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곡밥의 진실, 많이 먹으면 이것도 그냥 밥입니다 - Los Angeles - 1

나이를 먹게 되니까 이상하게 밥 먹을 때도 건강을 생각하게 됩니다.

스무 살 때는 삼겹살에 흰쌀밥 두 공기 먹고도 콜라 한 잔 마시면 끝이었는데, 이제는 밥솥 열면서도 고민합니다.

"흰쌀밥 말고 잡곡밥 먹어야 하나?"

그래서 어느 날부터 현미 넣고, 보리 넣고, 귀리 넣고, 검은콩까지 넣기 시작했습니다. 색깔만 보면 거의 건강검진 합격 밥입니다.

그런데 알아보니까 잡곡밥도 조금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잡곡밥의 가장 큰 장점은 식이섬유입니다.

현미나 보리, 귀리 같은 통곡물은 도정 과정에서 많이 깎아낸 흰쌀보다 겨와 배아 부분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식이섬유뿐 아니라 마그네슘이나 비타민 B군 같은 영양소도 더 들어 있습니다.

식이섬유가 많으면 소화와 흡수가 상대적으로 천천히 이루어집니다.

흰쌀밥만 먹었을 때보다 식후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포만감도 오래가는 편입니다.

나처럼 마흔 넘어서 배가 슬슬 앞으로 나오기 시작한 남자에게는 이게 꽤 중요합니다.

점심에 흰밥 한 그릇 먹고 두 시간 지나서 과자 찾는 것보다 잡곡밥 적당히 먹고 오후까지 버티는 게 낫다는 겁니다.

잡곡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는 변의 부피를 늘리고 장을 통과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평소 채소도 별로 안 먹고 고기와 밥 위주로 먹는 남자라면 잡곡밥으로 식이섬유를 조금이라도 보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습니다. 잡곡밥이라고 마음 놓고 두 공기 먹으면 안 됩니다.

현미도 탄수화물이고 보리도 탄수화물이고 귀리도 탄수화물입니다.

흰쌀보다 영양적인 장점이 있다는 것이지 먹는 만큼 살이 빠지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변신하는 건 아닙니다.

잡곡밥의 진실, 많이 먹으면 이것도 그냥 밥입니다 - Los Angeles - 2

잡곡밥 한 공기 먹고 "오늘 건강식 먹었으니까 괜찮아." 하면서 제육볶음 잔뜩 올리고 한 공기 더 먹으면 잡곡들이 상당히 억울합니다.

그리고 잡곡을 많이 넣었다고 모든 사람의 배가 좋아하는 것도 아닙니다.

평소 흰쌀밥만 먹던 사람이 갑자기 현미, 콩, 보리 같은 식이섬유를 왕창 늘리면 배에 가스가 차고 더부룩하거나 방귀가 늘 수 있습니다.

특히 장이 예민한 사람은 건강해지려고 잡곡밥 먹었다가 하루 종일 배에서 회의가 열릴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처음부터 잡곡 100%로 바꾸기보다 흰쌀에 조금씩 섞어가면서 몸이 적응하는지 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물도 충분히 마시는 게 좋습니다.

밥은 밥입니다. 잡곡밥을 먹으면서 계란이나 생선, 두부, 닭고기 같은 단백질과 채소를 같이 먹어야 한 끼 식사가 제대로 균형을 잡습니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흰쌀밥이 나쁜 음식이고 잡곡밥이 약이라는 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어차피 매일 밥을 먹을 거라면 일부를 현미나 보리, 귀리 같은 통곡물로 바꾸는 건 괜찮은 선택입니다.

식이섬유도 늘리고 포만감도 챙기고 혈당 관리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으니까요.

대신 건강식이라는 이름을 믿고 많이 먹으면 소용없습니다. 몸에 좋은 음식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몸에 좋은 음식도 적당히 먹는 겁니다.

잡곡밥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은콩 세 알 더 들어갔다고 밥 한 공기가 갑자기 샐러드가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