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텍사스 처음 와서 가장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여기 고등학교 대항 미식축구의 뜨거운 열기였습니다.
한국에서는 고교 야구정도가 제 기억에 대중적 이었다면, 미국 특히 텍사스에서는 고등학교 풋볼팀의 경기가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실제로 경기가 있는 날에는 "고등학생 경기인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하고 놀라는 분들이 정말 많죠.
그 분위기를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프라이데이 나이트 라이츠(Friday Night Lights, 2004)입니다.
이 영화는 기자 버즈 비싱어(Buzz Bissinger)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제작됐고, 빌리 밥 손턴(Billy Bob Thornton)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실제 텍사스 오데사의 퍼미안 하이스쿨(Permian High School)이 1988년 시즌을 치르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영화보고 느낀게 사실상 텍사스 전체의 풋볼 문화를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영화를 보면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 충격적으로 느껴지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경기 하나에 온 도시가 들썩이고 지역 식당과 상점에서는 경기 이야기가 하루 종일 이어집니다.
학생 선수들은 마치 한국의 인기 연예인처럼 대접받고, 주민들은 승패에 따라 한 주의 기분이 달라질 정도입니다.
처음 보면 "설마 영화니까 과장한 거겠지?" 싶지만, 텍사스에서는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 부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학 입시가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라면, 미국 특히 남부에서는 풋볼 장학금이 인생을 바꾸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학생에게는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도 이런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선수들의 미래와 가족의 희망이 함께 걸려 있는 이야기인 셈입니다.
빌리 밥 손턴이 연기한 코치는 승리를 원하는 지도자이면서도 학생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교육자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선수들은 경기 압박뿐 아니라 가정환경, 부상, 인종 문제, 진학 문제까지 다양한 현실을 마주합니다. 그래서 스포츠 영화라기보다 한 편의 성장 드라마에 더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흥행 성적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제작비 약 3천만 달러로 만들어졌고, 북미에서 약 6,100만 달러, 전 세계적으로 약 6,300만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거두며 손익분기점을 충분히 넘겼습니다.
평론가들의 평가도 높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 스포츠 영화의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습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2006년에는 NBC에서 동명의 TV 시리즈가 제작됐고, 무려 5시즌 동안 방영되며 텍사스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텍사스에 살다 보면 금요일 저녁마다 경기장 조명이 환하게 켜지고, 수천 명의 주민들이 학교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휴스턴, 댈러스, 샌안토니오 같은 대도시 교외 지역도 예외가 아닙니다. 학교 응원복을 입은 학생들, 밴드 공연, 치어리더, 학부모들의 응원까지 모두 지역 축제처럼 진행됩니다.
만약 텍사스로 이주를 준비하거나 자녀가 미국 고등학교에 다닐 예정이라면, 프라이데이 나이트 라이츠는 꼭 한 번 볼 만한 영화입니다.
룰을 모두 몰라도 괜찮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미국 사람들이 왜 금요일 밤이면 경기장으로 향하는지, 그리고 왜 텍사스에서 "풋볼은 종교와 같다"는 말까지 나오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단순한 스포츠 영화 한 편이 아니라 미국 남부의 문화와 공동체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입문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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