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에 살면서 느낀건 여기 기후가 참 오묘하다는거죠. 4월까지 눈이 내려서 언제 따뜻해지나 하다가도 7월 여름이 되면 꽤 덥고, 10월중순부터 눈이 내리고 겨울되면 꽤 매섭고 추워요.

하여간 얼마 전에 샤워하려고 수도를 틀었는데... 온수가 잘 안 나오는 거예요.

미지근한 물이 계속나오길래 샤워는 포기하고 보일러실 문을 열어봤지만 겉으론 별 문제 없어 보여서 일단 하루를 넘겼죠.

그런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여전히 찬물에 샤워해야해서 결국 동네 플러머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플러머가 와서 이것저것 점검해보더니, 저를 부릅니다. 그리고 진지하게 한마디 하더군요.

"보일러에서 나가는 파이프가 스케일이 쌓여서 막혔어요. 체크해보니 상태가 심합니다."

사실 좀 당황스러웠어요. 우리 집은 90년대에 지어진 주택이고, 파이프는 동파이프 였거든요. 구리는 녹이 슬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했는데...

알아보니까 덴버 물이 경도가 좀 높습니다. 쉽게 말해 석회질, 칼슘, 마그네슘 성분이 많다는 뜻이죠. 이런 광물질들이 뜨거운 물과 만나면서 파이프 벽면에 천천히, 하지만 아주 꾸준하게 스케일을 쌓아 올립니다. 보일러가 오래되고 겨울 여름을 보내면서 광물질이 더 많이 들러붙어요. 결국 파이프 물의 흐름이 점점 줄다가 막힘상태가 오는 거죠.

저희 플러머, 아주 실력 있는 분이었어요. 먼저 고압세척기로 파이프 내부에 쌓인 스케일을 밀어내려고 시도했죠. 그런데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했는지, 파이프 일부는 교체까지 해야 했습니다. 특히 보일러에서 바로 나가는 메인 파이프가 완전히 반쯤 막혀 있었고요.

결국 보일러 파이프 절반 교체에 고압세척 작업까지... 비용은 1,800달러 조금 넘게 나왔습니다. 한 번에 쌩돈 나가는 느낌. 하지만 찬물로 설거지하고 머리 감던 나날들을 생각하니 할수없는거죠.

이후 저, 바로 행동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먼저 설치한 게 '보일러 전용 물 필터'였습니다. 요즘엔 광물질을 어느 정도 잡아주는 소형 시스템이 꽤 많아요. 설치도 어렵지 않고, 유지비도 그리 비싸지 않아서 적극 추천드려요. 그리고 이제는 매년 보일러 점검받으면서 파이프 내부도 확인합니다. 처음엔 '뭐 이런 걸 매년 하냐' 싶었는데요, 막상 사고 한 번 겪고 나니까 생각이 확 바뀌더라고요.

덴버는 물도 딱딱하고, 겨울도 강하고, 건조함까지 더해져서 집안 배관에 무리가 가기 딱 좋은 조건이에요.

오래된 집이라면 특히나 더 그렇고요. 저처럼 '설마 우리 집이겠어?' 하다간, 어느 날 샤워기에서 찬물만 콸콸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온수보일러 파이프가 막히기 시작하면, 처음엔 그냥 온도가 좀 떨어지고 수압이 약해지는 정도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걸 무시하면, 몇 달 뒤엔 완전 차단 상태가 옵니다. 사람도 혈관 막히면 쓰러지듯이, 파이프도 비슷해요.

그러니까 덴버에 오래 살 거라면, 보일러 관리 필수입니다. 물 필터 하나 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되고요, 정기 점검은 귀찮아도 꼭 챙기세요.

따뜻한 물이 매일 잘 나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경험한번 잘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