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미국 뉴스를 보다 보면 할리우드 쪽 영화사 이야기가 웬만한 테크기업 인수합병보다 더 복잡하다.
Paramount Skydance의 Warner Bros. Discovery 인수 계획을 보면 거래 규모만 약 1,100억 달러다.
그런데 이 거래를 이해하려면 파라마운트만 보면 안 된다. 그 뒤에 있는 Ellison이라는 이름을 봐야 한다.
현재 Paramount Skydance CEO는 David Ellison이다. Oracle 공동창업자 Larry Ellison의 아들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부자 아들이 아버지 돈으로 회사를 산다"고 설명하면 정확하지 않다.
David Ellison은 2006년 Skydance를 설립해 영화 제작 사업을 키웠고, 이후 Paramount와 결합하면서 미디어 경영자로 올라섰다.
다만 이번 Warner Bros. Discovery 인수에서 아버지의 재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Larry Ellison은 인수 자금 가운데 404억 달러 규모의 지분 자금에 개인적인 보증을 제공했다.
문제는 이 가족이 돈이 많다는 데 있는 게 아니다.
핵심은 이렇게 거대한 미디어 자산이 한쪽으로 모였을 때 경쟁이 어떻게 달라지느냐다.
Warner Bros. Discovery에는 Warner Bros. 영화 스튜디오뿐 아니라 HBO, CNN, Discovery 계열 채널 등이 있다.
여기에 Paramount의 영화와 TV, CBS 계열 자산까지 한 회사 아래로 들어오면 미국 영화와 방송 산업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 그룹이 만들어진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12개 주가 지난 7월 합병을 막아달라는 반독점 소송을 냈다.
이들은 두 회사가 합쳐지면 영화 배급과 케이블TV 시장의 경쟁이 줄어들고, 영화관과 소비자뿐 아니라 작가와 제작 종사자에게도 불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Paramount 입장도 이해할 부분은 있다. Netflix와 Disney 같은 거대 플랫폼과 경쟁하려면 규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Paramount와 Warner가 따로 싸우는 것보다 콘텐츠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합쳐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키우는 편이 낫다는 논리다.
실제로 미 연방 법무부는 이미 거래를 승인했고 해외 주요 규제기관의 승인도 상당수 확보했다.
그러니까 이 합병을 단순히 "독점이니까 나쁘다"고 결론 내리기도 어렵다.
문제는 합병 이후다.
기업이 1,100억 달러짜리 거래를 하면 결국 어딘가에서 비용을 줄여야 한다.
비슷한 부서를 합치고 중복되는 인력을 정리하고 콘텐츠 투자도 다시 계산하게 된다.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회사 이름이 커지는 것보다 내 일자리가 없어질 가능성이 더 현실적인 문제다.
여기에 California Attorney General Rob Bonta는 Paramount가 협상 내용을 유출하고 왜곡했다며 8월 23일 예정됐던 합병 관련 협상 회의를 취소했다.
Paramount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소송으로 합병이 늦어지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이유로 캘리포니아 등 12개 주와 Writers Guild of America 측에 약 18억8천만 달러의 bond를 요구했다. 거래가 지연되면 10월부터 하루 약 700만 달러의 이른바 ticking fee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캘리포니아와 갈등이 계속되면 사업 거점을 Tennessee나 Texas 등으로 옮기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게 실제 대규모 이전으로 이어진다면 캘리포니아 입장에서도 웃을 일이 아니다.
반독점 규제를 강하게 밀어붙이다가 영화·TV 관련 일자리와 세수까지 또 Texas 같은 다른 주에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진짜 경제적인 질문은 Netflix와 Disney에 맞설 또 하나의 거대한 미디어 기업이 필요한가, 아니면 그렇게 만들어진 기업 자체가 새로운 독점 문제가 되는가.
David Ellison에게는 미디어 제국을 완성할 기회지만, 규제당국에는 경쟁을 지켜야 하는 시험대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에는 더 복잡하다. 합병을 막자니 기업과 일자리가 떠날 수 있고, 허용하자니 할리우드의 미디어 권력이 몇몇 거대 기업에 더욱 집중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싸움은 미국 미디어 산업이 앞으로 누구의 돈과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1,100억 달러짜리 힘겨루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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