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동네 도서관 앞을 지나가면 조기투표 안내 표지판이 서 있습니다. 그런데 주차장은 생각보다 한산하더라고요. 대선 때 길게 늘어섰던 줄을 떠올리면 같은 나라 같은 선거가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올해 11월 3일은 중간선거입니다. 연방 하원 435석 전부와 상원 일부, 그리고 메릴랜드를 포함한 여러 주의 주지사를 뽑습니다. 메릴랜드 조기투표는 10월 22일에 시작해 10월 29일에 끝납니다.
그런데 이런 선거가 대선보다 관심을 덜 받는다는 건 다들 느끼실 겁니다. 오늘은 그 느낌을 숫자로 한번 확인해 보고, 왜 그런지 차근차근 풀어 보겠습니다.
먼저 데이터부터 보겠습니다. Pew Research Center가 하원 선거 득표수를 기준으로 계산한 투표율은 2014년 중간선거가 34.4퍼센트였습니다. 유권자 세 명 중 한 명 정도만 투표한 셈입니다.
2018년에는 48.1퍼센트로 크게 뛰었습니다. Pew는 이 수치를 100년 넘게 보지 못한 중간선거 투표율이라고 표현했습니다.
2022년은 45.1퍼센트로 조금 내려왔습니다. 하원 선거에서 유효표가 1억 770만 표 가까이 나왔는데도 그렇습니다.
반면 대선 투표율은 2020년과 2024년 모두 60퍼센트대 중반이었습니다. 역대급이라던 2018년 중간선거도 대선과 비교하면 여전히 한참 아래에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이 격차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Pew에 따르면 중간선거 투표율이 대선보다 떨어지는 현상은 1840년대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재미있게도 건국 초기에는 정반대였습니다. 그때는 중간선거에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투표했습니다. 연방정부 권력의 중심이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였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에서 첫 번째 이유가 보입니다. 사람들은 권력이 어디 있는지를 보고 움직입니다. 지금 미국 정치는 모든 게 대통령 중심으로 돌아가니, 대통령 이름이 투표용지에 없으면 관심이 확 꺼지는 겁니다.
정치학에서는 이걸 surge and decline이라고 부릅니다. 대선 때는 평소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까지 분위기에 휩쓸려 투표장에 나왔다가, 중간선거 때는 다시 빠진다는 설명입니다.
쉽게 말하면 월드컵 결승전과 K리그 정규 시즌의 차이와 비슷합니다. 결승전은 축구 안 보던 사람도 보지만, 정규 시즌 경기장에는 진짜 팬만 남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언론과 돈입니다. 대선 때는 몇 달 동안 TV 토론과 광고가 쏟아집니다. 중간선거는 지역구마다 선거가 쪼개져 있어서 전국적인 열기가 한곳으로 모이지 않습니다.
세 번째는 경쟁입니다. Pew 분석을 보면 2022년 하원 435석 중 35석, 8퍼센트는 한쪽 정당 후보만 나왔습니다. 결과가 뻔한 선거에 굳이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겠죠.
반대로 그해 투표율이 높았던 주들은 주지사나 상원 선거가 치열했던 곳이었습니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건 박빙이라는 긴장감입니다.
네 번째는 나이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18세에서 29세 유권자는 대선에서 전체 표의 17퍼센트를 차지했지만, 중간선거에서는 12.8퍼센트에 그쳤습니다.
젊은 층이 빠지는 만큼 나이 든 유권자의 비중은 커집니다. 그래서 중간선거는 투표하는 사람들의 얼굴 자체가 대선과 꽤 다릅니다.
마지막으로 집권당에 대한 견제 심리도 있습니다. 경제학자 Brian Knight의 연구는 몇 가지 원인 중에서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성향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봤습니다.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자주 의석을 잃는 이유와도 연결됩니다.
물론 투표 방식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Pew는 2022년 분석에서 투표 절차가 까다로운 주와 투표율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규칙보다 관심이 더 큰 변수라는 뜻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한 가지 아이러니가 생깁니다. 내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결정은 오히려 중간선거에서 더 많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재산세와 교육 예산을 좌우하는 주지사와 주의회, 학교 이사회, 카운티 의회가 다 이번 투표용지에 올라 있습니다. 연방 예산을 실제로 쥐고 있는 것도 대통령이 아니라 하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부가 세금을 어떻게 쓰는지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그 돈줄을 쥔 사람들을 뽑는 선거를 건너뛰는 건, 솔직히 가계부를 남에게 맡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한인 커뮤니티 입장에서도 계산은 간단합니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한 표의 무게는 커집니다. 백 명 중 마흔다섯 명만 투표하는 선거라면, 참여하는 집단의 목소리가 그만큼 크게 들립니다.
정치인들도 바보가 아닙니다. 어느 동네, 어느 집단이 꾸준히 투표하는지 데이터를 다 봅니다. 투표하는 사람들의 민원이 먼저 처리되는 건 냉정하지만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중간선거를 대선의 예고편 정도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동네 살림을 정하는 본선에 더 가깝습니다.
투표가 처음이라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주 선거관리위원회 웹사이트에서 내 투표소와 샘플 투표용지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미리 한 번 읽어 두면 투표소에서 헤매는 시간이 확 줄어듭니다.
메릴랜드는 조기투표 기간에는 카운티 안의 어느 조기투표소에서든 투표할 수 있습니다. 선거 당일인 11월 3일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지정된 투표소에서 하시면 됩니다.
180년 넘게 이어진 패턴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그 패턴을 깨는 한 사람이 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이번 주에 30분만 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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