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하자마자 흥행몰이중인 영화 토이 스토리 5  - Burbank - 1

토이 스토리 5가 나왔는제 우린 극장에 언제 가냐고 딸이 물었을때 나는 속으로 좀 의아했습니다.

이미 3편에서 완벽한 마무리를 지었고, 4편 역시 우디의 새로운 선택으로 아름답게 마침표를 찍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굳이 사족을 붙여서 명작에 흠집을 내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죠.

사실 82년생인 저는 토이 스토리 1 극장에서 친구들과 같이 보고 놀란 애니메이션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막상 보고나니까 픽사가 다섯 번째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았는지 알겠더군요.

이번 토이 스토리 5는 속편이라기보다, 우리처럼 토이 스토리와 함께 나이 들어간 관객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편지 같았습니다.

가장 좋았던 건 기존 시리즈에 대한 깊은 존중이 느껴졌다는 점입니다.

영화 곳곳에 예전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는 오마주가 자연스럽게 녹아있는데, 올드 팬들이라면 "아, 저 장면!" 하고 절로 미소를 짓게 됩니다.

억지스러운 팬 서비스가 아니라 스토리 속에 물 흐르듯 배치해서 더 반가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평론가 점수가 어떻든, 관객들이 매기는 팝콘 지수는 역대급으로 높게 나오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 봅니다.

요즘 애들은 장난감 안 갖고 놀잖아

이번 영화에는 무시무시한 악당 장난감이나 괴물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 집에 사는 아이들만 봐도 알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적이 등장하죠. 바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입니다.

아이들이 장난감 대신 매끄러운 화면만 들여다보는 시대. 우디와 버즈는 그 어느 때보다 존재 이유를 상실해 갑니다.

이 설정이 참 현실적이더군요. 요즘 애들 생일 선물로 장난감 사줘 봐야 며칠 못 가고 결국 유튜브나 패드만 붙잡고 있는 게 우리네 현실이니까요.

특히 보니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느끼는 외로움, 온라인 채팅방에서 겪는 상처, 그리고 디지털 기기의 이면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영화는 디지털이 무조건 나쁘다고 비난하지 않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기계'가 아니라 '사람의 온기'라는 메시지를 넌지시 던질 뿐이죠.

오픈하자마자 흥행몰이중인 영화 토이 스토리 5  - Burbank - 2

그래서인지 이번 5편은 웃음보다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남는 여운이 훨씬 길었습니다.

특유의 유쾌함은 여전하지만, 전체적인 공기가 한층 성숙해졌어요.

이제는 어린아이들만의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어느덧 학부모가 된 우리 세대에게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95년도에 토이 스토리 1편을 보며 자란 제가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습니다. 영화는 그 흘러간 시간을 그대로 인정해 줍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 함께 웃고 울었던 우디와 버즈가 여전히 스크린 속에서 분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묘한 감정이 울컥 치밀어 오르더군요.

추억이라는 게 절대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비주얼: 4편만큼의 혁신적인 충격은 아니지만, 디테일은 장인 수준입니다. 햇살이 비치는 풍경이나 장난감들의 마모된 질감은 순간 실사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정교합니다.

스토리: 신파처럼 억지로 눈물을 짜내지 않고 담백하게 감정을 쌓아가다가, 마지막에 토이 스토리다운 따뜻한 마무리를 선사합니다.

개인적인 시리즈 순위를 매긴다면 2편과 3편 바로 아래에 두고 싶습니다. 1편이 가진 역사적 상징성은 별개로 하더라도, 완성도 면에서는 충분히 수작입니다.

극장에서쿠키 영상이 나올 때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는데, 저도 모르게 함께 손뼉을 치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잘 만든 영화를 봤다는 만족감을 넘어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고향 친구를 만나 오랜만에 긴 악수를 나누고 온 기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쥐어짜 낸 속편이 절대 아닙니다. 지금 시대의 고민을 영리하게 담아내면서도, 우디와 버즈를 사랑했던 이들에게 건네는 최고의 선물 같은 영화였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들 손잡고 극장 나들이 계획해 보시는 건 어떨까 합니다. 아마 아이들보다 아빠가 더 몰입해서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