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 샌안토니오와 가뭄의 진실 - San Antonio - 1

샌안토니오에 처음 이사 온 사람들이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가 있습니다.

도시 인구만해도 160만명이 넘고, 도시 끝에서 끝까지 한시간 걸리는 미국에서 7번째로 큰 도시가 강이나 호수보다 지하수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한다는 사실입니다.

샌안토니오 주민들이 마시는 수돗물의 대부분은 도시 아래를 흐르는 에드워즈 대수층(Edwards Aquifer)에서 나옵니다.

대수층(Aquifer)은 쉽게 말해 지하에 있는 거대한 천연 물탱크입니다.

텍사스 땅만 파면 나오는 석회암처럼 물이 잘 통과하는 지층 사이에 빗물이 오랜 시간 스며들어 저장된 공간을 말합니다.

강이나 호수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물을 파면 이 물을 끌어올려 식수나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수층도 빗물이 계속 스며들어야 다시 채워지기 때문에 가뭄이 오래 지속되거나 사용량이 너무 많으면 수위가 낮아지고 물 부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가 많이 오면 대수층 수위가 금방 올라가고, 반대로 가뭄이 오래 이어지면 수위도 빠르게 떨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하수니까 계속 퍼 올려도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수층도 결국 빗물이 채워줘야 유지됩니다. 몇 달 동안 비가 적게 오면 충전량보다 사용하는 물이 많아지면서 수위가 내려갑니다.

그래서 샌안토니오에서는 에드워즈 대수층 수위를 기준으로 물 사용 제한(Stage 1~5)이 발령됩니다.

수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잔디 물 주는 날짜와 시간까지 제한하는 이유입니다.

샌안토니오는 원래 가뭄이 잦은 도시입니다. 연평균 강수량은 약 30인치 정도지만, 비가 고르게 오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해에는 폭우로 홍수가 나고, 또 어떤 해에는 몇 달 동안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일이 반복됩니다.

비가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 샌안토니오와 가뭄의 진실 - San Antonio - 2

재미있는 점은 샌안토니오가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걱정하는 도시라는 것입니다. 이게 좀 웃기죠.

하루에 엄청난 폭우가 내려 도로가 잠길 수도 있지만, 그 비가 모두 대수층을 채우는 것은 아닙니다.

비가 너무 강하게 오면 그냥 흘러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천천히 내리는 비가 오히려 지하수 충전에 더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샌안토니오는 오래전부터 물 절약 정책에 상당히 적극적입니다.

절수형 변기와 샤워기 보급을 장려하고, 물을 많이 사용하는 잔디 대신 가뭄에 강한 토종 식물을 심는 '제로스케이프(Xeriscape)' 조경도 권장합니다.

여름철 잔디가 갈색으로 변해 있는 집이 많은 것도 물 사용 제한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다행인 것은 샌안토니오가 에드워즈 대수층 하나에만 의존하지 않기 위해 꾸준히 대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하수 외에도 재생수 활용을 확대하고, 염분이 있는 지하수를 담수화하는 시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구가 계속 증가하더라도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한 장기 계획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결국 샌안토니오의 물은 하늘과 땅이 함께 만드는 자원입니다.

샌안토니오를 이해하려면 보이지 않는 지하의 거대한 대수층과 그 물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함께 알아두는 것이 필요할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