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개봉한 영화 'LA 컨피덴셜(L.A. Confidential)'은 누아르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작품으로 꼽힙니다.
원작은 범죄 소설의 거장 James Ellroy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며, 이를 Curtis Hanson 감독이 스크린으로 옮겼습니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았던 Russell Crowe와 Guy Pearce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Kevin Spacey와 Kim Basinger도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당시 엄청난 흥행작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1990년대 후반 한국 극장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액션 영화가 강세였고, <타이타닉> 개봉을 앞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LA 컨피덴셜>은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라 복잡한 인물 관계와 정치적 음모, 경찰 조직 내부의 부패를 다루는 성인 취향의 범죄 드라마였습니다.
그래서 대중적인 흥행보다는 영화 마니아들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DVD와 케이블 TV,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재발견되었고 지금은 "90년대 최고의 범죄 영화"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1953년 로스앤젤레스입니다. 겉으로는 화려한 할리우드와 성장하는 대도시의 모습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부패한 경찰 조직과 정치권, 범죄 조직이 얽혀 있습니다. 영화는 서로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세 명의 경찰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버드 화이트를 연기한 러셀 크로우는 이 영화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도약했습니다. 거칠고 폭력적이지만 약자를 보호하려는 강한 정의감을 가진 인물입니다.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가는 전형적인 강력계 형사인데, 러셀 크로우 특유의 묵직한 존재감이 캐릭터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집니다.
반면 가이 피어스가 연기한 에드 엑슬리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냉철하고 계산적이며 승진 욕심도 많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야심가가 아니라 법과 원칙을 지키려는 신념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버드 화이트와 에드 엑슬리가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케빈 스페이시가 연기한 잭 빈센스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연예인 체포 정보를 언론에 흘리며 스타 형사로 살아가는 인물인데, 사건을 겪으며 점차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세 명 모두 정의를 추구하지만 방식은 완전히 다르며, 그 차이가 영화의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역시 이름값을 한 연기를 보여준 사람이 또 있었으니 바로 킴 베이싱어입니다. 그녀는 당시 할리우드 전설적인 배우인 Veronica Lake를 닮도록 꾸며진 린 브레킨리지 역을 맡았습니다. 단순한 팜므파탈이 아니라 당시 할리우드 산업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여성들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LA 컨피덴셜>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범인을 찾는 수사 영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누가 범인인가"보다 "시스템 전체가 얼마나 부패했는가"에 더 집중합니다. 개인 몇 명을 처벌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권력과 돈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1950년대 로스앤젤레스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한 미술과 촬영이 압권입니다. 클래식 자동차, 네온사인, 할리우드 거리, 고급 호텔과 재즈 클럽까지 당시 LA가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한 이유를 영화를 보는 순간 이해하게 됩니다.
개봉한 지 거의 30년이 되어가지만 <LA 컨피덴셜>은 여전히 세련되고 긴장감 넘칩니다.
화려한 도시의 겉모습과 그 뒤에 숨겨진 어두운 진실, 그리고 그 안에서 옳은 선택을 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았습니다.
LA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물론이고, 잘 만들어진 범죄 영화 한 편을 찾는 분들에게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현대 누아르의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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