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자녀 대학 이야기하다 보면 꼭 한 번씩 나오는 이름이 UPenn입니다.
처음 미국에 온 분들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말하는 거예요?" 하고 헷갈리기도 하는데 전혀 다른 학교입니다.
Penn State는 주립대이고, UPenn이라고 부르는 University of Pennsylvania는 아이비리그 8개 대학 가운데 하나인 사립 명문대입니다.
보통 미국 사람들은 UPenn 또는 그냥 Penn이라고 부릅니다.
학교는 필라델피아 웨스트 필라델피아의 유니버시티 시티에 있습니다. 센터시티에서 멀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필라델피아에 오래 살면 UPenn 학생이나 병원, 연구시설을 안 보고 살기가 오히려 힘들 정도입니다.
학교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사람이 100달러 지폐에 나오는 벤저민 프랭클린입니다.
UPenn은 프랭클린이 교육기관 설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학교의 뿌리는 무려 1740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 독립전에 생긴 대학이다 보니 이곳은 미국에서도 손꼽히게 오래된 대학입니다.
그런데 UPenn이 재미있는 건 옛날 학교이면서도 처음부터 상당히 실용적인 교육을 강조했다는 점입니다.
고전이나 신학만 공부하는 대학보다는 실제 사회에 필요한 상업, 과학, 공공 분야 교육을 중시했습니다.
지금 UPenn이 비즈니스와 의학, 공학에서 강한 것도 이런 전통과 묘하게 연결됩니다.

UPenn 하면 역시 와튼스쿨(The Wharton School)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881년에 설립된 세계 최초의 대학 경영대학으로 알려져 있으며 학부 과정부터 MBA까지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금융이나 월스트리트 쪽으로 가려는 학생들에게는 정말 이름값이 대단한 학교입니다. 와튼 출신이라고 하면 투자은행, 사모펀드,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는 졸업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와튼 학부 출신입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역시 UPenn에서 물리학과 경제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1995년 Stanford University의 대학원 과정에 들어갔지만, 인터넷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아주 짧은 기간 만에 그만뒀습니다. 머스크가 스탠퍼드 박사과정을 이틀 만에 그만뒀다는 이야기가 워낙 유명해서 '스탠퍼드 출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교 동문 명단을 보다 보면 정치, 금융, 기술기업 쪽에서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들이 계속 나옵니다.
의학 분야도 만만치 않습니다. Perelman School of Medicine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의과대학 가운데 하나이고, Penn Medicine이라는 거대한 의료·연구 시스템이 대학과 연결돼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일반인들에게도 UPenn 연구진의 이름이 알려졌습니다.
mRNA 기술 발전에 결정적인 연구를 한 카탈린 카리코와 드루 와이스먼이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코로나 백신 맞으면서 들었던 바로 그 mRNA 기술입니다.
캠퍼스도 볼 만합니다. 약 300에이커 규모에 오래된 대학 건물과 현대적인 연구시설이 섞여 있습니다. College Hall과 Houston Hall, Van Pelt Library 같은 건물이 유명하고 벤저민 프랭클린 동상도 있습니다. 미국 오래된 대학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서 필라델피아 여행 중 산책 삼아 돌아봐도 재미있습니다.
문제는 우리 애가 가고 싶다고 그냥 갈 수 있는 학교가 아니라는 겁니다.
요즘 UPenn 학부 합격은 정말 어렵습니다. 지원자가 수만 명씩 몰리는 데다 합격률은 한 자릿수입니다.

공부만 잘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고등학교 성적과 수업 난이도, 에세이, 추천서,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한국 부모들이 좋아하는 "SAT 몇 점이면 들어가요?"라는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하기 어려운 학교죠.
학비와 생활비도 상당하지만 재정보조 제도가 잘 마련돼 있습니다. 특히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를 포함한 해당 학생들은 가정 형편에 따라 need-based financial aid를 받을 수 있으므로 홈페이지에 적힌 정가만 보고 처음부터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인 동문도 상당히 눈에 띕니다. 대표적으로 한국 경제·금융·기업 분야에서 UPenn과 와튼 출신 인사들을 찾아볼 수 있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동문 네트워크도 형성돼 있습니다. 특히 와튼에서 학부나 MBA를 마치고 한국의 대기업, 금융회사, 컨설팅 회사로 진출하거나 미국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에 남아 활동하는 한인들이 많습니다.
UPenn에는 한국 학생 및 한인계 학생 커뮤니티도 이어져 있어 유학생 입장에서도 동문 네트워크를 활용할 기회가 있습니다. 다만 인터넷에 떠도는 유명인 학력에는 최고경영자 과정이나 단기 프로그램까지 정규 학위처럼 섞여 있는 경우가 있으니 특정 인물을 UPenn 동문이라고 소개할 때는 학위와 과정을 따로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결국 UPenn은 단순히 "필라델피아에 있는 아이비리그 학교"라고 하기에는 가진 게 참 많은 대학입니다. 와튼이 워낙 유명해서 경영대학 이미지가 강하지만 의학, 공학, 법학, 간호학, 자연과학까지 골고루 강합니다.
필라델피아에 사는 한인 부모 입장에서는 가까이에 이런 학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주말에 캠퍼스 한번 데려가서 "여기가 UPenn이래" 하고 구경시켜주는 건 돈도 안 듭니다.
다만 캠퍼스 한 바퀴 돌고 집에 오는 차 안에서 "너도 여기 가야지?"라는 말은 조금 참는 게 좋겠습니다.
아이는 아직 중학생인데 부모 마음속에서는 벌써 와튼 졸업하고 월스트리트 출근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한타의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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