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이 되자마자 동네 마트 한쪽이 주황색과 검은색으로 뒤덮였습니다.
아직 반팔을 입고 다니는데 계산대 옆에는 해골이 웃고 있고, 사탕 봉지는 산처럼 쌓여 있었어요.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다 큰 어른들이 마녀 모자를 쓰고 출근하고, 앞마당에 무덤을 만들어 놓는 걸 보면서 속으로 "이 사람들 진심이구나" 했지요.
그런데 올해 숫자를 보고는 진심 정도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미국소매협회(NRF)가 발표한 올해 핼러윈 소비 전망이 135억 달러입니다.
작년 기록이 131억 달러였으니 또 최고치를 갈아치울 기세예요. 하루짜리 명절 하나에 이 정도 돈이 움직인다는 게 솔직히 좀 놀랍습니다.
1인당 예상 지출은 115.14달러로, 작년 114.45달러와 거의 같습니다. 물가가 올랐다고들 하는데 핼러윈 예산만큼은 줄일 생각이 없는 모양이에요.
이번 조사는 9월 1일부터 9일까지 소비자 7,88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응답자의 74%가 올해 핼러윈을 즐길 계획이라고 답했어요.
어디에 돈을 쓰는지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코스튬이 44억 달러, 장식이 43억 달러, 사탕이 41억 달러로 세 항목이 거의 나란히 갑니다.
사탕을 사겠다는 사람은 96%나 됩니다. 문 앞에 찾아오는 아이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건 미국 동네에서 거의 금기에 가깝거든요.
반려동물 코스튬에도 9억 2천만 달러가 쓰일 전망입니다. 1위는 호박, 2위는 핫도그라고 하네요.
우리 집 강아지한테 핫도그 옷을 입히면 아마 저를 평생 원망할 겁니다.
어른 코스튬 1위는 마녀, 2위는 뱀파이어입니다. 매년 새로운 히어로가 나와도 결국 클래식이 이긴다는 점은 IT 업계나 핼러윈이나 비슷하네요.
그럼 미국인들은 왜 이렇게까지 핼러윈에 진심일까요? 뿌리를 따라가 보면 생각보다 역사가 깊습니다.
핼러윈의 기원은 2천 년도 더 된 켈트족의 삼하인(Samhain) 축제입니다. 여름이 끝나고 수확을 마무리하는 시기에 모닥불을 피우고 변장을 해서 혼령을 쫓았다고 해요.
이 풍습이 미국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건 1840년대입니다. 감자 대기근 때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이민자들이 대거 건너오면서 고향의 풍습도 함께 가져왔지요.
그러니까 핼러윈은 처음부터 이민자들이 들고 온 명절이었던 셈입니다. 우리 한인들이 추석을 챙기듯, 그들도 낯선 땅에서 자기 명절을 지켰던 거예요.
"Trick or treat"라는 말은 1920년대에야 등장했습니다. 이게 전국적인 풍경이 된 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설탕 배급제가 풀린 뒤였어요.
전후 교외 주택가가 늘어나면서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며 사탕을 받는 문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이웃 얼굴을 한 번씩 보게 되는 날이 생긴 거죠.
제가 핼러윈을 좋아하게 된 이유도 사실 이겁니다. 평소 인사만 하던 옆집 할아버지가 그날만큼은 드라큘라 망토를 두르고 사탕 바구니를 들고 서 계시거든요.
누가 시켜서 하는 행사가 아닙니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각자 자기 돈으로 사탕을 사서 남의 집 아이들에게 나눠 줍니다.
저는 이게 미국 사회의 좋은 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정해 주지 않아도 동네 사람들이 알아서 모이고, 알아서 즐기는 문화요.
장사하는 쪽에서도 핼러윈은 거대한 시장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핼러윈 호러 나이트가 대표적이에요.
이 행사는 1991년 '프라이트 나이트'라는 이름으로 단 사흘 밤, 귀신의 집 하나로 시작했습니다. 첫해 입장료가 12.95달러였다니 지금 생각하면 거의 공짜네요.
올해는 8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49일 밤 동안 열립니다. 역대 가장 이른 개막이고, 새로 만든 귀신의 집만 10개라고 합니다.
8월 말에 핼러윈이라니, 처음엔 너무 이르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표가 팔리니까 기간이 늘어나는 거겠죠.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라오는 게 시장입니다.
물론 다들 돈을 펑펑 쓰는 건 아닙니다.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면 비교 쇼핑을 하겠다는 사람이 31%, 쿠폰이나 세일을 찾겠다는 사람이 26%였어요.
즐길 건 즐기되 지갑은 꼭 쥐고 있는 겁니다. 이 균형 감각이 저는 마음에 듭니다.
결국 미국인이 핼러윈에 진심인 이유는 하나로 정리됩니다. 이민자의 명절에서 시작해 동네 사람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가 됐고, 그 안에 시장도 함께 커졌다는 거예요.
저도 올해는 사탕을 넉넉히 사 둘 생각입니다. 다만 초콜릿은 아이들이 오기 전에 반쯤 없어지는 게 매년 미스터리라, 이번엔 제가 안 좋아하는 젤리로 고를 겁니다.
여러분은 올해 문 앞에 어떤 사탕을 준비하시나요? 한인 가정도 아이들과 함께 이웃집 문을 두드려 보면 이 나라가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질 겁니다.

VelvetStone97







daisypat | 
안졸리냐졸려 blog | 
아노바 미국 미용정보 | 
anchor | 
코리아 타이커 뉴스 | 
미국 집구입정보 주택보험 | 
You Only Live Once | 
Lando Mao | 
Mr Bull Jung | 
Sunshine Blog |
역사는 돌고 돌아 온다고 |
Doori Ark |
무지개다리 타고 하늘높이 |
Sunny Fullerton |
미국 기상청 뉴우스 |
GOGO SING |
Gold Bar |
바나나 스타일 라이프 |
Tesla X |
Old English |
urbanmint |
forestcloud |
forever young |
Arlington house |
liquid asset |
Who's watching? |
Eclipse |
quietwave |
하지원 블로그 미용실 |
hoosierdadd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