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사들이 50세만 되면 대상포진 백신부터 권하는 이유 - Los Angeles - 1

저는 LA에 사는 50대 주부인데요 예전에는 대상포진 이라고 하면 그냥 뭐 피부에 물집이 생기는 병인 그런 피부병인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한국에 있는 이모와 고모들이 하나둘 대상포진에 걸린다음 고생들 하시는 걸 보고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상하게도 우리 집안 여자들은 대부분 50대 중후반에 대상포진을 앓았거든요. 이제 제 나이도 그때가 되어가니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모는 처음에 옆구리가 따끔따끔하고 옷이 스치기만 해도 아팠다고 합니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담이 걸렸나 싶었는데 빨간 반점과 작은 물집이 띠처럼 올라왔습니다. 고모는 통증을 "살갗에 뜨거운 인두를 대는 것 같다"고 표현했어요. 잠옷이 닿아도 아프고 이불을 덮기도 힘들어 밤새 잠을 설쳤다고 합니다.

대상포진은 단순한 피부병이 아닙니다. 어릴 때 수두를 일으켰던 바이러스가 몸속 신경절에 숨어 있다가 나이가 들거나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다시 깨어나는 병입니다.

그래서 물집이 생기기 전부터 피부가 화끈거리거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 가려움, 저림이 먼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보통 몸이나 얼굴의 한쪽에만 발진과 물집이 생기며, 물집은 7~10일 정도 지나 딱지가 앉고 전체 증상은 2~4주가량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물집이 사라진 뒤입니다. 바이러스가 신경을 손상시키면 발진이 나은 뒤에도 화끈거리거나 칼로 베는 듯한 통증이 몇 달, 심하면 몇 년 동안 남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고 하는데 옷이 살짝 닿는 것조차 고통스럽고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분도 있다고 합니다. 얼굴이나 눈 주변에 생기면 시력 문제까지 생길 수 있어 초기에 치료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에서 권장하는 백신은 싱그릭스(Shingrix)입니다. 이 백신은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몸에 넣는 방식이 아니라 바이러스의 일부 단백질을 이용해 면역체계가 대상포진 바이러스를 다시 알아보도록 훈련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약해진 면역 기억을 다시 깨워주는 셈이지요. 그래서 몸속에 숨어 있던 바이러스가 재활성화하려 할 때 면역세포가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미국 의사들이 50세가 된 성인에게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강력히 권고하는 이유는 50대를 기점으로 대상포진 발병률이 급증하며, 현존하는 사백신(싱그릭스)이 50대에 접종했을 때 가장 뛰어난 면역 예방 효과(97% 이상)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CDC는 50세 이상 성인에게 싱그릭스 2회 접종을 권장합니다. 첫 번째 접종 후 보통 2~6개월 뒤에 두 번째 접종을 받습니다. 과거에 대상포진을 앓았던 사람도 다시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회복 후 의사와 상의해 접종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사를 맞고 나면 팔이 많이 뻐근하거나 몸살처럼 피곤하고 열이 날 수 있습니다. 저도 주변에서 "하루 이틀 앓았다"는 말을 들었어요. 하지만 이런 반응은 면역체계가 백신에 반응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대체로 2~3일 안에 좋아진다고 합니다. 대상포진으로 몇 주씩 고생하거나 신경통이 남는 것과 비교하면 감수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LA에서는 CVS, Walgreens 같은 약국에서도 예약해 맞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민간보험은 권장 예방접종을 네트워크 안에서 받을 경우 본인 부담금이 없을 수 있고, Medicare Part D 가입자는 대상포진 백신 비용이 0달러입니다.

보험이 없다면 할인 전 현금 가격이 1회 약 250달러 이상일 수 있어 두 번 모두 맞으면 500달러를 넘길 수 있습니다. 약국마다 가격이 다르므로 예약 전에 보험 적용 여부와 두 번의 접종 비용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집안 여자들이 모두 비슷한 나이에 고생한 모습을 보니 "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더 이상 들지 않습니다. 대상포진은 걸린 뒤 참는 병이 아니라, 건강할 때 미리 막아야 하는 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50대가 되었다면 다음 건강검진 때 의사에게 물어보거나 가까운 약국에서 보험 적용 여부부터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