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조 때문에 싸우는 부부, 남의 일이 아니더라고요 - Los Angeles - 1

친구가 얼마 전에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밸리에 사는 사촌여동생이 어릴 때부터 정말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대요.

교회 활동에 열심이신 어머니 따라서 교회에서 자라다시피 했고 주일예배는 물론이고 봉사도 한 번을 빠지지 않았다고 하고요.

그런데 작년에 무교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갈등이 생겼다는 거예요.

문제는 십일조였습니다.

아내는 결혼했으니 부부의 소득도 하나님께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남편에게도 함께 십일조를 내자고 했대요.

남편은 "나는 교회도 안 다니는데 왜 내 월급까지 교회에 내야 하냐"며 반대했고, 결국 크게 다퉜다고 합니다.

남의 일 같지만 제가 사는 LA만 해도 한인교회에서 의외로 자주 들리는 이야기예요.

특히 신앙이 다른 사람끼리 결혼했거나 한 사람만 열심히 교회를 다니는 경우, 돈 문제가 신앙 문제와 얽히면서 갈등이 커지곤 합니다.

그럼 미국 사람들은 실제로 얼마나 헌금을 할까요? "미국 교회는 다 십일조를 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복음주의 교회에서는 소득의 10%를 성경적 기준으로 가르치는 곳이 많지만, 실제로 꾸준히 10% 이상을 내는 사람은 소수예요.

한 조사에서는 기독교인 중에서도 소득의 10% 이상을 교회에 내는 사람이 20% 정도였고 나머지는 형편에 따라 금액을 정하거나 불규칙하게 헌금한다고 답했습니다.

가톨릭은 분위기가 또 달라요. 신자에게 반드시 10%를 내라는 규정은 없고 형편에 맞게 기부하도록 권합니다.

사실 성당은 매주 미사보러가서 헌금 1불내고 다닌다는 사람도 있다고 할 정도였죠.

저는 이게 돈 문제라기보다 가치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에게 십일조는 하나님과의 약속일 수 있어요.

반대로 종교가 없는 사람에게는 내가 동의하지 않는 곳에 내 노동의 대가를 내라는 요구로 느껴질 수 있고요.

그래서 결혼에서는 이런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상대의 신앙을 존중하는 만큼 상대의 양심과 경제관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

생활비는 함께 관리하되 믿는 배우자가 자기 용돈이나 개인 수입에서 헌금하는 부부도 있고, 서로 합의한 금액만 정해두는 부부도 있습니다.

상대를 설득하려 하기보다 둘 다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게 핵심이에요.

돈 이야기는 부부 싸움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거기에 종교까지 얽히면 감정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어요.

아무리 좋은 뜻으로 드리는 헌금이라도 배우자의 신뢰를 잃을 정도라면, 한 번쯤 서로의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먼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