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에서 오래 살다 보니 겨울이 다가올 때마다 신경 쓰이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비입니다.
평소에는 비 한 방울 안 내리다가도 한번 폭풍이 지나가면 도로가 물에 잠기고, 산비탈에서 흙이 쏟아지고 곳곳에서 사고가 발생하니까요.
한국에서도 강력한 엘니뇨에 대비해야 한다는 기상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엘니뇨가 강해지면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겨울 날씨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평소보다 높아지는 현상입니다.
단순히 바닷물이 따뜻해지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대기 흐름과 제트기류에 영향을 주면서 세계 여러 지역의 날씨를 바꿔 놓습니다.
특히 미국은 지역에 따라 그 영향이 상당히 다릅니다.
강한 엘니뇨가 발생하면 미국 남부를 지나는 폭풍 경로가 활발해지면서 남가주에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비가 얼마나 많이 오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짧은 시간에 집중되느냐입니다.
LA는 산과 주택가가 가까운 지역이 많습니다. 산불이 지나간 산비탈에 폭우까지 쏟아지면 토석류가 발생할 위험도 커집니다.
미국 중부, 눈과 추위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중부 지역은 조금 복잡합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미국 북부 평원과 중서부 일부 지역은 평년보다 온화한 겨울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눈이 적게 오거나 한파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트기류가 움직이는 위치에 따라 갑자기 강한 겨울 폭풍이 발생할 수 있고, 하루 사이에 기온이 크게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시카고처럼 겨울이 혹독한 도시에서는 평균기온이 조금 높아진다고 해도 폭설 한 번에 교통과 항공편이 마비될 수 있습니다.
미국 남부, 비가 많아질 가능성
텍사스에서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를 거쳐 플로리다까지 이어지는 남부 지역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엘니뇨가 강한 겨울에는 미국 남부가 평소보다 습하고 서늘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걸프 연안에서는 저기압과 강한 비, 뇌우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텍사스는 지역이 워낙 넓어 서부와 동부의 날씨가 다르지만, 겨울철 강수량이 늘어나면 도로 침수와 교통사고가 걱정됩니다.
남부는 겨울 폭풍에 익숙하지 않은 지역도 많아 갑작스러운 결빙이 발생하면 생활에 큰 불편을 줄 수 있습니다.
미국 동부, 북부와 남부가 다르다
동부 역시 하나로 묶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뉴욕과 보스턴을 비롯한 북동부는 엘니뇨가 발생했다고 반드시 폭설이 많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폭풍의 경로와 기온에 따라 눈 대신 비가 내릴 수도 있고, 반대로 강한 해안 저기압이 발달하면 상당한 눈이 쌓일 수도 있습니다.
반면 조지아와 캐롤라이나, 플로리다 등 남동부는 강수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비교적 뚜렷합니다.
결국 미국 전체가 따뜻해진다거나 모든 지역에 폭우가 쏟아진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볼 문제는 아닙니다.
한국도 겨울철 날씨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 역시 엘니뇨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면 겨울철 기온과 강수량이 평년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한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시베리아의 찬 공기가 일시적으로 내려오면 강한 추위가 찾아올 수 있고,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가 만나면서 많은 눈이 내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런 극단적인 날씨 변화입니다.
평균적으로 따뜻한 겨울이라고 해도 며칠 동안의 폭우나 한파가 사람들의 생활에는 훨씬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니까요.
이번 겨울은 미리 준비하는 게 좋겠다
미국 해양대기청 NOAA가 지난 10월 15일 발표한 겨울 전망을 보니 걱정이 단순한 기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2026년 12월부터 2027년 2월까지 미국 북부는 평년보다 따뜻하고, 남부와 동부는 비가 많이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특히 이번 엘니뇨는 역대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발달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계절 전망이 정확한 폭우 날짜나 강설량까지 알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엘니뇨가 강하다고 모든 지역에 재난이 발생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LA에 사는 입장에서는 겨울을 가볍게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저희 집 주변 배수구도 한번 확인하고,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산길 운전도 피할 생각입니다. 자동차 타이어와 와이퍼도 미리 점검해 두려고 합니다.
평소에는 날씨 좋은 남가주가 참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연재해 앞에서는 캘리포니아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이번 겨울을 대비하고 있다는데, 미국에 사는 우리도 조금 일찍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겨울은 부디 큰 피해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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