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해외여행, 메디케어 공백과 메디갭 해외응급 한도 - Salt Lake City - 1

은퇴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여행부터 꼽습니다. 한국 가서 몇 달 지내기, 유럽 크루즈, 동남아 한 달 살기 같은 것들이죠.

그런데 짐 싸기 전에 꼭 짚어야 할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해외에서 쓰러지면 메디케어가 병원비를 내주느냐는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Original Medicare는 원칙적으로 미국 밖에서 받은 진료를 커버하지 않습니다. 이 한 줄을 모르고 떠나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미국에는 50개 주와 DC, 그리고 푸에르토리코, 괌,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미국령 사모아, 북마리아나 제도가 들어갑니다. 괌이나 사이판은 메디케어 지역 안이라는 뜻이죠.

반대로 한국, 일본, 멕시코, 유럽은 전부 바깥입니다. 응급실에 실려 가도 Part A, Part B는 원칙적으로 한 푼도 안 냅니다.

예외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메디케어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예외는 세 가지 정도입니다.

첫째, 미국 안에서 응급 상황이 생겼는데 가장 가까운 병원이 국경 너머 외국 병원인 경우입니다.

둘째, 알래스카와 다른 주 사이를 캐나다를 거쳐 곧장 이동하다가 응급 상황이 생긴 경우입니다.

셋째, 미국에 살지만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이 외국 병원인 경우입니다. 국경 마을 얘기라서 대부분의 여행자와는 거리가 멉니다.

크루즈는 조금 따로 봐야 합니다. 배가 미국 항구에 있거나 미국 항구에서 6시간 이내 거리에 있을 때 받은 필요한 진료는 커버될 수 있습니다.

6시간을 넘어선 공해상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생명이 걸린 응급이라도 Original Medicare는 기본적으로 안 냅니다. 알래스카 크루즈와 지중해 크루즈는 리스크가 다르다는 거죠.

그럼 메디갭(Medicare Supplement)은 어떨까요. 여기서부터가 진짜 중요한 대목입니다.

메디갭 중 Plan C, D, F, G, M, N은 해외 응급(foreign travel emergency) 혜택을 포함합니다. Plan A, B, K, L에는 이 혜택이 없습니다.

구조는 이렇습니다. 연간 250달러 디덕터블을 먼저 내고, 그 뒤 의학적으로 필요한 응급 진료비의 80%를 메디갭이 냅니다.

대신 평생 한도가 5만 달러입니다. 1년 한도가 아니라 평생 한도라는 점, 처음 봤을 때 좀 놀랐습니다.

조건도 붙습니다. 응급 상황이 여행 시작 후 첫 60일 안에 생겨야 하고, 미국에서 일어났다면 메디케어가 커버했을 종류의 진료여야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석 달 지내다가 70일째 넘어져 다리가 부러지면, 메디갭 해외응급 혜택은 해당이 안 됩니다. 장기 체류 계획이 있는 분들은 여기서 계산이 완전히 바뀝니다.

또 하나, 이건 어디까지나 응급입니다. 정기 검진이나 미리 잡아둔 치료는 대상이 아닙니다.

메디케어 어드밴티지(Part C)를 쓰는 분이라면 플랜마다 다릅니다. 해외 응급이나 긴급 진료를 넣어둔 플랜이 꽤 있지만 한도와 청구 방식이 제각각입니다.

어드밴티지는 해외 체류가 6개월을 넘으면 플랜에서 빠지고 Original Medicare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두세요. 출국 전에 플랜에 전화 한 통 하는 게 제일 확실합니다.

약도 체크 포인트입니다. Part D는 미국 50개 주, DC, 미국령에서 산 약만 커버합니다. 해외 약국에서 산 약은 안 됩니다.

그래서 복용약은 여행 기간보다 넉넉하게 미리 받아 가는 게 맞습니다. 리필 날짜가 애매하면 약사와 상의해서 조정하세요.

숫자로 한번 따져보겠습니다. 해외 병원비가 1만 달러 나왔다면 메디갭은 250달러를 뺀 9,750달러의 80%, 즉 7,800달러를 냅니다. 본인 부담은 2,200달러입니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버틸 만합니다. 문제는 큰 사고나 의료후송(medical evacuation)입니다. 에어 앰뷸런스로 미국까지 오는 비용은 메디갭 해외응급 혜택으로 처리되지 않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제 판단은 분명합니다. 메디갭 Plan G나 N이 있어도, 장거리 해외여행이면 별도의 여행자 의료보험을 사는 게 맞습니다.

특히 60일 넘는 체류, 크루즈, 의료 인프라가 약한 지역이라면 의료후송이 포함된 상품을 보세요. 며칠치 보험료와 수만 달러짜리 리스크를 비교하면 답은 금방 나옵니다.

그리고 해외에서 진료를 받았다면 영수증, 진단서, 진료 내역을 꼭 챙기세요. 메디갭 해외응급은 보통 먼저 내고 나중에 청구하는 방식이라 서류가 없으면 돌려받기 어렵습니다.

다만 플랜 종류와 가입 시기에 따라 세부 조건이 달라집니다.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르니 전문가와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보험사 카드 뒷면 번호로 해외응급 조건을 직접 물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은퇴 여행은 몇 년을 기다려 온 보상입니다. 그 보상을 병원비 청구서 한 장으로 날리지 않으려면, 출발 전 30분만 투자해서 내 커버리지를 확인해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