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버티 스테이트 파크 산책로에 서면 바로 코앞에 엘리스섬의 붉은 벽돌 건물이 보입니다. 페리를 타면 금방이고, 마음만 먹으면 수영해서도 갈 것 같은 거리죠.
그런데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머그컵에는 대부분 New York이라고 찍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주 오래된 질문 하나를 꺼내 보려고 합니다. 엘리스섬은 도대체 어느 주 땅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답은 둘 다입니다. 다만 비율로 따지면 뉴저지가 압도적으로 큽니다. 이 결론이 나오기까지 미국 연방대법원까지 가야 했다는 게 이 이야기의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시작은 183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뉴욕과 뉴저지는 허드슨 강과 항구의 경계를 두고 오랫동안 티격태격했고, 1833년에 협약을 맺어 1834년 연방의회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 협약의 내용이 묘했습니다. 엘리스섬이라는 섬 자체는 뉴욕 관할로 하되, 섬 주변 물 밑의 땅은 뉴저지 관할로 한다는 것이었죠.
당시만 해도 엘리스섬은 손바닥만 한 작은 섬이었습니다. 법원 자료 기준으로 원래 면적은 2.74에이커였고, 국립공원관리청은 3.3에이커로 소개합니다. 어느 숫자든 축구장 두세 개 정도 크기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1892년 1월 1일 이민국 검사소가 문을 열면서 연방정부가 섬 주변 바다를 매립해 땅을 넓히기 시작했습니다.
매립은 1890년대부터 1934년까지 이어졌고, 섬은 27.5에이커로 커졌습니다. 원래 크기의 열 배 가까이 된 셈이죠.
여기서 IT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전형적인 버그가 보입니다. 1834년 협약이라는 코드는 섬이 커질 거라는 edge case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겁니다.
물 밑 땅은 뉴저지 것인데, 그 위에 흙을 쌓아 올린 새 땅은 누구 것일까요? 뉴욕은 섬이 원래 우리 것이니 늘어난 부분도 당연히 우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저지 생각은 달랐습니다. 우리 바닥 위에 쌓은 흙이면 그 땅도 우리 것이라는 논리였죠. 남의 집 마당에 데크를 깔았다고 그 마당이 내 집이 되느냐는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그 사이 엘리스섬은 1954년 11월 문을 닫을 때까지 1200만 명이 넘는 이민자를 맞았습니다. 대규모 입국 심사는 1924년에 사실상 끝났고, 이후에는 주로 구금 시설로 쓰였습니다.
오랫동안 방치됐던 본관 건물은 1990년에 이민 박물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사람들이 다시 몰려들자, 잠자던 소유권 문제도 덩달아 깨어났습니다.
결국 뉴저지가 뉴욕을 상대로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주와 주 사이의 분쟁은 대법원이 1심부터 직접 맡는 original jurisdiction 사건이라, 이 사건은 하급심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폴 버킬이라는 특별 조사관을 지정해 증거를 모으게 했습니다. 버킬은 1997년 보고서에서 매립지는 뉴저지 관할이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1998년 1월 12일 구두변론이 열렸고, 같은 해 5월 26일 판결이 나왔습니다. 결과는 6대 3으로 뉴저지의 승리였습니다.
다수의견은 데이비드 수터 대법관이 썼고 렌퀴스트 대법원장, 오코너, 케네디, 긴즈버그, 브라이어 대법관이 함께했습니다. 스티븐스 대법관은 따로 반대의견을 냈고, 스칼리아 대법관도 토머스 대법관과 함께 반대했습니다.
판결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1834년 당시 원래 섬의 평균 저조선 안쪽은 뉴욕, 그 뒤 매립으로 생긴 땅은 뉴저지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엘리스섬은 대략 80에서 90퍼센트가 뉴저지 관할입니다. 자료마다 83퍼센트, 90퍼센트로 조금씩 다르게 쓰지만, 뉴저지가 대부분을 가져갔다는 점은 같습니다.
반대의견 쪽 논리도 들어볼 만합니다. 스칼리아 대법관은 협약 문구가 애매하니, 오랫동안 모두가 이 섬을 뉴욕 땅으로 여겨 온 관행을 존중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다수의견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계약서에 적힌 문구가 분명한데 관행이 그랬다는 이유로 바꾸면, 사업하는 사람들은 계약서를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법원이 특별 조사관의 경계선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실용적으로 선을 다듬자는 안 대신 원래 섬의 물가 선을 그대로 따르라고 했죠.
덕분에 경계선이 반듯하지 않고 구불구불합니다. 건물 한 동 안에서도 복도를 걷다 보면 주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 생긴다고 하니, 지도 앱이 헷갈릴 만도 합니다.
그렇다면 판결 이후 달라진 게 많을까요? 솔직히 일상에서는 거의 없습니다. 섬의 소유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연방정부이고, 국립공원관리청이 자유의 여신상 국립기념물의 일부로 관리합니다.
이 소송은 소유권이 아니라 주권과 관할권을 다툰 싸움이었습니다. 세금이나 개발 규제처럼 주 정부 권한이 걸린 문제에서 어느 주 법이 적용되느냐가 실제 쟁점이었던 거죠.
그래도 상징성은 컸습니다. 수많은 이민자 가족의 기억이 담긴 장소가 어느 주의 이야기로 남느냐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으니까요.
한인 이민자인 저에게도 이 섬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습니다. 비행기 대신 배를 타고 왔다는 차이만 있을 뿐, 낯선 땅에 첫발을 딛는 긴장감은 비슷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엘리스섬으로 가는 페리는 맨해튼 배터리 파크와 저지시티 리버티 스테이트 파크 양쪽에서 출발합니다. 주차가 비교적 수월한 리버티 스테이트 파크 쪽이 동네 분들에게는 훨씬 편한 선택입니다.
다음에 손님이 오셔서 엘리스섬 구경을 시켜드린다면 한마디 덧붙여 보세요. 여기 대부분은 뉴저지 땅이고, 대법원도 인정했다고요.
뉴욕 친구가 머그컵을 들이밀며 반박하면 이렇게 답하시면 됩니다. 머그컵은 뉴욕에서 만들었어도, 그 머그컵이 놓인 선반은 아마 뉴저지에 있을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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