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안토니오에 살면서 스퍼스를 계속 보다 보면 요즘 참 묘한 기분이 든다.
몇 년 전만 해도 경기를 보면서 "도대체 언제 다시 우승 후보가 되나" 싶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반대다.
지금 너무나도 잘나가는 로스터 멤버들이 앞으로 어디까지 올라갈지가 더 궁금하다.
무엇보다 빅터 웸반야마가 이제 겨우 23살이다.
7피트 4인치의 키에 수비 범위는 이미 NBA 최고 수준이고, 공격 기술까지 계속 늘고 있다.
보통 이 정도 선수가 한 명 있으면 그 선수를 중심으로 5년 정도 우승에 도전할 팀을 만든다.
그런데 스퍼스는 웸비 주변 선수들까지 너무 젊다.
스테폰 캐슬은 22살, 딜런 하퍼는 21살이다. 여기에 카터 브라이언트도 21살, 새롭게 들어온 제이든 퀘인턴스는 20살이다.
특히 캐슬과 하퍼를 보면 스퍼스가 왜 무서운 팀인지 알 수 있다.
둘 다 사이즈가 있는 가드이고 직접 볼을 가지고 공격을 만들 수 있다.
웸비에게만 공을 던져주고 기다리는 농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디애런 팍스가 있다. 뭐 올해 파이널에서 욕은 엄청 먹었지만 그래도 팍스는 28살이라 경험이 많다.
한창 전성기를 달릴 나이에 어린 선수들이 성장할 시간을 벌어준다.
그리고 데빈 바셀 26살, 켈든 존슨 26살, 줄리안 샴페니 25살까지 있다.
로스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참 이상하다. 지금도 우승을 노릴 수 있는데 몇 년 후가 오히려 더 무서울 수 있는 구조다.
베테랑 해리슨 반스와 토바이어스 해리스가 경험을 더하고, 루크 코넷 같은 빅맨이 웸비의 부담을 나눠줄 수도 있다.

나는 여기서 예전 스퍼스가 자꾸 생각난다.
팀 던컨이 중심을 잡고 토니 파커와 마누 지노빌리가 성장하면서 스퍼스는 한두 시즌 반짝한 팀이 아니라 오랫동안 우승 후보로 남았다.
1999년부터 2014년까지 다섯 번이나 우승했다. 지금 팀에서도 그런 냄새가 조금 난다.
물론 NBA에서 "앞으로 10년 왕조"라는 말은 너무 이르다.
부상도 있고 샐러리캡 문제도 생기고, 어린 유망주가 생각만큼 성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클라호마시티를 비롯해 젊고 강한 경쟁팀도 많다.
그래도 스퍼스 팬 입장에서는 꿈을 한번 크게 꿔볼 만하다.
웸비가 22살이고 캐슬이 21살, 하퍼가 20살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이 세 명이 5년 후에도 각각 27살, 26살, 25살밖에 안 된다.
그때가 오히려 전성기의 시작일 수도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제 샌안토니오가 스타 선수를 억지로 데려와야 하는 팀이 아니라는 점이다.
웸비라는 중심이 있고 주변에 젊은 재능이 넘친다. 필요한 조각 몇 개만 제대로 맞추면 된다.
그래서 요즘 스퍼스 로스터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지금 강한 팀을 보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앞으로 10년 동안 NBA를 장악할 강력한 팀의 시작을 보고 있는 걸까.
스퍼스 팬이라면 두 번째라고 믿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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