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즌베리라는 이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무슨 브랜드 이름인 줄 알았어요. 블랙베리도 라즈베리도 아닌 애매한 보라색 열매인데, 알고 보니 사람 이름이 붙은 과일이더라고요.
그런데 이 과일, 하마터면 잡초밭에서 그대로 사라질 뻔했어요. 그걸 살려낸 사람이 부에나파크의 농부 월터 넛이에요.
이야기의 출발점은 루돌프 보이즌이라는 원예가예요. 1921년부터 1950년까지 애너하임 시 공원 관리 책임자로 일했던 사람이죠.
보이즌은 1920년대에 여러 베리 품종을 교배하는 실험을 했어요. 블랙베리, 라즈베리, 로건베리 계열이 섞인 하이브리드로 알려져 있어요.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 함께하던 파트너가 세상을 떠났고, 본인도 사고로 허리를 크게 다치면서 상업화는 물 건너갔대요.
결국 그는 실험을 접고 농장도 팔아버렸어요. 열매는 크고 맛있었는데, 키워줄 사람이 없으니 그냥 방치된 거죠.
1920년대 후반, 미국 농무부(USDA)의 베리 전문가 조지 다로우가 이 소문을 추적하기 시작했어요. 애너하임 어딘가에서 크고 붉은 보라빛 베리가 자랐다는 이야기였죠.
다로우는 베리 재배로 이름이 나 있던 월터 넛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두 사람이 찾아간 보이즌의 옛 농장은 잡초로 뒤덮여 있었다고 해요.
그 속에서 겨우 버티던 몇 그루의 덩굴을 발견했어요. 말 그대로 죽어가는 상태였대요.
넛은 이 덩굴들을 부에나파크 자기 농장으로 옮겨 심었어요. 그리고 다시 열매를 맺을 때까지 직접 돌봤죠.
참고로 넛 부부가 부에나파크 근처에 자리 잡은 건 1920년이에요. 그 무렵 가족은 베리 묘목을 팔고 길가 가판대에서 열매와 잼을 팔며 생계를 꾸렸대요.
1932년, 넛은 농장 가판대에서 이 베리를 팔기 시작했어요. 손님들이 이름을 묻자 만든 사람의 이름을 따서 보이즌베리라고 불렀대요.
여기서 analyst 모드로 한마디 하자면, 자료마다 디테일이 조금씩 달라요. 연도를 1933년으로 적은 곳도 있고, 넛이 보이즌에게 직접 묘목을 받았다는 버전도 있어요.
그래도 핵심 줄거리는 같아요. 보이즌이 만들고, 다로우가 추적하고, 넛이 살려내서 이름을 붙였다는 것.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적인 건 넛이 자기 이름을 안 붙였다는 점이에요. Credit을 원래 주인에게 돌린 거잖아요.
그 다음 전환점은 대공황이었어요. 농장 살림이 빠듯해지자 아내 코델리아 넛이 1934년 6월 프라이드치킨 저녁을 팔기 시작했어요.
국립공원관리청(NPS) 자료에 따르면 첫날 판 저녁은 8인분, 가격은 한 접시에 65센트였어요. 디저트로는 당연히 보이즌베리 파이가 나갔고요.
이 치킨 디너가 대박이 나면서 대기 시간이 몇 시간씩 늘어났대요. 기다리는 손님들 심심하지 말라고 넛이 1940년부터 서부 개척시대 풍 마을을 짓기 시작했어요.
그게 지금 우리가 아는 넛츠베리팜의 고스트타운이에요. 놀이공원이 먼저가 아니라, 베리와 치킨이 먼저였던 거죠.
입장료를 처음 받은 건 1968년이고, 그때 금액이 25센트였어요. 지금 티켓값 생각하면 좀 아찔하네요.
코델리아는 1974년, 월터는 1981년에 세상을 떠났어요. 이후 가족 경영을 거쳐 시더페어에 넘어갔고, 2024년 7월 시더페어와 식스플래그스 합병이 마무리되면서 지금은 식스플래그스 소속이에요.
주인은 계속 바뀌었는데 보이즌베리는 여전히 이 공원의 정체성이에요. 2014년 2주짜리 작은 행사로 시작한 보이즌베리 페스티벌이 매년 봄 열리고 있거든요.
2025년에 10주년을 맞은 페스티벌에서는 80가지가 넘는 음식과 음료가 나왔대요. 보이즌베리 바비큐 숏립 라자냐 같은, 상상도 못 한 메뉴까지요.
재밌는 사실 하나 더. 공원 안 실버불릿 롤러코스터 아래에는 지금도 보이즌베리 덩굴이 자라고 있대요.
정작 이 과일의 고향은 캘리포니아지만, 오늘날 세계 최대 생산국은 뉴질랜드로 알려져 있어요. 미국 안에서는 오리건이 상업 재배의 중심이고요.
보이즌 본인도 잊히지 않았어요. 애너하임에는 그의 이름을 딴 24에이커 규모의 보이즌 파크가 있어요.
이 이야기를 보면서 저는 혁신이 한 사람의 천재성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든 사람, 찾아낸 사람, 키운 사람이 각각 있었으니까요.
특히 공공기관 연구자가 민간 농부와 손잡고 사라질 품종을 살렸다는 점이 좋아요. 농업 연구 같은 public infrastructure가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사례 같거든요.
혹시 남가주에 갈 일이 있다면 넛츠베리팜 입구 쪽 마켓에서 보이즌베리 잼 하나 사보세요. 공원 입장 안 해도 들를 수 있는 가게들이 있어요.
그리고 한 입 먹을 때 잡초밭에서 버티던 덩굴 몇 그루를 떠올려 보시길. 저는 그 생각 하면 잼 맛이 좀 달라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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