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살다 보면 참 어이없는 일이 가끔 생기죠?
미국 타켓(Target) 하면 알아주는 대기업인데 그 큰 대기업에서 "이게 대체 어떻게 승인까지 받고 통과했지?" 싶은 일이 또 터졌지 뭐예요.
핼러윈을 앞두고 판매하던 어린이용 광대 의상 하나 때문에 논란이 크게 일어서, 결국 판매를 중단하고 공식 사과까지 했습니다.
타겟도 해당 의상이 부적절했으며 애초에 판매 상품에 포함되지 말았어야 했다고 인정했더라고요.
문제가 된 제품 이름은 'Kids' Glows Under Blacklight Circus Clown Halloween Costume'인데 가격은 25달러였습니다.
검정과 주황색이 섞인 광대 옷에 검은 장갑, 작은 모자가 달려 있고 프린트되어 뒤집어쓴 얼굴 부분에는 아주 크게 과장된 웃는 입 모양이 표현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논란이 커진 건 이 옷을 흑인 어린이가 입고 찍은 상품 사진이 공개되면서부터였습니다.
미국 사람들, 특히 흑인 커뮤니티에서는 사진을 보자마자 "이건 단순한 광대 의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미국 역사에서 흑인을 조롱하기 위해 사용됐던 블랙페이스(blackface)와 민스트럴 쇼(minstrel show) 이미지가 연상된다는 이유였습니다.

당시 공연에서는 흑인의 피부와 입술, 표정 등을 과장해 희화화하는 인종차별적 표현이 사용됐고, 이후 짐 크로(Jim Crow) 시대의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현 중 하나가 되었거든요. 그러니 미국에서 오래 산 사람이라면 왜 이 사진이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한국 사람이나 배경 지식이 없는 분들이 옷만 보면 "그냥 좀 기괴한 핼러윈 광대 아닌가?" 하실 수도 있어요.
실제로 온라인에서도 미국 밖에 사는 일부 사람들은 왜 이것이 인종 문제로 이어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고요.
반면 미국의 역사적 맥락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르게 보였던 겁니다.
저는 오히려 이 지점에서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타겟 같은 대기업에서 이 상품을 왜 판매 했을까?"
작은 동네 가게에서 사장님 혼자 물건을 가져와 파는 것도 아니잖아요.
상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샘플을 만들고 승인하는 과정을 거쳤을 텐데요.
거기에 어린이 모델을 섭외해 사진을 찍고 상품 페이지를 만들어 온라인에 올리기까지 여러 단계를 지나면서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이번 논란에서도 바로 이 부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타겟은 누가 상품을 디자인하거나 승인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내부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고 재발 방지를 위해 프로세스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타겟의 대응 자체는 빨랐습니다. 상품을 즉시 판매 목록에서 내리고 사과를 전했죠.
특히 흑인 고객과 직원, 협력업체 관계자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일이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타겟이 최근 몇 년 동안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관련 정책을 축소하면서 이미 상당한 논란을 겪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일각에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있었다면 이런 상품이 그대로 통과했겠느냐"는 지적까지 나왔습니다.
물론 이번 의상이 인종차별적인 목적으로 의도해서 만들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구분해서 봐야겠죠. 문제는 의도가 아닌 결과였습니다.
미국 역사에서 민감한 이미지와 유사하게 보일 수 있는 상품이 어린이용 의상으로 대형 유통업체에서 판매되었다는 점 자체가 핵심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물건 하나의 디자인도 그 나라의 역사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 사람 눈에는 그저 이상하게 생긴 광대로 보일 수 있지만, 미국 흑인들에게는 역사적 상처가 겹쳐 보일 수 있으니까요.
결국 25달러짜리 어린이 핼러윈 의상 하나가 타겟에 꽤 큰 과제를 안겨준 셈입니다.
회의실에서 "잠깐만요, 이거 이렇게 내놓으면 문제 생길 것 같은데요?" 한마디만 해도 되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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