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지금도 100V 전압(정확히는 100V)을 사용하는 이유는 꽤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과 현실적인 이유가 뒤섞여 있어요.

"왜 세계 대부분이 220V를 쓰는데 일본만 100V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볼게요.

일본이 100V를 사용하는 이유

일본이 전기를 처음 들여온 건 1878년. 당시 도쿄에는 독일식 50Hz 시스템, 오사카에는 미국식 60Hz 시스템이 들어왔어요.

즉, 주파수부터가 두 개로 나뉜 나라였고, 전압 역시 초기 미국에서 수입한 발전기 기준인 100V를 따라가기 시작한 거죠.
이게 오늘날까지 내려오는 일본의 전압 시스템의 뿌리예요.

참고로 일본은 지금도 도쿄(동쪽)는 50Hz, 오사카(서쪽)는 60Hz를 쓰고 있는 세계 유일한 ‘두 주파수 국가’랍니다.

가전 보급 시점에 이미 100V가 표준이 됨

1920~30년대 이후, 일본에서 전기 가전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대부분의 제품들이 100V 기준으로 만들어졌어요.
이후에도 에어컨, 전기밥솥, 냉장고, TV 등 모든 것이 이 기준으로 맞춰지니까, 굳이 바꿀 이유가 사라진 거죠.

전압이 낮아서 감전 위험도 낮음

100V는 세계 주요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전압이에요.
이 말은 곧, 감전 시 인체에 가해지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

일본은 지진이나 화재 등 재해가 많은 나라인데, 전기 안전에 민감하게 설계된 시스템이 이와 잘 어울렸다고 볼 수 있어요.
또한 주택 구조나 전선 배선 방식도 일본식 100V 전압에 맞춰 매우 촘촘하고 섬세하게 설계돼 있답니다.

승압 계획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사실 20세기 중반, 일본 정부도 한때 200V 이상으로 승압하는 계획을 세운 적 있어요.
하지만 현실은…

  • 국가 전체의 전선, 변압기, 가전제품까지 몽땅 교체해야 하는 막대한 비용

  • 이미 너무 많은 가정과 산업이 100V에 익숙해진 상태

결국 이 승압 계획은 실행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었어요.
지금은 일부 고전력 기기(에어컨, 건조기 등)만 200V 전용 콘센트를 따로 설치해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타협한 상태예요.

“일본은 바꿀 수 있어서 안 바꾼 게 아니라, 너무 멀리 와버려서 되돌릴 수 없게 된 거예요.”
전력 사용의 효율성보다 생활 속 안전과 시스템 안정성을 우선한 결정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죠.

그리고 특유의 '고장 나지 않는 일본 가전'의 비결 중 하나도 바로 이 안정된 100V 시스템이 기여한 바가 크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