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무너지고 도로도 끊겼다, 빅아일랜드 라라 피해 - Kahului - 1

하와이 빅아일랜드 하면 보통 화산이나 코나 커피, 바닷가부터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번 허리케인 라라 피해를 보니까 빅아일랜드에서 산다는 게 자연재해까지 생각하면 또 다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놀라운 건 라라가 빅아일랜드에 직접 상륙한 허리케인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8월 15일 카테고리 1 허리케인 상태로 빅아일랜드 남쪽 약 30~35마일 부근을 지나갔습니다.

폭퉁의 중심부가 섬을 관통한 것도 아닌데 피해는 상당했습니다. 이번에 정말 무서웠던 건 바람도 바람이지만 비였습니다.

빅아일랜드 일부 지역에는 20인치가 훨씬 넘는 비가 쏟아졌고, 라우파호에호에는 폭풍 기간 강수량이 43인치를 넘었습니다.

이 정도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하와이의 보슬비하고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특히 섬 남쪽 Kaʻū 지역 피해가 컸습니다. Waiʻōhinu에서는 산사태가 주택가를 덮치면서 약 12채의 집이 파괴됐습니다.

물과 진흙만 내려온 게 아니라 큰 바위까지 같이 굴러 내려왔다고 합니다. 도로와 다리까지 망가지면서 외부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동네도 생겼습니다.

Pāhala 쪽은 한때 도로가 끊기면서 지역 자체가 고립됐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곳에 이 지역의 병원이 있다는 겁니다.

빅아일랜드는 워낙 넓기 때문에 도로와 다리 하나가 끊어지는 게 단순히 출퇴근이 불편해지는 정도로 끝나지 않습니다.

병원이나 응급서비스 접근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시 Kaʻū 지역에서는 6개의 다리가 크게 파손되거나 무너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전기도 난리가 났습니다. 나무가 쓰러지고 전선이 끊어지면서 빅아일랜드 곳곳에서 정전이 발생했습니다.

Nāʻālehu에서는 더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폭우와 홍수 이후 실종됐던 고령 주민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번 피해를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겁니다. "허리케인이 상륙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라고?"

하와이는 산이 높고 지형이 워낙 복잡합니다. 같은 폭풍이 지나가도 어느 동네에는 몇 인치밖에 안 오는데 산 하나 넘어가면 20인치, 30인치가 쏟아질 수 있습니다.

실제 이번 라라 때도 지역별 강수량 차이가 엄청나게 컸습니다.

빅아일랜드로 이사를 생각하는 분이라면 이제 홍수 위험부터 볼 것 같습니다. 뒤에 급경사가 있는지 꼭 봐야합니다.

폭우가 오면 물이 어디로 빠지는지, 동네로 들어가는 도로가 하나뿐인지도 확인할 것 같고요.

전기가 며칠 끊겼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도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냉장고부터 인터넷, 휴대전화 충전까지 전부 문제가 됩니다.

하와이는 본토처럼 옆 도시에서 바로 물건을 가져오는 곳도 아니니까 식수와 식료품, 연료 같은 비상용품을 어느 정도 준비해두는 것도 필요하고요.

이번 라라 피해는 빅아일랜드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는 정말 아름답고 조용한 곳입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산과 계곡이 엄청난 폭우를 만나면 물길이 되고, 평소 아무렇지 않게 다니던 도로와 다리가 순식간에 끊어질 수도 있습니다.

빅아일랜드에 살면서 자연재해를 이야기하면 대부분 화산부터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보면 허리케인과 폭우, 홍수, 산사태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가까이 두고 사는 만큼 그 자연이 가진 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화산 위험지역만 볼 게 아니라 홍수와 산사태 위험지도 함께 확인하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