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하나가 문 닫자 마을 전체가 휘청거린 이유 - Macon - 1

지난달에 조지아 남부 쪽 작은 마을을 지나가다가 문 닫은 약국 앞에 차를 세운 적이 있습니다. 간판은 그대로 걸려 있는데 안은 텅 비어 있고, 바로 옆 철물점도 셔터가 내려가 있더군요. 인구 이천 명 남짓한 동네에 남은 상점이라곤 편의점 하나뿐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토요일 아침마다 사람들이 나와서 인사를 나누던 자리였다는데, 지금은 주차장에 차 한 대도 없었습니다.

병원 쪽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풍경이 남의 얘기 같지가 않습니다. 2010년 이후 문을 닫은 시골 병원이 미국 전역에서 150곳을 넘는다고 합니다. 응급실 하나가 없어지면 아이 키우는 젊은 가족은 제일 먼저 그 동네를 떠날 결심을 하게 됩니다. 가장 가까운 응급실이 차로 사십 분 거리라면, 누구라도 이사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게 통계 이전에 매일 마주치는 현실이라는 걸 압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병원 하나, 상점 하나의 문제는 아니더라고요. 최근 자료를 보니 미국 시골 카운티의 절반 정도가 최근 몇 년 사이 인구가 줄었다고 합니다. 같은 기간 도시 지역은 넷 중 하나 정도만 인구가 줄었고요. 원인을 들여다보면 출생보다 사망이 많아지는 자연 감소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젊은 사람은 떠나고 남은 사람은 나이 들어가니, 병원이 절실한 사람은 느는데 정작 병원은 사라지는 역설이 벌어지는 셈입니다.

공장이 문 닫고 농업이 기계화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든 건 이미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대형 마트 하나가 고속도로 옆에 들어서면 다운타운 상점 서너 개가 조용히 문을 닫는 것도 여러 동네에서 반복해서 본 그림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걸 경제 논리 하나로만 설명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보수 쪽에서는 과도한 규제와 세금 부담을 이야기하고, 진보 쪽에서는 대기업 독점과 투자 불균형을 이야기하는데, 현장에서 보고 있으면 양쪽 말이 다 조금씩 맞습니다. 어느 한쪽 탓으로만 몰기엔 원인이 여러 겹으로 얽혀 있더군요.

흥미로운 건 그 와중에도 살아남은, 아니 오히려 사람이 몰리는 작은 마을들이 분명히 있다는 겁니다. 워싱턴주의 인구 사백 명 남짓한 소도시나 아이오와의 어느 마을은 메인스트리트에 빈 건물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몬태나의 옛 공장 도시도 최근 몇 년 사이 다운타운이 다시 살아나고 있고요. 공통점을 찾아보면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그 동네만의 정체성을 살렸다는 겁니다. 오래된 건물을 허물지 않고 고쳐 쓰고, 체인점 대신 동네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를 밀어줬습니다. 학교를 살리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았고요. 젊은 부부가 이사 올지 말지를 결정하는 건 결국 학군이 얼마나 튼튼한가더라고요.

결국 사람을 붙잡는 힘은 큰 공장 유치나 세금 감면 같은 화려한 정책보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학교와 병원, 걸어서 갈 수 있는 상점가 같은 기본기에서 나오더라고요. 2023년 한 해에만 메인스트리트 재생 사업을 통해 지역에 재투자된 돈이 56억 8천만 달러가 넘는다고 하니, 작은 동네라고 손 놓고 있을 일은 아닌 셈입니다. 돈보다 먼저 필요한 건 이 동네를 지킬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었던 거죠.

저는 마을이 죽고 사는 문제를 이념으로 가르기보다는, 그 동네가 스스로 무엇을 지킬지 결정하는 힘을 아직 갖고 있는지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약국 하나, 병원 하나가 문을 닫을 때 그건 그냥 숫자 하나 줄어드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다음 세대가 그 동네를 떠나기로 결심하는 순간이라는 걸 저는 압니다. 오래 현장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이건 정치보다 먼저 사람의 문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