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 친하게 지내는 후배가 이직 자리 하나를 거의 다 잡아놨었다.
연봉 협상까지 끝내고 계약서 사인 날짜만 잡아둔 상태였는데, 회사 쪽에서 갑자기 채용 자체를 보류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경기가 나빠질 수 있다는 소문 하나에 이미 합의된 자리까지 접어버리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요즘 채용 시장 분위기가 생각보다 훨씬 예민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실제로 노동부가 지난 9월 4일 발표한 8월 고용 보고서를 보면 실업률은 4.1퍼센트로 전달과 같았고, 실업자 수는 700만 명 수준을 유지했다.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16만 2천 개 늘어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지만, 숫자 하나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더 눈여겨봐야 할 건 자발적 퇴사율이다.
7월 기준 자발적 퇴사율은 1.9퍼센트로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는데, 이는 2022년 대이직 시기 3퍼센트대와 비교하면 확실히 낮은 수치다.
사람들이 지금 자리를 함부로 놓지 않는다는 뜻이고, 그만큼 새 일자리로 옮기는 게 예전만큼 쉽지 않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같은 달 채용 공고는 727만 건 수준으로 크게 줄지는 않았는데, 실제 채용률은 3.2퍼센트로 떨어져 몇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찍었다.
공고는 열려 있는데 실제로 사람을 뽑는 속도는 느려졌다는 뜻이니, 서류를 넣고도 연락이 늦게 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닌 셈이다.
경제학자들은 요즘 시장을 두고 해고도 적고 채용도 적은, 이른바 얼어붙은 시장이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올해 초 1월에는 대규모 감원 소식이 이어지면서 대침체 이후 가장 안 좋은 1월이라는 평가까지 나왔고, 대기업 상당수가 인력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이런 시기에 이직을 준비한다는 게 겁이 날 수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차분하게 다음 스텝을 밟아야 할 때라고 본다.
춤을 출 때도 지금 밟는 스텝만 보고 움직이면 다음 박자에서 반드시 삐끗한다.
미리 다음 동작을 눈에 익혀두고 몸에 힘을 빼둬야 흐름이 우아하게 이어지는 법인데, 커리어도 다르지 않더라.
가장 먼저 할 일은 지금 다니는 회사를 갑자기 그만두지 않는 것이다.
자발적 퇴사율이 이렇게 낮은 시기에는 준비 없이 사표부터 던지는 게 제일 위험한 선택이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는 재직 중에 조용히 손봐두고, 링크드인 프로필도 최신 상태로 정리해 두는 게 좋다.
헤드헌터나 지인 네트워크에 가볍게 근황을 전해두는 것도 방법인데, 요란하게 이직 의사를 밝히기보다는 필요할 때 연락이 닿을 수 있게 관계를 유지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회사 내부에서 다른 팀이나 직무로 옮길 기회가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만하다.
외부 채용이 얼어붙은 대신 내부 이동으로 숨통을 틔우는 회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남는 시간에는 요즘 회사들이 유독 원하는 실무 능력이나 자격증 하나 정도 채워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이런 얼어붙은 시장에서는 결국 대체하기 어려운 사람이 먼저 살아남는 법이다.
생활비 대비 여유 자금을 넉넉히 마련해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협상 자리에서 조급함이 드러나는 순간 불리해지는 건 어느 시대나 똑같다.
정치적으로 이런 시기를 두고 이런저런 해석이 오가지만, 진영을 떠나서 지금 데이터가 보여주는 건 명확하다.
시장이 급격히 나빠지는 것도 아니고 확 풀리는 것도 아닌, 그저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는 국면이라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커뮤니티 안에서 정보를 나누는 게 큰 힘이 된다.
주변 한인들 중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으니 서로 채용 소식이나 회사 분위기를 편하게 공유해보길 권한다.
혼자 조바심 내며 검색창만 붙들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든든해질 것이다.
시장은 언제든 다시 움직인다.
그 전까지 스텝을 미리 익혀둔 사람만이 흐름이 바뀌는 순간 흔들림 없이 다음 자리로 우아하게 넘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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