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젊은층이 폴더폰으로 돌아가는 진짜 이유 - Honolulu - 1

지난주 동네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있다가 낯선 소리를 들었습니다. 딸깍, 하고 무언가 접히는 소리였지요.

고개를 돌려 보니 옆자리의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청년이 작은 폴더폰을 닫고 있었습니다. 아이스커피 옆에는 노트 한 권과 연필만 놓여 있었고요.

솔직히 처음엔 휴대폰이 고장 나서 임시로 쓰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장면을 몇 번 더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혹시 여러분 주변에도 이런 젊은이가 있습니까? 요즘 미국 언론은 이것을 아예 하나의 흐름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흔히 덤폰(dumbphone)이라고 부르는 기기들입니다. 전화와 문자는 되지만 소셜미디어 피드나 앱 스토어는 없거나 아주 제한적인 휴대폰을 말합니다.

이유가 궁금해서 숫자부터 찾아봤습니다. 퓨리서치센터가 올해 5월 26일부터 6월 1일까지 미국 성인 9,750명을 조사해 9월 초에 내놓은 결과가 있습니다.

전체 성인의 53%가 스마트폰에 시간을 너무 많이 쓴다고 답했습니다. 적당하다는 답은 36%였습니다.

눈에 띈 건 18~29세였습니다. 이 연령대는 70%가 너무 많이 쓴다고 답했고, 42%는 거의 항상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다고 했습니다.

십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퓨리서치센터가 2023년 가을 13~17세를 조사했을 때도 38%가 스마트폰에 시간을 너무 많이 쓴다고 답했고, 여학생은 44%로 남학생 33%보다 높았습니다.

잠 이야기도 나옵니다. 30세 미만은 62%가 스마트폰이 수면에 해가 된다고 답했는데, 과반이 그렇게 답한 연령대는 여기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쓰면서도 그게 문제라는 걸 가장 잘 아는 세대인 셈입니다. 폴더폰은 바로 그 모순에서 나온 선택으로 보입니다.

줄여보려는 시도도 많았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지난 12개월 사이 사용을 줄이려 해본 사람은 전체의 45%, 50세 미만에서는 58%였습니다.

결과는 썩 좋지 않았습니다. 시도한 사람 가운데 아주 잘 해냈다는 답은 25%에 그쳤고, 23%는 별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의지만으로는 어렵다는 이야기지요. 앱 타이머를 걸어도 손가락 한 번이면 풀려버리니까요.

폴더폰은 그 문제를 기계 쪽에서 막아버립니다. 버튼을 여러 번 눌러야 글자 하나가 찍히는 방식이면 괜히 오래 붙잡고 있을 이유가 사라집니다.

알림 피로도 자주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하루 종일 울려대는 알림에 지친 젊은이들이 조용한 기기를 찾는다는 보도가 여러 매체에 실렸습니다.

여기에 멋의 문제도 섞여 있습니다. 투박한 키패드와 화질 낮은 카메라가 오히려 SNS에서 개성으로 통한다는 겁니다.

제가 젊을 때 쓰던 물건이 이렇게 돌아오니 기분이 묘합니다. 그 시절엔 다들 하루라도 빨리 바꾸고 싶어 하던 물건이었거든요.

업체들도 이 흐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2024년 HMD는 마텔과 손잡고 분홍색 바비 폴더폰을 내놓았고, 노키아 2660 플립 같은 모델도 꾸준히 추천 목록에 오릅니다.

가격은 천차만별입니다. 미니멀 폰의 대표 격인 라이트폰 III는 2025년 3월 출시 당시 가격이 799달러였습니다.

스마트폰을 덜 쓰려고 스마트폰만큼 비싼 기계를 산다니 조금 우습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학교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와이 교육위원회는 올해 2월 12일 공립학교 학생 휴대폰 사용에 관한 주 전체 정책을 채택했습니다.

이번 2026-27학년도부터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 휴대폰을 쓸 수 없습니다. 고등학생은 수업 시간에 금지되고,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은 학교 재량에 맡겨졌습니다.

물론 모두가 폴더폰으로 갈아타는 건 아닙니다. 지도, 은행 앱, 학교 과제, 직장 메신저까지 스마트폰 없이는 불편한 일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관련 기사들을 읽어 보면 스마트폰을 아예 버리기보다 시간을 정해 두고 폴더폰만 들고 나가는 방식이 더 현실적인 해법으로 소개되곤 합니다.

관심이 생긴다면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쓰던 번호를 그대로 옮길 수 있는지, 통신사에서 해당 기종을 지원하는지부터 확인하고, 처음엔 저녁 산책이나 주말 외출 때만 들고 나가 보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날 청년은 카페를 나서며 폴더폰을 청바지 뒷주머니에 꽂았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뒷모습이 참 가벼워 보였습니다.

저는 이 흐름이 반갑습니다. 기술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기술과의 거리를 스스로 정하겠다는 태도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기억해 둘 만합니다. 기기를 바꾸는 것보다 어떻게 쓸지 먼저 정하는 쪽이 오래간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오늘 하루 휴대폰을 몇 번이나 열어보셨는지, 한번 세어보시면 꽤 놀라실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