까, 주인이라도 대신 말해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