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아버, 솔직히 어떤 사람에게 맞는 도시일까 - Ann Arbor - 1

미국에는 유명한 도시가 참 많습니다. 뉴욕처럼 화려한 도시도 있고, LA처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도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에게 "평생 살고 싶은 도시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앤아버(Ann Arbor)을 꼽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이 도시가 왜 그렇게 인기가 많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것도 아니고, 화려한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 도시의 분위기는 상당히 차분하고, 지적이며, 교육과 연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점이 맞는 사람에게는 딱 맞는다는 점입니다.

그 중심에는 단연 미시간 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가 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연구 중심 대학답게 학생과 교수, 연구원들이 도시 곳곳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카페에서도 학문 이야기가 오가고, 도서관과 박물관, 각종 강연과 문화행사가 일상이 됩니다. 대학 하나가 도시의 분위기와 경제를 함께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역시 대학원생과 교수, 연구자들입니다. 연구를 하며 살아가기에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기술 기업들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구글을 비롯해 Duo Security 같은 IT 기업과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자리 잡으면서 젊은 엔지니어와 개발자들도 많이 모이고 있습니다. 화려한 실리콘밸리와는 또 다른 안정감 있는 기술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는 셈입니다.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도 앤아버는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디트로이트와 디어본에는 포드, GM,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연구개발 시설이 있습니다. 앤아버에서는 차로 약 40~50분 정도면 출퇴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자동차 엔지니어들이 가족과 함께 이곳에 거주합니다. 한인 가정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녀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라면 앤아버를 눈여겨볼 만합니다. 앤아버 공립학교(AAPS)는 미시간주에서도 우수한 학군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대학이 가까운 덕분에 교육 자원도 풍부합니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수준 높은 도서관과 박물관, 과학 행사, 대학 강연 등을 자연스럽게 접하며 성장할 수 있습니다. 교육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이 되는 도시라는 표현이 잘 어울립니다.

반대로 모든 사람에게 맞는 도시는 아닙니다. 한국 식당과 대형 한인마트, 미용실 등 한국 생활 인프라를 가까이 두고 싶다면 아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LA나 뉴욕, 북버지니아 같은 지역이 훨씬 편리합니다.

또한 미시간의 겨울은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11월부터 3월까지 이어지는 긴 겨울과 많은 눈, 낮은 기온은 따뜻한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적응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만으로 생활하기에도 다소 불편해 자동차는 사실상 필수에 가깝습니다.

결국 앤아버는 화려한 도시라기보다 깊이 있는 도시입니다. 빠른 변화와 번잡한 생활보다 차분한 환경에서 연구하고, 일하고,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 잘 어울립니다. 학문과 기술, 교육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의 매력을 금세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