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할 땐 시원하고 푹 쉬면 아픈 지압 슬리퍼의 비밀 - Honolulu - 1

하와이에 살다 보면 집에서는 슬리퍼를 신고 지내는 시간이 참 많습니다.

저도 집에 들어오면 한국에서 사온 지압 슬리퍼부터 신는데, 몇 년 신다 보니 재미있는 걸 하나 발견했어요.

이상하게 몸이 녹초가 된 날은 집에와서 맨발에 신는 지압 슬리퍼가 하나도 안 아픕니다. 오히려 발바닥을 꾹꾹 눌러주니까 "아, 시원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하고 오다가 장도 보고 돌아다니다 오면 발이 퉁퉁 부은 것 같잖아요.

그럴 때는 지압 슬리퍼를 신고 몇 분만 걸어도 몸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자고 일어난 다음 날입니다. 컨디션이 좋을 때 슬리퍼를 신으면 "아야!"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ㅎㅎ 눈물나게 아파서 꾹 참을때도 있죠.

어제는 하나도 안 아프던 슬리퍼가 왜 이렇게 아픈지 저도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어요.

혹시 혈액순환이 안 돼서 그런가 싶어서 찾아봤는데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더라고요.

우리 몸은 피곤하면 근육이 많이 긴장하고 발바닥도 뻣뻣해집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발을 눌러주는 자극이 오히려 마사지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프기보다 시원하다는 느낌이 드는 거죠.

반대로 잠을 푹 자고 몸이 회복되면 신경도 정상적으로 예민해집니다. 그러면 똑같은 압력도 더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슬리퍼가 갑자기 더 딱딱해진 것이 아니라 내 몸이 그 자극을 제대로 느끼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합니다.

피곤한 날에는 소파에 털썩 앉기만 해도 세상 편한데,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오히려 허리가 불편해서 자세를 자꾸 바꾸게 되잖아요. 몸이 보내는 신호는 그날그날 조금씩 다릅니다.

하와이는 일 년 내내 샌들이나 슬리퍼를 신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발 피로도도 은근히 쌓입니다.

관광객들은 바다만 생각하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은 장 보러 다니고 산책하고 쇼핑몰 한 바퀴만 돌아도 하루에 꽤 많이 걷게 됩니다.

저도 코스트코 한 번 다녀오면 만 보 넘게 걷는 날이 많더라고요.

그런 날 집에 와서 지압 슬리퍼를 신으면 발이 아프기는커녕 오히려 "더 눌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하루 푹 쉬고 다음 날 아침에 같은 슬리퍼를 신으면 발바닥이 콕콕 찌르는 느낌이 확실히 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지압 슬리퍼를 몸 상태를 알려주는 작은 신호처럼 생각합니다.

안 아프다고 건강이 나쁜 것도 아니고, 아프다고 몸에 문제가 있다는 뜻도 아닙니다.

그냥 오늘 내 몸이 피곤한지, 충분히 쉬었는지를 조금 느끼게 해주는 정도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물론 지압 슬리퍼가 병을 고치거나 혈자리를 치료해 준다는 의학적인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하네요 ㅎㅎ.

하지만 발바닥에는 감각신경이 많이 모여 있기 때문에 몸 상태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저처럼 지압 슬리퍼를 자주 신는 분이라면 느껴보실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몸이 많이 지쳐 있는 건 아닌지, 반대로 "왜 이렇게 아프지?" 하는 날이라면 오히려 푹 쉬어서 몸이 정상적인 감각을 되찾은 건 아닌지 말입니다.

저는 요즘 그 차이를 느끼면서 "아, 내 몸이 오늘은 이런 상태구나." 하고 한 번쯤 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