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사탕 검사, 미국 부모들은 왜 하나씩 뜯어볼까요? - Rowland Heights - 1

핼러윈 밤이면 동네마다 비슷한 장면이 펼쳐집니다. 아이들이 사탕 봉지를 들고 들어오면 부모가 먼저 거실 바닥에 쏟아놓고 하나씩 뒤집어 봅니다.

포장이 찢어진 건 빼고, 집에서 만든 쿠키나 랩에 싼 과자는 버립니다. 미국에서 아이를 키워본 분이라면 이 candy check를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이 습관은 대체 언제, 왜 시작된 걸까요? 정말 낯선 사람이 사탕에 독을 넣은 사건이 그렇게 많았던 걸까요?

찾아보니 답은 꽤 의외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르는 사람이 핼러윈 사탕에 독을 넣어 아이가 숨진 사례는 확인된 게 없습니다.

이 주제를 수십 년 파고든 사람이 있습니다. 델라웨어 대학교 사회학자 조엘 베스트(Joel Best) 교수입니다.

그는 1958년부터 주요 신문에 실린 핼러윈 사탕 사건 보도를 모으고, 경찰과 병원에 일일이 확인했습니다. 대부분은 장난이거나 아예 지어낸 이야기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아이들이 스스로 사탕에 핀을 꽂고 신고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하네요. 관심을 받고 싶었던 거겠죠.

면도날이나 바늘 같은 날카로운 물건이 나왔다는 신고도 대부분 근거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다친 경우는 극소수였고, 가장 심한 게 몇 바늘 꿰맨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럼 이 공포는 어디서 왔을까요? 1960년대 후반부터 사과 속 면도날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뉴저지주는 1968년 핼러윈 직전에 사과에 위험물을 넣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까지 만들었습니다. 그 전까지 흔하던 사과 나눠주기는 1970년대를 지나며 거의 사라졌죠.

결정타는 1974년 텍사스에서 터졌습니다. 8살 티모시 오브라이언이 시안화물이 든 Pixy Stix를 먹고 숨진 사건입니다.

범인은 낯선 이웃이 아니라 아이의 친아버지 로널드 오브라이언이었습니다. 자녀 앞으로 생명보험을 들어놓고 저지른 범행이었고, 그는 1984년에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1970년 디트로이트에서 5살 아이가 숨진 사건도 처음엔 사탕 탓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수사해 보니 삼촌이 숨겨둔 헤로인을 먹은 것이었고, 가족이 이를 덮으려고 사탕에 묻혀 놓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두 사건 모두 범인은 가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 기억에 남은 건 사탕을 건넨 낯선 사람이라는 이미지였습니다. 아이러니한 일이죠.

공포를 전국 단위로 키운 건 1982년 시카고 일대의 타이레놀 사건입니다. 누군가 진통제 캡슐에 시안화물을 넣어 7명이 숨졌고,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해 가을 각지에서 사탕 속 핀 신고가 잇따랐고, 핼러윈 행사를 취소한 동네도 나왔습니다. 핼러윈 사탕 매출이 20%에서 50%까지 줄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약병과 식품에 밀봉 포장이 표준이 됐습니다. 부모들이 포장이 뜯긴 사탕부터 골라내는 습관도 이 무렵 굳어졌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베스트 교수는 이걸 현대판 도시전설이라고 부릅니다. 유령이나 도깨비는 안 믿어도 범죄자는 믿는다는 거죠.

사회가 불안할 때마다 이런 신고가 늘어난다는 분석도 흥미롭습니다. 결국 사탕 검사는 독을 찾는 행위라기보다 부모 마음을 달래는 의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진짜 위험은 뭘까요? 숫자를 보면 답이 꽤 분명합니다.

2018년 JAMA Pediatrics에 실린 연구는 1975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교통사고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핼러윈 저녁 보행자 사망 위험이 전후 일주일 같은 시간대보다 43% 높았습니다.

특히 4세에서 8세 아이들은 위험이 10배로 뛰었습니다. 가장 위험한 시간은 오후 5시에서 8시 사이였습니다.

사탕 봉지보다 길 건너는 순간이 훨씬 무섭다는 얘기입니다. 솔직히 저도 이 수치를 보고 좀 놀랐습니다.

그렇다고 사탕 검사를 그만두라는 말은 아닙니다. 포장이 뜯긴 것, 집에서 만든 것, 출처를 모르는 것은 버리는 게 맞습니다.

어린 아이에게 질식 위험이 있는 딱딱한 사탕을 골라내고, 알레르기 성분을 확인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건 독과는 상관없는 현실적인 체크죠.

다만 에너지를 어디에 쓰느냐는 따져볼 만합니다. 저라면 사탕 검사는 5분이면 끝내고, 나머지 신경은 길 위에 쓰겠습니다.

반사 스티커를 의상에 붙이고, 손전등을 들리고, 어린 아이는 꼭 어른이 따라다니게 하는 겁니다. 운전하는 쪽이라면 주택가에서 속도를 확 줄이는 게 기본이고요.

근거 없는 공포에 쫓기기보다 숫자가 말하는 위험에 대비하는 것, 그게 독립적인 부모의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핼러윈에도 많은 집 거실 바닥에 사탕이 쏟아질 겁니다. 이번엔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한 번쯤 들려줘도 좋겠습니다. 진짜 조심할 건 사탕보다 자동차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