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버에 살다 보면 가끔 한국에서 먹던 매콤한 음식이 미친 듯이 당길 때가 있습니다.
특히 뭔가 출출하면서 매운게 당기는 날이면 저는 이상하게 비빔면부터 생각납니다.
문제는 마흔 넘으니까 비빔면 한 봉지만 끓여 먹으면 뭔가 허전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올려 먹어봤는데 결국 제가 정착한 조합은 세 가지입니다. 골뱅이, 삼겹살, 참치입니다.
일단 골뱅이부터 갑니다.
이건 사실 실패하기 어려운 조합입니다. 한국 마트에서 골뱅이 통조림 하나 사다가 물 빼고 적당한 크기로 썹니다.
여기에 오이와 양파를 얇게 썰어 넣고 비빔면과 같이 비비면 끝입니다.
저는 비빔면 소스만 사용하면 약간 단맛이 강해서 식초를 반 숟가락 정도 추가합니다.
골뱅이 특유의 쫄깃한 식감에 오이의 아삭함까지 들어가면 그냥 비빔면이 아니라 거의 골뱅이무침+소면 조합.... 술안주가 됩니다.
맥주 한잔 생각나는 맛이기도 하고요.

두 번째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삼겹살입니다.
비빔면 끓이면서 옆에서 삼겹살을 굽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고기를 너무 두껍게 자르지 않는 겁니다.
비빔면 한 젓가락에 삼겹살 한 점을 같이 먹을 수 있는 정도가 좋습니다.
삼겹살은 소금도 많이 필요 없습니다. 그냥 바삭하게 구워서 기름을 좀 빼주면 됩니다.
그리고 차갑고 매콤새콤한 비빔면을 한 젓가락 집어서 뜨거운 삼겹살 한 점과 같이 먹어보세요. 이게 정말 희한합니다.
삼겹살의 기름진 맛을 비빔면의 매운맛과 산미가 바로 잡아줍니다. 반대로 비빔면만 계속 먹으면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 고기가 들어오면서 맛이 죽여줍니다.
저는 여기에 상추까지 한 장 싸먹습니다. 상추에 삼겹살 올리고 비빔면 조금 올린 다음 마늘 한 조각 넣으면 거의 여름철 야외에서 고기 구워 먹는 기분입니다.

마지막은 참치마요입니다. 이건 정말 귀찮을 때는 참치만 넣어도 사실 최고입니다.
참치캔 하나 따서 기름이나 물을 적당히 빼고 마요네즈, 식초 조금 섞어서 올립니다. 여기에 김가루하고 삶은 계란 반쪽을 추가하면 꽤 그럴듯한 한 끼가 됩니다.
처음에는 참치와 비빔면이 어울릴까 싶었는데 의외로 잘 맞습니다.
참치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매운 소스를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저는 마요네즈를 조금 넣는데 많이 넣으면 비빔면 맛이 죽습니다. 정말 티스푼 하나 정도면 충분합니다.
세 가지를 다 먹어본 제 기준으로는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술안주까지 생각하면 골뱅이, 제대로 배부르게 먹고 싶으면 삼겹살, 냉장고 열기도 귀찮은 날에는 참치입니다.
그리고 비빔면을 맛있게 먹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면을 삶은 뒤 찬물에 정말 충분히 씻어야 합니다.
손으로 면을 비벼가며 전분기를 빼고 마지막에는 차가운 물로 확 식혀줘야 면이 탱글탱글해집니다.
덴버에서 살면서 비빔면 두 봉지 끓이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 하나만 제대로 올려도 꽤 훌륭한 혼자만의 파티같은 한 끼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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