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에 앉아 숨을 고르다 보니 창밖 나뭇가지가 거의 다 비어 있었습니다. 잎을 다 내려놓은 나무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그러다 문득 올해도 도심의 나무들에 불이 켜질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매그니피센트 마일 빛 축제는 11월 21일 토요일에 열립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그렇게 나와 있고, 지역 방송 보도도 같은 날짜를 전합니다. 다만 공식 페이지 한쪽에 작년 날짜인 22일이 남아 있으니 헷갈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난해가 34회였으니 올해는 35번째 축제가 됩니다. 한 도시가 같은 거리에서 같은 불빛을 서른다섯 해 동안 켜 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조용히 감탄하게 됩니다.
퍼레이드는 오후 5시 30분에 시작합니다. 오크 스트리트와 미시간 애비뉴가 만나는 곳에서 출발해 남쪽으로 내려옵니다. 보도에 따르면 듀세이블 다리를 막 건넌 와커 드라이브 부근에서 끝납니다.
행렬이 지나가면 거리의 200여 그루 나무에 100만 개의 불빛이 차례로 켜집니다. 올해 그랜드 마셜은 미키 마우스와 미니 마우스라고 합니다. 마지막 꽃차에는 산타클로스가 타고 옵니다.
불꽃놀이는 공식 페이지 기준으로 저녁 7시 30분, 미시간 애비뉴 쪽 시카고 강 위에서 시작합니다. 일부 기사는 7시 15분으로 적고 있으니 조금 일찍 자리를 잡는 편이 낫겠습니다. 강을 따라 난 와커 드라이브에서 보기 좋다고 안내돼 있습니다.
낮에는 라이츠 페스티벌 레인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립니다. 노스 미시간 애비뉴 401번지 일대에서 공연과 음악, 가족 행사가 이어진다고 합니다. 올해 출연진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날 차를 몰고 도심에 들어가는 일은 권하지 않습니다. 공식 안내에 따르면 도로 통제가 이르면 오후 3시부터 시작됩니다. 주차장을 찾아 헤매다 보면 불빛을 보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지칩니다.
그래서 저는 기차를 탑니다. 알링턴하이츠역은 메트라 UP-NW 노선에 있고, 종점인 오길비 교통센터까지 22.9마일 거리입니다.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마을들을 보는 시간이 그대로 짧은 명상이 됩니다.
요금 구역으로 보면 알링턴하이츠는 3구역입니다. 평일 편도라면 구역에 따라 값이 달라지지만, 토요일에는 따로 셈할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메트라 요금 안내에는 토요일이나 일요일 하루 동안 전 노선을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7달러짜리 데이 패스가 나와 있습니다. 왕복만 해도 본전이니 축제 날에는 이것이 가장 단순한 선택입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모두 쓰는 10달러 위켄드 패스도 있는데, 이건 벤트라 앱에서만 판다고 합니다. 이틀 연속 시내에 나갈 계획이 아니라면 하루짜리로 충분합니다.
올해 2월부터 메트라 요금이 올랐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떠나기 전에 메트라 홈페이지나 벤트라 앱에서 그날 가격을 한 번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65세 이상이나 메디케어 수혜자라면 RTA 할인 요금 허가증으로 할인 승차권을 살 수 있습니다. 허가증이 있어야 적용되니 미리 발급 여부를 확인해 두는 게 좋습니다.
주말 시간표는 평일보다 열차 간격이 넓습니다. 저녁 퍼레이드에 맞춘다면 오후 2시나 3시 무렵 열차를 타는 것이 마음 편합니다. 정확한 시각은 메트라 앱의 토요일 시간표로 확인하면 됩니다.
오길비에 내리면 미시간 애비뉴까지는 동쪽으로 한참 걸어야 합니다. 걷기가 부담스러우면 CTA 버스를 이용하면 되고, 날씨가 괜찮다면 강을 따라 천천히 걷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걷는 쪽을 택합니다. 빌딩 사이로 해가 기울고 강물 색이 조금씩 어두워지는 걸 보며 걷다 보면,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걸 다시 알게 됩니다.
퍼레이드는 북쪽에서 출발해 강 쪽으로 내려오고, 불꽃은 강 위에서 터집니다. 둘 다 볼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강에 가까운 쪽에 자리를 잡는 게 동선이 짧습니다.
11월 저녁의 시카고 강바람은 생각보다 매섭습니다. 두꺼운 외투와 장갑, 모자는 꼭 챙기십시오. 오래 서 있어야 하니 따뜻한 차를 보온병에 담아 가면 한결 낫습니다.
인파가 몰리는 행사인 만큼 귀가 열차도 붐빕니다. 불꽃이 끝나자마자 역으로 몰려가기보다 근처에서 잠시 쉬었다 한 대쯤 늦게 타는 것이 오히려 편합니다.
사람 많은 곳이 힘든 분이라면 집에서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퍼레이드는 abc7chicago.com에서 생중계되고, 다음 날인 22일 일요일 저녁 6시부터 7시까지 ABC7에서 재방송됩니다.
그래도 저는 한 번쯤은 직접 가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화면으로 보는 불빛과 찬 공기 속에서 보는 불빛은 같은 불빛이 아닙니다.
해마다 이 거리에 서 보면 깨닫는 게 하나 있습니다. 나무는 잎을 다 떨군 뒤에야 불빛을 입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워야 채워진다는 말이 그 장면 앞에서는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무성한 여름 나무였다면 저 작은 전구들이 그렇게 또렷하게 빛나지 않았을 겁니다.
이민 와서 오래 살며 많은 것을 붙잡고 또 내려놓았습니다. 돌아보면 손에서 놓은 자리마다 다른 것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군중 속에서도 잠깐 눈을 감고 숨을 세어 보십시오. 북소리와 아이들 웃음소리, 강바람 소리가 하나로 섞이는 순간이 옵니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말은 그런 때를 위해 있는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기차 안은 대개 조용합니다. 다들 조금 지치고, 조금 따뜻해진 얼굴로 창밖 어둠을 봅니다.
올해는 차 열쇠를 내려놓고 7달러짜리 패스 한 장으로 다녀오시길 권합니다. 가볍게 떠난 길이 가장 많이 채워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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