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산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국마켙에서 장을 볼 때 진열대에서 나의 눈에 띄는 식재료가 하나 있다.
바로 ‘두부’.
우리 고향의 맛이기도 하고, 동시에 전 세계인이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식품이기도 하다.
두부는 동아시아만의 음식일까?
두부는 흔히 동아시아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일본, 한국, 대만을 중심으로 찌개, 볶음, 간식, 술안주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는 식재료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유럽이나 아메리카, 서아시아 등지에서도 두부가 ‘건강한 콩 요리’로 꽤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겉모습은 페타치즈와 묘하게 닮아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두부와 치즈를 헷갈리기도 한다.
미국 마트에서도 두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Trader Joe’s, Whole Foods 같은 곳에서는 연두부, 단단한 두부, 오가닉 두부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런데 정작 미국인들에게 두부는 “맛 없는 단백질”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 자체로는 맛이 없으니 꼭 소스를 바르거나 바삭하게 구워야 먹을 수 있는 ‘보조 식재료’쯤으로 여긴다.
동양의 두부 vs 서양의 두부
한국에서 자란 나는 단단한 부침용 두부에 익숙하다.
찌개에 넣어도 무너지지 않고, 팬에 지져도 모양이 유지된다.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은 좀 다르다.
연두부처럼 부드러운 두부가 일반적이다.
일본에서는 차가운 두부에 가쓰오부시와 간장을 얹어 술안주로 먹고,
중국의 마파두부나 더우화는 거의 숟가락으로 떠먹는 수준의 부드러움이다.
내가 일본에 여행 갔을 때, 한국에서 익숙한 된장찌개를 만들려다 두부가 흐물흐물해서 순두부찌개처럼 되어버린 경험도 있다.
그만큼 두부의 질감과 식용법은 문화마다 차이가 크다.
한국의 단단한 두부가 오히려 세계적으로 보면 ‘드문 케이스’일지도 모르겠다.
건강과 두부 – 아플 때 생각나는 음식
내가 두부를 다시 바라보게 된 건, 장염에 걸렸을 때였다.
먹는 것마다 탈이 나던 시절, 그나마 두부는 속이 편했다.
끓이거나 쪄서 간단히 먹었을 때도 부담이 없고, 영양은 꽤 든든했다.
사실 두부는 식물성 단백질에 소화도 잘 되고, 기름기가 거의 없어서 장 질환 환자에게도 적합한 음식이다.
다만 튀기거나 간이 센 음식과 곁들일 경우엔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조리 방식에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에서 두부를 더 잘 먹는 법
요즘 나는 두부를 더 다양하게 활용한다.
간장 마늘 소스에 구워 덮밥처럼 먹거나, 올리브기름으로 살짝 튀겨서 샐러드 위에 올려 단백질 보충용으로 먹는다
가끔은 블렌더에 두부를 넣어 부드러운 스무디처럼 만들기도 하고, 소이 요거트를 만들 때도 활용한다.
이런 건 미국인 친구들에게도 반응이 꽤 좋다.
“이게 두부야? 이 정도면 매일 먹을 수 있겠는데?”라고 할 정도니까.
두부는 세계인의 식탁으로 가는 중
처음엔 한국인인 나조차 두부를 그저 반찬의 일부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두부는 동서양을 잇는 건강한 식재료이자,
문화와 기호에 따라 천 가지 얼굴을 가진 음식이다.
부드럽기도, 단단하기도 하며
술안주도 되고, 다이어트식도 되고, 환자식도 되는.
미국에서 두부는 아직 ‘낯선 친구’일지 몰라도,
우리에겐 참 다정한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