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럭스토어에 반창고 사러 갔다가 진열대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네오스포린 옆에 거의 똑같이 생긴 스토어 브랜드 연고가 나란히 놓여 있길래 뒷면 성분표를 비교해 봤다.
바시트라신 아연, 네오마이신 설페이트, 폴리믹신 B 설페이트. 세 가지 유효성분과 함량이 글자 하나 다르지 않았다.
가격은 달랐다. 월마트 기준 네오스포린 오리지널 1온스가 9.87달러, 같은 용량의 이퀘이트 트리플 항생 연고는 2.84달러다.
연고 한 통에 7달러 차이. 무시하고 넘길 액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 집에서 상비약 서랍을 열어 보면 품목은 대개 비슷하다. 해열진통제, 항히스타민제, 제산제, 기침감기약, 항생 연고, 밴드와 소독약 정도다.
이 목록이 전부 브랜드로 채워져 있으면 서랍 하나에서 새는 돈이 제법 된다. 한 번 갈아끼우면 그다음부터는 자동으로 절약되는 항목이기도 하다.
이게 우연이 아니라 제도로 보장된 구조라는 점이 중요하다. FDA는 스토어 브랜드 일반의약품에도 브랜드약과 동일한 유효성분, 동일 함량, 동일 제형, 동일 투여 경로를 요구한다.
제조 시설 역시 스토어 브랜드를 만들든 브랜드약을 만들든 같은 품질 기준을 적용받는다. 상표만 다를 뿐 약효를 다르게 만들 여지가 애초에 없다는 뜻이다.
현장에서는 이렇다. 미국 스토어 브랜드 일반의약품 최대 제조사인 페리고 한 곳이 물량 기준으로 시장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300개 소매업체에 각사 상표를 붙여 납품한다.
월그린 상표가 붙었든 CVS 상표가 붙었든 같은 라인에서 나온 물건일 수 있다는 얘기다.
눈길이 가는 데이터가 하나 있다. 2015년 쿼털리 저널 오브 이코노믹스에 실린 연구에서 두통약 구매 기록을 분석했더니, 약사들은 전체 구매의 9%에서만 브랜드약을 골랐다.
같은 항목에서 일반 소비자는 26%가 브랜드약이었다. 성분을 가장 잘 아는 직군이 브랜드에 돈을 가장 적게 쓴다는 결과다.
그래서 집에 쟁여둔 상비약 목록을 하나씩 가격으로 훑어봤다.
속쓰림약 프릴로섹 OTC 42정이 월마트에서 22.98달러, 같은 오메프라졸 20mg 42정짜리 이퀘이트가 9.97달러다. 한 통에 13달러, 비율로는 56% 차이다.
알레르기약 쪽은 격차가 더 벌어졌다. 지르텍 90정이 38.96달러인데, 세티리진 10mg 90정 스토어 브랜드는 12.88달러였다.
정당 단가로 43.3센트 대 14.3센트다. 알레르기 철에 하루 한 알씩 넘기는 사람이라면 1년에 백 달러 넘게 갈리는 지점이다.
진통제는 포장 용량까지 얽힌다. 이부프로펜 200mg 기준 이퀘이트 500정이 8.78달러, 정당 1.8센트다.
코스트코 커클랜드는 500정 두 통 묶음이 10.99달러였다. 반면 애드빌 100정은 9.98달러다.
해열진통제는 브랜드 값이 얼마인지 숫자로 그대로 드러난다. 타이레놀 엑스트라 스트렝스 500mg 100정이 월마트에서 10.97달러에서 12.47달러 선에 걸려 있다.
정당 11센트가 넘는 셈이다. 같은 500mg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스토어 브랜드는 바로 옆 칸에 훨씬 큰 통으로 놓여 있다.
작은 포장이 오히려 함정인 경우도 있다. 월그린 자체 브랜드 이부프로펜 200mg 24정이 4.49달러, CVS 쪽 같은 제품이 4.69달러로 조사됐다.
스토어 브랜드인데도 정당 단가가 18센트를 넘어간다. 급할 때 쓰는 소포장은 브랜드 문제가 아니라 용량 문제인 셈이다.
그러면 브랜드약을 살 이유는 아예 없는가. 그건 또 아니라고 본다.
유효성분이 같아도 비활성 성분은 다를 수 있다. 색소, 유당, 전분 같은 부형제는 제조사마다 선택이 갈리고, 드물게 여기에 반응하는 사람이 있다.
유당불내증이 있거나 특정 색소에 민감하다면 성분표의 inactive ingredients 줄을 확인하는 편이 낫다. 코팅이나 젤캡 같은 제형 차이로 삼키기 편한 쪽이 갈리기도 한다.
아이가 먹는 물약은 성분보다 용량 계산이 먼저다. 브랜드를 바꾸더라도 농도 표기와 동봉된 계량기를 매번 확인하는 게 맞다.
고르는 요령 자체는 단순하다. 스토어 브랜드 포장 앞면의 Compare to 문구를 보고, 뒷면 유효성분 줄이 브랜드약과 같은지만 맞춰보면 끝난다.
그다음은 가격표 아래 작게 붙은 유닛 프라이스, 즉 정당 단가를 본다. 앞에 붙은 가격보다 이 숫자가 실제 지출을 결정한다.
다만 무조건 큰 통이 정답은 아니다. 1년에 몇 번 안 쓰는 약을 1000정짜리로 사두면 유효기간 안에 다 못 쓰고 버리게 된다.
바꾸는 김에 서랍 정리도 같이 하면 좋다. 유효기간 지난 약은 골라내고 남은 것들은 라벨이 보이게 세워 두면 중복 구매가 줄어든다.
멤버십도 계산에 넣을 만하다. CVS는 익스트라케어 플러스 회원에게 자체 브랜드 제품 20% 할인을 적용한다.
나라면 해열진통제, 항히스타민제, 제산제, 항생 연고처럼 성분이 단순하고 자주 손이 가는 품목은 전부 스토어 브랜드로 채우겠다. 로고에 붙는 값은 약효가 아니라 광고비 쪽에 가깝다고 본다.
대신 처음 먹어보는 약이거나 아이 약이면 약사에게 한마디 물어보고 바꾸는 게 순서다. 절약은 결국 성분표를 읽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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