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첫 주가 되면 옷장 앞에서 작년 스키 바지를 꺼내 보고 한숨부터 나옵니다. 바지는 멀쩡한데 허리가 멀쩡하지 않거든요.
새로 사려고 매장에 가면 부츠 한 켤레, 보드 한 장 가격표에 또 한 번 놀랍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시즌 전 스키 스왑부터 챙겨 봅니다.
스키 스왑은 쉽게 말해 겨울 장비 벼룩시장입니다. 쓰던 장비를 맡겨 팔고, 남이 내놓은 장비를 사 가는 consignment 방식이 대부분이에요.
아쉽게도 샤이엔 안에서 크게 열리는 스왑은 이번 시즌 일정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차로 한두 시간 거리에 쓸 만한 선택지가 몇 개 있습니다.
첫 번째는 래러미의 University of Wyoming 노르딕 스키팀이 여는 Outdoor Gear Swap입니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행사인데, 작년에는 11월 1일 Laramie Railroad Depot에서 열렸어요.
작년 기준으로 오전 11시 얼리버드 입장은 10달러였고,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는 무료 입장이었습니다. 좋은 물건을 먼저 집고 싶으면 10달러, 구경만 하려면 정오에 가면 되는 구조죠.
판매자는 팀 웹사이트에서 물건을 미리 등록하고, 행사 전날 저녁에 장비를 맡겼습니다. 팔리면 25%가 수수료로 빠지고, 이 돈은 노르딕 팀 운영비로 쓰인다고 해요.
올해 날짜는 아직 공지를 못 찾았으니 uwyonordic.com의 gear swap 페이지를 꼭 확인하세요. 학생 선수들 돕는다 생각하면 수수료도 덜 아깝습니다.
두 번째는 덴버 쪽입니다. 제퍼슨 카운티 공식 일정표에 The Denver Ski Swap이 11월 6일 금요일 오후 5시 30분부터 9시까지, 골든의 이벤트 센터에서 열린다고 올라와 있어요.
작년 덴버 스왑은 유타에서 출발한 Rocky Mountain Ski Swaps가 Jeffco Fairgrounds에서 열었고, 입장료는 14세 이상 8달러였습니다. 올해 주최 측과 요금은 일정표에 안 나와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맞습니다.
이 회사의 안내를 보면 규칙이 꽤 깔끔합니다. 유료 입장은 금요일 밤뿐이고, 입장권은 현장에서만 팝니다.
카드로 결제하면 2.5% 수수료가 붙어요. 몇백 달러짜리 보드를 산다면 현금이 조금 더 이득입니다.
팔 사람은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장비를 맡기고, 토요일 오후 4시 30분부터 6시 사이에 대금이나 안 팔린 물건을 찾아갑니다. 안 팔리면 수수료는 없고, 팔리면 판매가의 25%를 가져갑니다.
재미있는 건 7년 넘은 장비와 상태가 나쁜 장비는 아예 받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다락방에서 나온 90년대 형광색 원피스 스키복은 추억으로만 간직하시라는 뜻이겠죠.
세 번째로 포트콜린스의 Outpost Sunsport도 매년 가을 스왑을 해 왔는데, 작년에는 10월에 열렸습니다. 올해 일정은 매장에 직접 물어보는 게 제일 빠릅니다.
자, 이제 실전입니다. 스왑에서는 Friday opening night에 좋은 물건이 제일 많이 나온다고 주최 측도 대놓고 말합니다.
그러니 입장료가 아깝다고 토요일 오후에 느긋하게 가면, 남은 건 사이즈 안 맞는 부츠와 한쪽만 있는 장갑일 확률이 높아요. 저도 한 번 그렇게 당해 봤습니다.
가장 조심할 건 바인딩입니다. 스키 매장들은 보험 문제 때문에 제조사가 더 이상 보증하지 않는 오래된 바인딩은 조정이나 점검을 해 주지 않아요.
업계에서는 매년 매장이 다룰 수 있는 바인딩 목록, 이른바 indemnified list를 냅니다. 이 목록에서 빠진 바인딩이면 스키가 아무리 싸도 바인딩 값을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스키를 고를 때 바인딩 모델명부터 휴대폰으로 찍어 둡니다. 집에 와서 검색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미련 없이 포기해요.
부츠도 꼭 신어 보세요. 부츠와 바인딩 규격이 안 맞으면 안전 문제로 이어지고, 요즘 Grip Walk 밑창처럼 규격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헬멧은 솔직히 새것을 권합니다. 겉은 멀쩡해도 한 번 크게 부딪힌 헬멧인지 아닌지 눈으로는 알 수가 없거든요.
반대로 재킷, 바지, 고글, 폴은 중고로 사기 딱 좋은 품목입니다. 아이들 장비처럼 한 시즌 쓰고 작아지는 것도 스왑이 제일 합리적이고요.
물론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매장 렌털이나 시즌 리스 프로그램을 쓰면 점검과 조정까지 다 해 주니 마음이 편하다는 거죠.
저도 일리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처음 스키 타는 사람이라면 렌털로 시작하고, 취향이 생긴 다음 스왑에서 사는 순서가 덜 후회스럽습니다.
가기 전에 준비물도 챙기세요. 현금, 줄자, 지금 쓰는 부츠의 mondo 사이즈 메모, 그리고 충동구매를 막아 줄 냉정한 동행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저는 동행 없이 갔다가 필요도 없는 텔레마크 부츠를 들고 나온 적이 있어요. 지금은 현관 장식품입니다.
스왑에서 산 장비는 집에 오기 전에 동네 매장에 들러 왁싱과 바인딩 점검을 받는 게 좋습니다. 그 비용까지 더해도 새것보다 싸다면 성공한 쇼핑입니다.
나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덴버 스왑 금요일 밤에 현금 들고 일찍 가고, 래러미 일정이 뜨면 그쪽도 노려 보는 거죠. 올겨울은 가격표 말고 슬로프에서만 놀라기로 해요.

라면스파르타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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