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모릅니다, 여자는 왜 내가 이러는지 모를 때가 있어요 - Seattle - 1

마흔 넘어서야 인정합니다, 우리도 우리가 왜 그러는지 몰라요

마흔 넘게 살다 보니 이제는 인정할 건 인정하게 됩니다.

남편들이 여자한테 제일 많이 하는 말 있잖아요.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그런데 여러분, 중요한 사실 하나 알려드릴게요.

우리도 모릅니다.

알았으면 진작 고쳤어요. 남편이 10년 넘게 저를 연구해서 답을 못 찾았는데 본인이라고 알겠습니까.

제일 신기한 게 싸울 때예요.

머리에서는 분명히 경고방송이 나옵니다.

'지금 그 말 하지 마.'
'그건 너무 심하다.'
'저 사람 잘못 아니잖아.'

다 알아요.

그런데 입이 이미 출발했습니다.

뇌에서는 빨간불인데 입은 신호위반하고 교차로를 통과해버린 거예요.

그러다가 남편 표정이 굳으면 그때라도 멈춰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더 갑니다.

왜냐하면 여기서 멈추면 내가 잘못한 사람이 되거든요.

이미 38선을 넘었는데 갑자기 철수할 수는 없는 겁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양말 하나 때문에 시작했는데 10분 뒤에는 시어머니가 등장하고, 15분 뒤에는 2020년 팬더믹때 정신없다고 넘어간 결혼기념일 사건까지 소환됩니다.

남편은 어리둥절합니다.

"아니, 양말 하나 가지고 왜 이래?"

맞아요.

사실 양말 때문이 아닙니다.

오늘 하루 종일 힘들었는데 아무도 "오늘 괜찮았어?"라고 안 물어봐줘서 서운했던 겁니다.

그런데 그걸 그냥 말하면 되잖아요.

"여보, 나 오늘 힘들었어. 나 좀 안아줘."

이렇게 말하면 얼마나 예쁩니까.

그런데 그게 죽어도 안 나옵니다.

대신 바닥에 있는 양말을 집어 들고,

"당신은 평생 이 모양이야!"

갑자기 한 인간의 50년 인생을 양말 한 짝으로 평가해버립니다.

더 부끄러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남편이 당황해서 나를 쳐다보면 속으로 묘하게 안심될 때가 있어요.

'그래도 신경은 쓰는구나.'

남편 입장에서는 날벼락 맞은 건데 나는 그 표정을 보고 사랑을 확인하고 있는 겁니다.

참 비효율적인 사랑 확인법이에요.

문제는 밤에 옵니다.

싸울 때는 내가 완전히 이겼습니다.

말도 더 많이 했고 마지막 말도 내가 했어요.

그런데 불 끄고 누우면 갑자기 오늘 경기 하이라이트가 재방송됩니다.

내가 했던 말, 남편 표정, 마지막에 조용히 방문 닫던 모습까지 HD 화질로 돌아옵니다.

그러면 후회가 밀려옵니다.

'아, 그 말은 하지 말걸.'

옆을 보면 남편은 코 골고 자고 있어요.

더 열받습니다.

상처받았다면서 왜 저렇게 잘 자나 싶어요.

나는 내가 던진 말에 내가 맞아서 잠도 못 자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정말 이상한 것은 오래된 말도 기억한다는 겁니다.

남편은 10년 전에 싸운 것 자체를 기억 못 하는데 나는 그날 내가 너무 심한 말을 했다는 걸 아직 기억합니다.

결국 내가 던진 말의 가장 오래된 피해자가 나인 셈이에요.

그래서 남편들에게 부탁 하나 하고 싶습니다.

여자가 갑자기 이상한 걸 가지고 시비를 걸기 시작하면 논리적으로 이기려고 하지 마세요.

"양말은 내가 어제도 치웠는데?"

이런 증거 제출하지 마세요.

재판이 아닙니다.

그냥 한번 물어봐 주세요.

"무슨 일 있었어?"

이말 한마디에 화가 다 풀릴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