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 알았다. LA 시장 선거에서 캐런 배스가 밀리는 이유 - Los Angeles - 1

LA 시장 선거 개표 결과를 보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11월 4일 새벽 개표 결과를 보니 니티아 라만 시의원이 37만 7천458표, 캐런 배스 현 시장이 36만 864표를 얻었습니다.

아직 당선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직 시장이 재선에서 이렇게 고전한다는 사실 자체가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요즘 LA 살면서 느끼는 것은 LA가 정말 살기 힘든 도시가 되었다는 겁니다.

물론 LA는 여전히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날씨 좋고, 바다 가깝고, 음식도 다양합니다.

그런데 막상 이곳에서 월세 내고 전기요금 내면서 생활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가장 먼저 노숙자 문제부터 이야기해 봅시다.

도대체 몇 년째입니까.

시에서는 예산을 투입하고 노숙자들을 임시 주거시설로 옮겼다고 발표합니다. 그

런데 일반 시민들이 거리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얼마나 될까요.

텐트가 없어졌다가 다시 생기고,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보입니다.

노숙자 문제는 단순히 거리 청소 문제가 아닙니다. 정신질환, 약물중독, 주택 부족, 일자리 문제까지 얽혀 있습니다.

어려운 문제라는 것은 압니다.

그런데 어려우니까 계속 기다려 달라는 말만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산불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2025년 팰리세이즈 산불을 겪으면서 LA 시민들은 재난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물론 산불의 모든 책임을 시장 한 사람에게 돌릴 수는 없습니다. 기상 조건도 있었고, 여러 기관이 관여하는 복잡한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이라는 자리는 바로 그런 위기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신뢰를 줘야 하는 자리입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시민들이 궁금한 것은 누가 책임자인지, 어떤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 다음에는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입니다.

그런데 시민들의 불안과 불신이 충분히 해소되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생활비 문제로 넘어가면 더 답답합니다.

전기요금은 부담스럽고, 렌트비는 여전히 높습니다.

평범하게 직장 다니면서 월급 받아 생활하는 사람에게 LA는 점점 버티기 힘든 도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시장이 전기요금과 주택 임대료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택 공급을 늘리고, 인허가 절차를 개선하고, 도시 운영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시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일입니다.

시민들은 그런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겁니다.

학교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LA 지역 공립학교에서는 학생 수 감소가 오랫동안 문제가 되어 왔습니다.

아이들이 줄어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젊은 가족들이 높은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현실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제 주변에서도 텍사스나 네바다, 애리조나로 이사한 사람들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습니다.

집값과 생활비를 비교해 보고 LA를 떠나는 겁니다.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줄어든다면 그건 단순히 인구통계의 문제가 아닙니다.

도시의 미래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치인의 이미지 관리가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은 기자회견도 하고, 행사에도 참석하고, 새로운 정책도 발표합니다.

사진을 찍고 성과를 홍보하는 것도 정치인의 업무겠지요.

하지만 시민들이 매달 받는 전기요금 고지서와 월세 청구서는 홍보자료와 다릅니다.

정치인은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설명하지만, 시민들은 자기 생활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라만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것은 그런 불만이 표로 나타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라만 후보가 시장이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라만 역시 LA 시의원으로 활동해 온 정치인입니다. 지금까지 시정부가 안고 있던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도 아닙니다.

누가 당선되든 노숙자 문제, 주택 공급, 재난 대응, 생활비 부담에 대해 구체적인 결과를 보여줘야 합니다.

저는 LA가 싫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오래 살고 싶은 도시이기 때문에 답답한 겁니다.

캐런 배스 시장이 지난 4년간 여러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그 성과가 시민들의 일상에서 충분히 느껴지지 않았다면, 이번 선거에서 그 평가를 받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정말 궁금합니다. LA 시민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