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한 지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은근히 자주 나오는 질문이 통장을 합쳤냐는 질문이다.
결혼했으니 당연히 합쳤겠거니 하고 던지는 질문인데, 생각보다 부부가 조인트 어카운트를 많이 안만든다.
처음엔 사이가 안 좋아서 그런가 싶었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오히려 요즘 미국에서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가깝다.
실제 수치로 봐도 1996년부터 2023년까지 부부의 은행 계좌 자료를 보면, 공동 계좌를 아예 갖지 않은 부부 비율이 1996년 15퍼센트에서 2023년 23퍼센트로 늘었다.
거의 넷 중 하나꼴이니 적은 숫자가 아니다.
최소 하나라도 공동 계좌를 갖고 있는 부부 비율도 같은 기간 85퍼센트에서 77퍼센트로 줄었다.
30년 가까이 지나면서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방향이 바뀌어온 셈이다.
뱅크레이트가 최근 진행한 설문에서는 이 흐름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커플의 62퍼센트가 적어도 일부는 돈을 따로 관리한다고 답했고, 완전히 합친다는 응답은 40퍼센트가 채 안 됐다.
세대별로 나눠 보면 차이가 확 벌어진다. 20대 초중반 세대는 88퍼센트가 돈을 어느 정도는 따로 두는 반면, 베이비부머 세대는 52퍼센트 수준에 그쳤다. 세대가 내려올수록 격차가 눈에 띄게 커지는 흐름이다.
소득 수준에 따른 차이도 흥미롭다. 연 소득 5만 달러 미만 가구는 39퍼센트가 계좌를 완전히 따로 쓰는 반면, 10만 달러 이상 가구는 17퍼센트에 그쳤다.
오히려 형편이 여유로운 쪽이 공동 계좌와 개인 계좌를 섞어 쓰는 절충형을 더 많이 택한다는 뜻이다.
이게 꼭 형편이 넉넉해서라기보다, 두 사람의 소득 차이가 클수록 무조건 반반보다 소득 비율대로 나누는 방식을 더 공평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결혼을 하면 무조건 통장부터 합친다는 공식이 이제는 옛날 얘기가 된 느낌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궁금해서 좀 더 찾아봤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이유는 결혼 연령이었다.
1996년엔 여성 평균 초혼 연령이 24.8세, 남성이 27.1세였는데, 2023년엔 각각 28.4세와 30.2세로 올라갔다.
결혼을 늦게 할수록 그 전에 이미 각자 신용카드, 대출, 소비 습관이 자리를 잡아버리고, 그 상태에서 굳이 통장부터 합칠 필요를 못 느끼는 거다.
게다가 미국 특유의 개인주의 문화도 무시하기 어렵다. 돈 관리를 "내 영역"으로 여기는 정서가 은근히 강하다.
한국에서는 부부 재산을 합치는 걸 신뢰의 상징처럼 보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오히려 각자 계좌를 유지하는 걸 자립의 표시로 보는 시선도 있다.
실용적인 이유도 분명 있다. 신용 기록을 따로 쌓아두면 한쪽 신용점수가 흔들려도 다른 쪽은 영향을 덜 받는다. 한쪽에 연체나 파산 기록이 있어도 상대방 신용카드 한도까지 끌려 내려가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이혼이나 별거 같은 최악의 상황이 왔을 때 정리가 훨씬 깔끔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재혼이거나 이전 결혼에서 얻은 자녀가 있는 경우엔 처음부터 재산을 나눠서 관리하고 싶어 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생일 선물이나 기념일 이벤트를 준비할 때 상대방 몰래 카드값을 계산하기 편하다는, 의외로 소소한 이유를 꼽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고 따로 쓰는 게 항상 좋기만 한 건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공동 계좌가 있는 커플의 12퍼센트만 돈 때문에 갈등을 겪었다고 답한 반면, 공동 계좌가 없는 커플은 15퍼센트가 갈등을 겪었다고 답했다.
완전히 따로 관리하는 게 오히려 더 깔끔할 거라는 예상과는 살짝 다른 결과다.
그래서 요즘 늘어나는 방식이 절충형이다.
월세나 대출금, 식비 같은 공동 지출은 정해진 비율만큼 각자 넣는 공동 계좌에서 처리하고, 나머지는 각자 계좌에 그대로 둔다.
이런 혼합형 계좌를 쓰는 부부 비율이 1996년 9퍼센트에서 2023년 17퍼센트로 거의 두 배가 됐다.
요즘은 벤모나 스플릿와이즈 같은 정산 앱으로 공동 지출만 그때그때 나누는 부부도 늘었다. 통장 자체를 합치지 않아도 정산 과정은 오히려 더 투명해진 셈이다.
반대로 계좌를 완전히 하나로 합쳐버리면 서로의 씀씀이가 실시간으로 다 보이다 보니, 작은 지출 하나하나에까지 설명이 필요해지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절충형이 제일 현실적이라고 본다.
통장을 합치고 안 합치고가 사랑의 크기를 보여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서로 어떻게 돈을 쓰는지 미리 정직하게 이야기해두는 쪽이, 통장 하나로 합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 같다. 계좌를 어떻게 나누느냐보다 돈 문제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유하느냐가 관계를 더 오래 지탱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난방고양이







코리아 타이커 뉴스 | 
알파와 오메가 세상 | 
Florida King | 
AH LALA | 
Victory 1988 | 
Sunny Fullerton | 
경기가 풀리는 그날까지 | 


Agenda Center |
calviro |
집에서 즐기는 삼바 |
Once in a Lifetime |
novapixel |
Banana |
rouge88 |
toffee |
King County |
돈방석 DREAM |
좋은 소식 좋은 생각 |
peelynew |
도움되는 생활이야기 |
chicpo |
monorama tone |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
bloomberg |
morninpo |
my town K blog |
bravik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