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파이널 역사상 가장 쓰라린 패배의 주인공이 되버린 스퍼스  - San Antonio - 1

NBA 파이널 역사상 가장 쓰라린 패배의 주인공이 되버린 스퍼스  - San Antonio - 2

하 진짜 지금도 손이 떨립니다. 솔직히 오늘 경기 끝나고 멍한 기분에 차마 TV를 끄지 못했습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 팬으로서 수많은 명승부를 봤지만, 이렇게 허망하고 충격적인 패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화가 나는 건 스퍼스가 못해서 진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니 졌으니까 못한거는 맞습니다.

한마디로 오늘 스퍼스는 역사적인 경기를 했습니다.

문제는 뉴욕 닉스도 역사적인 경기를 했다는 것입니다.

1쿼터부터 스퍼스는 완전히 다른 팀이었습니다.

시리즈 1, 2차전에서 닉스에게 당했던 패배를 한꺼번에 갚아주겠다는 듯 달려들었습니다.

원정 경기인데도 매디슨 스퀘어 가든이 마치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질 정도였습니다.

경기장에 가득 찼던 엄첨나게 비싼 표 (최저 4천불, 최고 7만 5000불) 구입하고 들어온 2만 명의 뉴욕 팬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코트를 바라봤고, 스퍼스 선수들은 마치 홈경기를 하는 것처럼 자신감 넘치게 공격했습니다.

빅터 웸반야마는 골밑을 장악했고, 딜런 하퍼는 신인답지 않은 배짱을 보여줬습니다. 데빈 바셀의 슛은 림을 스치기만 하면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1쿼터가 끝났을 때 점수는 41대22.

NBA 파이널 역사상 원정팀이 1쿼터 종료 시점에 만든 최대 리드였습니다.

전반전은 더 미쳤습니다.

3점슛이 대박으로 다 들어가듯이 점수가 쏟아졌습니다.

전반에만 무려 14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며 NBA 파이널 역사상 전반 최다 3점슛 기록을 세웠습니다.

하프타임 스코어는 76대49.

매디슨 스퀘어 가든이 장례식처럼 조용하게 얼어붙었습니다.

시리즈 1, 2차전에서 당한 홈 경기의 아쉬운 패배를 한꺼번에 갚아주는 느낌이었습니다.

3쿼터 초반에는 81대52.

무려 29점 차였습니다.

미국 통계 사이트들의 승리 확률은 스퍼스 99% 이상을 찍었습니다.

사실 그때 저는 이미 토요일에 프로스트 뱅크 센터에서 열릴 5차전만 이기면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악몽이 시작됐습니다.

클러치 슈퍼맨들이 모인팀인 올해의 뉴욕 닉스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제일런 브런슨은 36점을 넣으며 경기 전체를 뒤집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슈퍼맨 OG 아누노비는 무려 33점을 기록하며 외곽에서 불을 뿜었습니다.

칼 앤서니 타운스는 파울 트러블 속에서도 버텼고, 벤치의 호세 알바라도까지 결정적인 득점을 올렸습니다.

NBA 파이널 역사상 가장 쓰라린 패배의 주인공이 되버린 스퍼스  - San Antonio - 3

반면 스퍼스는 갑자기 얼어붙었습니다.

3쿼터에만 겨우 14점을 넣었고, 3점슛은 12개 중 2개만 성공했습니다.

턴오버는 늘어나고 공격 흐름은 끊어졌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30초를 남기고 스테폰 캐슬이 자유투 두 개를 넣었을 때는 아직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106대105.

1점 차 리드.

그리고 브런슨의 점퍼가 빗나갔습니다.

그 순간 겨우 이기고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오늘의 역적 디애런 팍스의 레이업이 OG 아누노비에게 블록당했습니다.7초 남았는데 공격 파울만 유도해서 받으면 끝이었으니까요.

그걸 무리하게 넣다가 실패해서.....다시 공격권을 넘겨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마지막 1.2초.

브런슨이 던진 3점슛이 림 앞을 맞고 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OG 아누노비가 마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뛰어내린 사람처럼 솟아올랐습니다.

웸반야마 옆을 파고들어 딜런 하퍼 위에서 공을 건드려서.. 아니 운좋게 건드린게 그대로 골이 되어 팁인을 성공시켰습니다.

107대106.

닉스 역사는 물론 NBA 파이널 역사상 가장 위대한 리바운드 중 하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남은 1.2초.

마지막 희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바운드 패스를 받으려던 스테폰 캐슬이 공을 놓쳤습니다. 여기서 파울을 불러줄까? 했는데...

경기 종료.

매디슨 스퀘어 가든은 폭발했습니다.

닉스는 NBA 파이널 역사상 최대 역전승을 기록했습니다.

반대로 스퍼스는 NBA 파이널 역사상 가장 큰 리드를 날린 팀이 됐습니다.

아니 99% 확율의 승리를 놓치다니.

후반에 들어가지도 않는 3점슛 보면서 어어.. 했는데.. 감독은 뭘하는건지.

정말 아픕니다.

이번 패배는 아마 선수들에게 몇 달 동안 따라다닐 것입니다.

그리고 스퍼스 팬들에게도 오래 남을 것입니다.

29점 차를 앞서고도 진 경기라니 이건 현실이 너무 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